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여정

미란다 복제하기 ㅣ 사계절 1318 문고 143
캐럴 마타스 지음, 김다봄 옮김 / 사계절 / 2024년 1월

`미란다 복제하기` 책 표지를 보면, 소녀와 핑크 배경 화면과 달리, 주인공이 맞닥트린 내용이 매우 괴이하고 이질적이다. 주인공의 왼쪽 눈에 또 다른 자아가 들어오려는 모습이다. 사실 표지의 내용은 이 책의 전체 줄거리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미란다 복제하기는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 미란다의 심리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어 굉장히 몰입도가 높으며,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미란다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미란다는 말 그대로 완벽하였다. 가정에서는 단 한 번도 부모님께 반항한 적 없는 착한 딸이었으며,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미란다가 불치병에 걸린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책의 초반, 미란다는 자신이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복제 인간을 구하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란다의 선택이다. 부유하고 지식층인 부모 즉 어른 세대가 아닌, 십 대의 미란다와 친구 엠마의 행동이 굉장히 의미 깊다. 어쩌면 미란다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마치 또 다른 복제 인간 이브처럼,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생각과 선택이 변할 수도 있었다. 그저 부모님의 말에 순응하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체 나만의 이익에만 집중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미란다의 세계는 여전히 완벽하게 통제되고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감히 미란다는 어른 세대가 옳다고 믿은 세계를 부정하고 부수기로 결심한다. 엠마는 그녀의 선택에 동조하고 조력한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십 대들의 용기가 아닐까? 그 선택으로 미란다의 세계는 철저히 붕괴하고 많은 것을 잃지만, 미란다의 선택과 방향성은 한결같이 올곧고 진솔하다. . 때로는 미숙하고 감정적일 수도 있지만, 그 순수함이야 말로 가장 강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진짜 십대다운 십대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소설의 재미에 퐁당 빠진 기분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 미란다의 선택을 가만히 응원해 본다.

 나는 과연 미란다처럼 또 다른 '나'들을 구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또한 모두가 똑같은 복제 인간이라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그들과 차별화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을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과 질문이 떠오른다.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확실한 것은 그 어떤 선택이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려는 선의와 철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