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공식 - 우아하게 내 몫을 챙기는
쟈스민 한 지음 / 토네이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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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의 공식

지은이: 쟈스민 한

펴낸 곳: 토네이도

 

 

 

살면서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너무 쉽게 OK 했나?', '다르게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상사, 생각지 못한 제3의 인물 등,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과 대면하며 살아간다. 무언의 텔레파시로는 소통할 수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의사소통 수단인 말을 사용하는데, 이게 또 쉽지가 않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말로 많은 걸 잃기도, 얻기도 한 나는 여전히 과거의 어떤 순간들을 후회하며 이불킥을 날리곤 한다. '왜 더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왜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지금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말에도 공식이 있다는 사실을. 말로 20분 만에 집값 3천만 원을 깎을 수 있다면 혹은 8천만 원 이상 연봉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정말 이 기술을 안 배우고 그냥 지나칠 텐가? 그 꿈 같은 일을 말 센스와 말의 힘으로 이뤄낸 작가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아 펴낸 책 《말의 공식》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상이 펼쳐진다. 아니, 정말 말 잘하는 법만 알면 이토록 인생이 편해진단 말이야? 말투의 편집이 필요하다.

 

 

 

 


 

 

 

 

요구가 아닌, 욕구를 읽을 때 대화는 진행된다!

 

 

이 책에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 연산의 원리를 적용한 대화법, 즉 말의 공식이 담겨 있다. 말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타인과 나를 모두 배려하는 대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심리적 건강'이란 점을 유의하자. 내 마음이 지치고 꼬여 있다면,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린다. 대화하기 어려운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거나,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고 싶을 땐 이 사실을 꼭 기억하자. 상대의 요구가 아닌, 욕구를 읽을 때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의 욕구를 간파하고 그에 맞는 제안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경청하라.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바라는 자기소개서는 정말 당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과 회사의 상호작용 시너지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회사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이 회사에 어떻게 이득을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할 '우리 소개서'를 원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몰라 지금도 수없이 낙방의 고배를 마신 청춘들을 떠올리며 속이 쓰렸다. 왜, 대체 이 책은 지금 나온 것인가!

 

 

 

 


 

 

 

 

말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자주 훈련해야 그 근육이 탄탄해집니다.

어렵다고, 불편하다고 피하면

결국 우리의 말은 앙상해집니다.

자기계발서추천 - 말 잘하는 법 《말의 공식》 p85 중에서...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천만의 말씀! 줄 건 주고, 받을 것도 똑똑하게 받아내라!

 

 

 

회사는 지시에 잘 따르는 순종적인 직원을 좋아한다. 그럼 순종적인 직원과 이의를 제기하며 할 말은 하는 직원 중, 누가 더 연봉이 높을까? 아쉽지만 정답은 할 말은 하는 직원이다. 회사를 위해 참고 희생? 그건 다 옛날 말이다. 그런 식의 희생을 회사는 절대 인정해주지 않는다. '주는 사람- 기버(giver)'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실패한 기버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호구'다. 실속을 못 챙기고, 퍼주고도 무시당하는 사람. 성공한 기버는 겉으로 보기엔 이타적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적극적이어야 똑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단단한 나를 만들자. 회사를 위한 협상은 잘하면서, 정작 나를 위한 협상은 못 하겠다면? 내가 아닌 제3자를 위해 협상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라. 그럼 좀 더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으로 나를 위한 협상에서 더 좋은 방향을 끌어낼 거다. 말 센스와 말의 힘이 이토록 위대할 줄이야. 말 잘하는 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 《말의 공식》을 꼭 읽어 보시길. 말투의 편집이 시급한 분들께 진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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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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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서하지 않을 권리

지은이: 김태경

펴낸 곳: 웨일북

 

 

 

1990년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혐오 살인을 저질렀던 연쇄 살인마들의 시기를 지나, 데이트 폭력과 디지털 범죄 등 점점 교활하고 지능화된 범죄 수법에 우리는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뉴스와 시사 프로는 잔혹한 범죄 수법과 범인의 심리 분석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살아가야 할 유족의 고통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때론 차라리 그 무관심이 나은 경우도 발생한다. 피해자에 관한 악의적인 추측과 비난으로 2차 가해를 가하는 기가 막힌 상황도 속출하는데, 그건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유족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하는 행위다. 사회는 말한다. 그만 범인을 용서하라고. 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서 어느 누가 피해자와 유족에게 용서를 논할 수 있는가! 피해자들에겐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임상수사심리학자 김태경 교수의 첫 책 《용서하지 않을 권리》는 그런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그분들을 어떻게 대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객관적이고 완곡한 시선으로 분석하며 길을 알려준다.

 

 

 

범죄의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받는 피해자에게 눈을 맞추다.

