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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의 고대 인류 탐험 ㅣ 지식 더하기 소설 2
이경덕 지음 / 다른 / 2025년 10월
평점 :
'인간다움',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0시의 고대 인류 탐험』을 읽고-
『0시의 고대 인류 탐험』은 인류의 오랜 역사를 소설처럼 흥미롭게 풀어낸 스토리텔링 교양서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가지고, 주인공 ‘난서’의 상상과 탐험을 통해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난서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다가, 문득 ‘할머니의 할머니’, 더 나아가 인류의 시작까지 상상하게 된다. 그러다 유령이 된 고인류학자 리키 가족과 함께 시공간을 넘나드는 탐험을 떠난다. 실제 고인류학자들이 남긴 기록과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작가는 실존했던 리키 가족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캐릭터로 재창조한다. 그래서 리키 가족이 들려주는 인류학 이야기는 여러모로 정보력이 높고, 매우 흥미롭다.
매일 자정이 되면, 난서는 리키 가족과 함께 고대 인류의 화석 발굴 현장으로 순간 이동한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라 불리는 최초의 어머니부터, 오늘날 유일한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여정을 따라가며 난서 역시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간다.
특히 인류가 더 이상 침팬지의 길을 걷지 않고, 진화의 길로 접어든 순간은 매우 흥미롭다. 침팬지와 같은 유전자를 지닌 존재였지만, 인류는 직립보행을 시작하고, 도구를 만들며, 불을 다루게 되면서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구축해간다. 이는 단순한 생존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다움’을 향한 본격적인 전환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연대기의 나열이 아닌, 고대 인류의 삶을 하나의 유기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고 평화로운 송곳니를 가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섬에 고립되어 몸과 뇌가 작아진 ‘호모 플로레시엔스’처럼 다양한 종의 모습은 진화가 곧 발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때로는 퇴화도 생존을 위한 진화일 수 있다는 통찰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어렵게 느껴졌던 라틴어 학명들도, 그 속뜻을 이해하면서 점차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난서의 끊임없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바로 독자의 호기심과 상통한다. “왜 인류는 대륙 간 이동을 했을까?”, “뇌가 커지면 좋은 점은 뭘까?” 리키 가족은 과학적 지식과 유쾌한 상상력을 넘나들며 그에 답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고고인류학적 지식을 넘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조용히 따라온다. 먼 시간 속 인류의 기원을 좇던 여정은, 결국 오늘의 나, 내 안의 인간다움을 마주하게 한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그 질문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