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갖춘마디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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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너를 위로할 때"

– 『못갖춘마디를 읽고-

 

못갖춘마디’? 처음 듣는 말이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음악에서 박자표에 제시된 박자를 다 갖추지 못한 마디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린박으로 시작되는 첫 마디나 끝 마디에 쓰이며, ‘불완전 소절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못갖춘마디의 주인공 소이는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는 서툴다. 예술의 시작은 진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자기 안의 부끄럽고 못난 감정들을 자꾸만 숨기고만 싶어진다. 상처를 들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은 미완의 상태로 머물러 있는 소이는, 그야말로 못갖춘마디다운성정을 지닌 인물이다.

이 소설은 어린 시절 영웅처럼 여겼던 아빠를 화재 사고로 잃은 뒤, 깊은 상실과 혼란 속에서 자신을 다시 세워나가는 소이의 성장 이야기다. 아빠는 늘 타인을 먼저 생각했고, 결국 두 번이나 목숨을 내주는 선택을 했다. 사람들은 그를 의인이라 부르지만, 소이에게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오히려 아픈 상처다. 아빠가 사라진 세상은 상실의 고통으로 소이와 가족 모두를 짓누른다.

결국 망가진 마음은, 같은 상처를 지닌 유주를 향한 원망으로 터져 나온다. 사실 이 장면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미움이라는 감정은 꼭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과 분노는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마음의 가장 약한 곳을 찌른다.

답답하고 힘든 현실, 소이는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한때는 무대 위 아이돌을 꿈꿨지만, 지금은 음악 그 자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아빠에 대한 원망, 그리움, 사랑복잡한 감정들을 가사에 담으며, 마음속 무대에 자신을 올려본다. 그러다 랩을 쓰던 중, 소이는 아빠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정의상가 화재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이는 아빠가 구했던 생존자, 시를 가르치는 선생님, 그리고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친구들과 엮이게 된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이는 자신이 묻어두었던 감정을 조심스럽게 꺼내놓고, ‘누구를 위한 생존이었는가라는 질문 끝에 타인에게 손을 내민다. 결국 무대 위에 선 소이는, 단지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며 애도하고, 타인과 연대하는 법을 배운다.

못갖춘마디는 단순한 청소년 성장소설이 아니다.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이 겪는 죄책감과 무력감,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이야기 곳곳에 조용히 스며 있다. 음악이 과연 삶을 치유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그 물음에 조심스럽고도 설득력 있게 답해간다.

책장을 덮고 나면, 인생의 박자를 잃고 헤매는 순간에도 함께 그 마디를 채워 줄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이 여운처럼 밀려온다. 이 책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의 소리 또한 분명 가치 있다고, 조용히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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