 

 

세월이 흐르면, 끔찍하고 괴로웠던 당시의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잊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뇌는 그 기억을 덮지 않는다. 김태경 교수는 범죄 피해자들이 그 트라우마를 과거로 흘려보내고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함께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에게 주변에선 어서 잊으라고 재촉한다. 그러다 어느 날 그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와 웃기라도 하면, 어쩜 저런 일을 당하고도 웃을 수 있냐고 수군거린다. 인간이 지닌 세 치 혀의 사악함에 소름이 돋는 순간이다.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닐지. 한데, 잘 생각해보자. 범죄 피해자들은 어쩌다 그런 몹쓸 일을 당하게 됐을까? 그동안 못되게 살아서? 당할 만한 사람이어서? 아니, 그들은 운이 나빴을 뿐이다. '운'이라는 단어로 이 상황을 표현해야 하다니 마음이 너무 불편하지만, 실제로 범죄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자신이 욕구를 도저히 억누를 수 없을 때, 하필 그 사람이 내 앞에 있었다고.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자. 당신이 아직 범죄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면? 그건 당신이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서가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사실만 확실히 인지해도 우리는 범죄 피해자를 어떤 마음과 태도로 대해야 할지 반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용서는 상대가 청한다고 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위해 용서를 결심한다고 해서 마음속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심리학책, 인문에세이 《용서하지 않을 권리》 p96 중에서...

 

 

 

우리는 피해자에게 어떤 시선과 태도로 다가가야 할까?

 

 

우리는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순간,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다 실수하곤 한다. 진심이 담겨 있다 하더라고, 섣부른 위로나 부적절한 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차라리 잠시 입을 다물고, 묵묵히 곁을 지키자. 때론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과 태도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꼭 알려달라'라는 말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막막할 때 내뱉는 '힘내'라는 말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 최악이니 조심하자. 이 책은 상담자의 시점으로 범죄 피해자와 그 피해자를 대하는 주변인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제시한다. 사회를 경악에 빠트린 흉악 범죄 이야기나 범죄자의 심리 분석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로지 범죄의 잔혹함에만 주목하는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며,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한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번이라도 꼭 읽어봐야 한다. 인간 행동과 사회 환경으로 인해 2차, 3차 가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피해자의 상황을 보면 세상은 더없이 가혹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려 애쓰는 이웃을 보며 김태경 교수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선한 의지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편 우리 역시 그들이 겪은 일에 귀 기울이려는 선한 의지가 있는 거라고. 그런 선량한 이웃이 매일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면, 작을지언정 분명 변화는 일어날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마음속에 반짝 켜진 작은 빛 하나. 그 따스한 온기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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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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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짝 욕심이 생겼어

지은이: 요시타케 신스케 / 옮긴이: 고향옥

펴낸 곳: 김영사

 

 

 

《이게 정말 나일까?》 등의 '이게 정말' 시리즈와 《있으려나 서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외국 베스트셀러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가 신작을 내놓았다. 늘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라서 이번엔 또 어떤 엉뚱한 이야기를 펼칠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짝 욕심을 내는 순간이 있기 마련. '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할 때, 얼굴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표정이 떠오른다. 근데, 아니 글쎄 그 표정을 포착하고 싶다나? 그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데, 어떻게 담을지가 고민이라 맥락 없이 떠오르는 걸 수시로 스케치하고 있다는 작가. 신작 《살짝 욕심이 생겼어》에서는 그 욕심을 주제로 짧지만 여운이 감도는 굵직한 한 방을 날린다. 근데... 어라? 읽다 보면 어느새 욕심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이 느낌은 뭐지? 이런! 속았다!

 

 

 

 


 

 

 

알면서도 무심코 지나쳤던 '싶은 마음', 같이 관찰해보시렵니까?

 

 

역시 만화는 아무나 그리는 게 아닌 것인가! 책장을 넘길수록, 돋보기를 들고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이 끌어오른다. '뭔가 달라, 정말 달라...' 누워서 뒹굴뒹굴하며 책을 붙들고 혼자 중얼거리다 갑자기 킥킥 웃기를 반복. 누가 봤으면 아마 나사 하나 풀린 여자인 줄 알았을 거다. 근데 이게 또, 괴상하다 싶다가도 참 맞는 이야기가 많다. 멀고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쳤지만, 작가는 라면 가게 곰솥에 담긴 육수를 보고 유레카를 외친다. 표면에 떠 있는 온갖 것들을 옆으로 살살 치운 다음에 국물은 푸는 모습. 작품 활동도 이와 같다. 본래 말하고 싶었던 것, 전하고 싶은 것,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표현하려면 불필요한 것을 치워야 한다. '그것들을 꼼꼼히 치우고, 맛보여주고 싶은 정수만 퍼 올리는 작업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하지 않을까?' 라면 가게에서 이런 심오한 깨달음을 얻은 작가를 보며, '자네, 제법인데?'라고 어깨를 툭툭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나본 적 없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이 극한의 친밀감은 무엇? 이게 바로 요시타케 신스케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어떤 선입견도 없이 편안하게 마음의 빗장을 풀어주는 천생 이야기꾼.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늘 새롭고 신선해서... 너무... 유!쾌!상!쾌!통!쾌!

