굿나잇 헤어살롱 ㅣ 사계절 1318 문고 154
남예은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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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밤을 지키는 일


거칠어지고 끝이 갈라진 머리카락은 과감히 잘라 내야 비로소 건강하게 다시 자랄 수 있다. 『굿나잇 헤어살롱』 속 퇴귀도 어쩌면 이와 닮아 있다. 악을 무조건 베어 내고 처단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달라붙은 어둠을 떼어 내어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때 내 몸의 일부였던 것을 잘라 보내고, 비워진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 그래서 이 작품 속 ‘잘 자르는 일’은 곧 ‘잘 보내주는 일’처럼 읽힌다. 미용실과 퇴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세계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지점이다.


『굿나잇 헤어살롱』은 평범한 미용실이 아니다. 부적이나 칼 대신 샴푸와 트리트먼트, 가위로 악귀를 물리치는 퇴귀 미용실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안성공은 ‘불의 기운’을 지녔고, 매화는 결계를 다루며, 홍해는 쇠를 먹는 기묘한 능력을 지녔다. 그중에서도 홍해는 자신의 나이도 과거도 기억하지 못한 채, 오직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이곳에 흘러들었다. 어느 날 퇴귀 현장에서 자신의 정체와 관련된 뜻밖의 단서를 마주한 뒤, 홍해는 잃어버린 과거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조금씩 좇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뒤집어 놓은 설정이다. 샴푸로 악귀를 깨우고, 트리트먼트 젤로 악귀를 머리카락으로 옮긴 뒤 가위로 잘라 낸다는 퇴귀 방식은 그 자체로 독특하다. 여기에 결계와 신령, 불가사리처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존재와 믿음이 현대의 도시, 그것도 미용실이라는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서양의 악마와 마법에 익숙한 판타지물과 달리, 우리 문화 속 소재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잠드는 밤마다 굿나잇 헤어살롱의 퇴귀사들은 악귀와 맞선다.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 반복될수록 그들의 밤은 치열하고 고단해진다. 홍해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아끼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퇴귀 속에서 점점 지쳐 간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멀리 떠나, 자신의 이름처럼 홍해의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쉬고 싶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사람들 곁에 남는다. 기억을 잃어 과거는 텅 비어 있지만,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또렷하기 때문이다.


제목인 ‘굿나잇’도 그래서 단순한 밤 인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편안히 잠든 시간에도 누군가는 깨어 악귀와 싸우고, 누군가가 무사히 다음 날을 맞을 수 있도록 움직인다. 홍해는 그런 밤을 거듭 지나며, 떠나고 싶은 마음과 남아서 지키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한 존재인지 천천히 알아 간다.


한국적인 오컬트 세계관 속에서도 결국 이야기를 붙드는 것은 홍해라는 인물과 그가 곁에 두게 된 사람들이다. 어쩌면 『굿나잇 헤어살롱』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악을 물리치는 일보다, 누군가가 무사히 자신의 밤을 건널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일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불가사리와 신령 같은 우리 문화의 소재가 살아 있는 판타지와 조금은 색다른 퇴귀 이야기를 찾는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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