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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웃음이 나와, 신사임당
정은희 지음, 홍성화 그림 / 푸른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신사임당의 전기라 할 수 있을 책이다. 아마 2009년의 5만원 권 새 지폐 인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사임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기도 했을 거라 생각된다. 사임당의 선정에 대해 여러 찬반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런 중에 우리가 이 인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데 생각이 모아지기도 했었다. 그저 현모양처라는 문구로,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꼈던 인물.
개인적으로, '현명한 어머니, 좋은 아내'라는 말에 경외감을 지니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같으면서 분명히 다르고, 그 중 여자만이 될 수 있는 자리가 어머니, 아내의 자리다. 남자가 아버지, 아들의 자리를 지니듯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일조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자리가 어머니, 아내의 자리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현명한 어머니, 좋은 아내의 모습은 수천 가지일 것이다. 그걸 한 가지로 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신사임당은 당대를 살아가며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어머니이자, 아내였을 것이다.
그녀의 속엔들 왜 세상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없었으랴. 그녀가 자신에게 허락된 공간을 늘 화폭에 담으며, 한결같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참았을 것이다. 담장을 뛰쳐나가도 세상을 모두 볼 수는 없었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이 얇은 책을 사흘 동안 아이와 소리 내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갔다. 초등 저학년을 겨냥한 듯한 두께와 양이지만, 사이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저, 어릴 때부터 읽어 오던 위인전기의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요즘의 화려한 인물 책에 비하면 많이 소박한데, 그게 더 와닿았다.
딸에게, 이 책을 엄마와 함께 읽은 소감을 물었더니, "참, 좋았어."라고 했다. "뭐가 좋았느냐?"고 했더니 "글도 알아듣기 쉽고, 그림도 너무 예뻐." 했다. 그러고보니 그림도 고왔다. 처음 책을 대했을 때 '세련되지 않다'는 느낌이기만 했는데, 글과 그림을 똑 떼어놓고 보니 쉽고 정갈하고 고왔다.
사이사이에 '더 알아볼까요?'라는 난이 마련되어 오죽헌, 조선시대의 여성 교육, 안견과 몽유도원도, 조선시대 여성 교육을 위한 책, 현명하고 아진 여성 태임, 조선시대의 혼인 풍습, 화폐 속 여성들, 사임당이 지은 시, 율곡 이이 등의 지식이 들어 있다. 처음에는 연결해 읽어내려가는데 조금 방해가 된다 생각했으나 이 내용들을 별도로 한데 묶어놓으면 또 더 재미없겠다 싶기도 했다. 책 뒷부분에는 쉬운 해설과 함께 사임당의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다.
읽고 나니, 사임당이란 호보다도 인선이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어머니를 그리며 쓴 시 '어머니 그리워'는 참으로 절절하다. 시를 소리내 읊어보며 뚜렷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묘한 동질감에 젖는다. 마흔여덟에, 사흘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는데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