 

 

 

 


 

 

 

 

"생각해보자!"라는 말은

"방귀를 뀌어보자!"라는 말과 비슷하다.

생각은 남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베스트셀러 에세이추천 《살짝 욕심이 생겼어》 p118 중에서...

 

 

 

다시 말하지만, 이 작가 정말 독특하다. 독특해!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누군가가 서로의 고마움을 일깨워준다면, 세상일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는 작가. 그럼 그 고마움 알리미 담당자의 보수는 누가 지불할까? 그건 자기도 모른단다. 풉. 아내에게 콕 찍어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지만, 후환이 두려우니 우주인이 대신 말해줬으면 좋겠다니... (내 남편이었으면 가만두지 않았을 거다.) 모든 사이트 첫 화면에 이런 인증창이 뜨면 어떨까?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까?' 그럼 악성 댓글은 없어질 거라는 순진무구한 상상력에 슬그머니 작가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어쩜 이리 아이처럼 마음의 때가 없을까? 하지만 지나친 감동은 근물! 마음이 촉촉 훈훈해지려는 찰나면 여지없이 개그감 충만한 훅이 날아든다. '생각은 곧 방귀'라고 진지하게 말하는데, 친한 친구면 이걸 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을 듯. 에세이라며 스케치를 넣기 난감해하는 출판사를 설득하여 각 장 끝에 무작위로 스케치만 나열한 페이지는 신의 한 수였다. 귀여운 그림 위에 쓰여 있는 엉뚱한 한 마디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배꼽 빠지게 미친 듯이 재밌는 건 아닌데... 상당히 재밌다. 직접 읽어 봐야만 알 수 있는 4차원의 진지함. 진지해서 더 웃긴... 아, 제발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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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영화 없는 날 - 차별을 넘어 차이를 잇는 페미니즘 영화관 쓰담문고 3
김수진.김시원.황고운 지음, 손희정 해설 / 서해문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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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볼 영화 없는 날

지은이: 김수진, 김시원, 황고운 / 해설: 손희정

펴낸 곳: 서해문집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자리 잡았다. 남녀평등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또 어떤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좀 막연하고 막막했다. 분명 나와 같은 느낌을 받는 분이 많을 거다. 모든 걸 책을 통해 배우는 나는 이번에도 페미니즘에 관해 책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객관적인 판단과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과격하고 심오한 책은 피해야 했다.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눈에 띈 서해문집의 《볼 영화 없는 날》.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에 편안하게 다가가는 책이다.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아 흥행한 영화들에 차별, 편견, 혐오가 끊임없이 버젓이 재현되는 요즘. 이 책은 성평등 알고리즘으로 '불편하지 않은' 영화 17편을 선정하여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용기 있게 마주해야 할 불편한 진실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페미니즘 영화관의 첫 작품은 <벌새>다. 위태롭지만 또 특별한 것 없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중학생 은희는 물리적 폭력과 무관심 속에 홀로 방치된다. 공부 못 한다며 욕하는 아빠, 오빠만 싸고도는 엄마, 폭력을 행사하는 오빠. 무시하고 피하고 대들어도 봤지만, 은희는 이내 지쳐 무력감에 주저앉는다. 그런 은희는 중2병이 한창인 날라리라기보다 오히려 벌새에 가까워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살기 위해 1초에 90번 날개를 파닥여야 하는 벌새.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 작은 날갯짓은 헤매고 부딪히고 상처받는다. 꼭 은희처럼.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불편하고 억울한 영화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은희의 숨 막히고 울적한 일상에 제대로 된 어른 '영지' 선생님이 나타나며 상황은 반전된다.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으세요?' 그 질문에 영지는 이렇게 답한다. 자기를 좋아하기 전까진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자신이 싫어질 땐 그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금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모두의 인생에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세상은 아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은희는 영지를 통해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자기가 처한 부당한 상황이 자기 잘못이 아님을 깨닫는다.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우리집>. 임산과 출산은 축복이지만, 육아는 행복한 지옥이자 고독한 싸움이란 걸 여실히 보여준 <툴리>는 놀라운 깜짝 반전이 있으니 꼭 사전 정보 없이 시청하시길 바란다. 육아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 남과 여라는 성별 이분법이 과연 최선인지 고민해보게 하는 <톰보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게 해주는 <아이 필 프리티>, 뿌리 깊은 과학계의 성차별적 인식을 뒤흔든 <히든 피겨스>. 무심코 주고받는 사소한 표현 속에 녹아 있는 차별을 그냥 넘기지 말자. 페미니즘은 여성이 힘을 독차지하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역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게 목표. 이 책을 통해 그간 조금 어색하고 멀게 느껴졌던 '페미니즘'의 정의를 확실히 알게 된 듯하다. 10명의 페미니스트가 있다면, 10가지 페미니즘이 있다고 말할 만큼 다양한 페미니즘이 존재한다. 그 형태와 방법이 모두 다를지언정, 진짜 원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 평등임을 직시하고 나만의 올바른 페미니즘을 펼쳐보자. (역차별은 절대 금지!) 그 모든 순간에 든든한 동지가 되어 줄 불편하지 않은 페미니즘책 《볼 영화 없는 날》. 여성의 인권과 진정한 평등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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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랑은 블랙 -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꽃은 피어나고
이광희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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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마도 사랑은 블랙

