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하는 힘 주역 나의 고전 읽기 10
심의용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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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세움의 나의 고전 읽기 시리즈를 귀로 먼저 전해 들었는데,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에 관한 열화와 같은 찬탄의 메시지가 그것이었다. 안 읽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몰려오고, 이어 이 시리즈 전체에 대한 호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시리즈를 대표해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의 레이더에 걸렸다. 


  <주역>. 이 책을 실제로 접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살다 보면 '억울함'이라는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문득 문득, '왜 나지?' 하며,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딱 두 번 점을 보는 곳에 가 보았다. 숙대 앞의 조그만 이층 방에서, 젊은 남자는 그저, 자신이 주역을 공부했을 뿐, 신이 내린 것은 아니라면서, 그러나 내 인생에 두고 두고 기억될 한 마디를 해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업을 짓고 살며, 그것은 단순히 현세만이 아니라 까마득한 전생과 굽이굽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사실을 잘 모를 뿐이라면서, 세상에 억울한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결과를 받는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는 내 입에서 신세한탄과 변명을 거두어 깊이 넣어버리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속으로 삶은 억울하다. 


  어쨌건 그때를 되새기며, 다들 <주역>을 공부했다는데, 도대체 뭘까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주 막혔다. 64괘에 대한 설명이 이해되지 않고 저자가 쉽게 풀려고 노력한 흔적이 진한데도, 잘 나아가지 않아 조금 읽다 덮어 두고, 조금은 힘들게 읽었다. 아마 지금처럼 바쁜 일상이 아니었다면 더 찬찬히 음미해 가며 읽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한 가지다. 우주와 자연과 삶의 변증법적 순환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태극이 곧 무극이며, 궁하면 통한다는 이야기 등은 옳고 그름, 좋음과 나쁨의 분명한 경계란 없고, 그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것. 삶은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쉼없이 변화한다는 것, 그 역동성을 깨달으라는 것. 즉 쉼 없는 세상의 변화 속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소통하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결국 여름엔 물을 조심하라는 말은 우스개가 아니다.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경계하라는 소리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이해하는 삶의 실천 철학이 아니겠나 싶다. 적어도 이 책으로 나는 <주역>을 값싸게 내려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게 되었다. 


  청소년 도서 쪽으로 자리지워져 있는데, 이 분야에 아주 관심 많지 않고서는 솔직히 청소년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장정이나 편집이 무척 미려해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모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아무래도 <28자로 이룬~>을 사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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