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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랑은 블랙 -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꽃은 피어나고
이광희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 아마도 사랑은 블랙
지은이: 이광희
펴낸 곳: 파람북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에세이에도 참 다양한 종류의 글이 있다는 걸 안다. 주제나 문장력의 차이가 아닌, 독서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의 차이랄까? 내용이 가볍고 무겁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좋은 글이라도 읽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릴 때가 있는가 하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는 것처럼 편한 글이 있다. 오늘 만난 에세이 《아마도 사랑은 블랙》은 특유의 편안함과 따스함으로 읽는 내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늘 바쁜 일상에 쫓겨 도망치듯 살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고 푹 빠져 읽었던 듯하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엄마를 그리며 생각날 때마다 쓴 편지를 모은 책이라, 엄마의 생애를 담은 에필로그 부분을 빼면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와 청자는 나와 엄마다. 돌아가신 엄마가 얼마나 그립겠냐마는 눈물 콧물 짜는 절절한 사모곡은 아니다. 살아생전에 하셨던 말씀을 되새기며, 오늘도 잘 살아내겠다는 다짐과 성찰이랄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나는 화자가 되어 어머니에게 도란도란 일상을 전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1호 간호사이자 목회자의 아내로서 평생 다른 사람을 돌보며 사회에 헌신하셨던 작가의 어머니. '세상을 밝히는 등대가 돼라'는 의미로 해남등대원을 설립해 수많은 전쟁고아를 진짜 자식처럼 품으셨다고 한다. 한센인들은 물론, 처지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봤던 그 큰 사랑을 정작 자식에겐 충분히 쏟지 못하셨지만, 작가는 소박하지만 위대했던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며 똑 닮은 삶을 살아간다. 일흔이 넘은 작가는 엄마 앞에서 여전히 한없이 어린 딸이다. 투정 아닌 투정을 늘어놓을 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른다. '소확행'이란 꿈을 현실과 타협하며 맛보는 얄팍한 행복이다. 장담하는데, 소확행을 내세워 돈을 버는 사람들도 무지 바쁘고 치열하게 살 거라며 아들에게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보라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끄덕. 꿈꾸지 않는 자는 금세 늙는다고 하지 않던가!

어머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지나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닫는 일이
제게는 멀고도 먼 길이었습니다.
에세이베스트셀러 《아마도 사랑은 블랙》 p59 중에서...
좋은 책 구절이 참 많았다. 봉사하러 떠난 아프리카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잘 참다가, 한국에 와서 덥다고 짜증 내는 자신에게 놀라 상대적 불만으로 스스로 괴롭히지 말자는 작가의 말에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모든 색은 합하면 검정이 되니, 사랑은 아마도 블랙이 아닐까? 나쁜 생각은 잡초와 같아서 내버려 둬도 순식간에 자라고, 좋은 생각은 꽃과 같아서 아무리 기다려도 저절로 자라는 법이 없다. 아직 원하는 삶을 찾지 못했다면 주어진 삶을 한참 더 살아내야 할 듯하다... 힘들고 슬픈 순간, 기쁘고 행복한 순간, 지혜와 성찰이 필요한 순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작가는 엄마를 떠올린다. 그렇게 한 자, 한 자 적어 엮은 편지는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대변하며 따스하고 감동적인 뭉클함과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단단한 마음을 선사한다. 엄마한테 편지를 써본 게 언제였던가? 해야 할 일은 절대 미루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조금 쑥스러워도 더 늦기 전에 오늘은 엄마에게 편지를 써봐야겠다. 진심을 담아 권하는 편안하고 따스한 에세이 추천! 이 책 정말 좋습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