지은이: 이광희

펴낸 곳: 파람북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에세이에도 참 다양한 종류의 글이 있다는 걸 안다. 주제나 문장력의 차이가 아닌, 독서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의 차이랄까? 내용이 가볍고 무겁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좋은 글이라도 읽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릴 때가 있는가 하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는 것처럼 편한 글이 있다. 오늘 만난 에세이 《아마도 사랑은 블랙》은 특유의 편안함과 따스함으로 읽는 내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늘 바쁜 일상에 쫓겨 도망치듯 살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고 푹 빠져 읽었던 듯하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엄마를 그리며 생각날 때마다 쓴 편지를 모은 책이라, 엄마의 생애를 담은 에필로그 부분을 빼면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와 청자는 나와 엄마다. 돌아가신 엄마가 얼마나 그립겠냐마는 눈물 콧물 짜는 절절한 사모곡은 아니다. 살아생전에 하셨던 말씀을 되새기며, 오늘도 잘 살아내겠다는 다짐과 성찰이랄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나는 화자가 되어 어머니에게 도란도란 일상을 전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1호 간호사이자 목회자의 아내로서 평생 다른 사람을 돌보며 사회에 헌신하셨던 작가의 어머니. '세상을 밝히는 등대가 돼라'는 의미로 해남등대원을 설립해 수많은 전쟁고아를 진짜 자식처럼 품으셨다고 한다. 한센인들은 물론, 처지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봤던 그 큰 사랑을 정작 자식에겐 충분히 쏟지 못하셨지만, 작가는 소박하지만 위대했던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며 똑 닮은 삶을 살아간다. 일흔이 넘은 작가는 엄마 앞에서 여전히 한없이 어린 딸이다. 투정 아닌 투정을 늘어놓을 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른다. '소확행'이란 꿈을 현실과 타협하며 맛보는 얄팍한 행복이다. 장담하는데, 소확행을 내세워 돈을 버는 사람들도 무지 바쁘고 치열하게 살 거라며 아들에게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보라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끄덕. 꿈꾸지 않는 자는 금세 늙는다고 하지 않던가!

 

 

 

 


 

 

 

 

어머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지나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닫는 일이

제게는 멀고도 먼 길이었습니다.

에세이베스트셀러 《아마도 사랑은 블랙》 p59 중에서...

 

 

 

좋은 책 구절이 참 많았다. 봉사하러 떠난 아프리카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잘 참다가, 한국에 와서 덥다고 짜증 내는 자신에게 놀라 상대적 불만으로 스스로 괴롭히지 말자는 작가의 말에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모든 색은 합하면 검정이 되니, 사랑은 아마도 블랙이 아닐까? 나쁜 생각은 잡초와 같아서 내버려 둬도 순식간에 자라고, 좋은 생각은 꽃과 같아서 아무리 기다려도 저절로 자라는 법이 없다. 아직 원하는 삶을 찾지 못했다면 주어진 삶을 한참 더 살아내야 할 듯하다... 힘들고 슬픈 순간, 기쁘고 행복한 순간, 지혜와 성찰이 필요한 순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작가는 엄마를 떠올린다. 그렇게 한 자, 한 자 적어 엮은 편지는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대변하며 따스하고 감동적인 뭉클함과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단단한 마음을 선사한다. 엄마한테 편지를 써본 게 언제였던가? 해야 할 일은 절대 미루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조금 쑥스러워도 더 늦기 전에 오늘은 엄마에게 편지를 써봐야겠다. 진심을 담아 권하는 편안하고 따스한 에세이 추천! 이 책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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