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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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가 위대하다면 무엇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다. 가치 없는 여자를 사랑하느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가치 없는 사람들을 끌여들여 파티를 벌이고, 화려한 저택에 밤새도록 휘황한 불을 밝히고...허무하게 총 맞아 죽어버린 남자. 정말로, 위대하다는 말을 붙일 만한 사람일까? 뭔가 가치 있는 것들이 있을 텐데. 

그러다 결국 위대하다는 말에 다소 한정적 의미를 붙여보기로 했다. 꿈을 좇는 일을 그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 여기서 꿈은 현세적 가치와 상반되는 의미다. 다소 허황돼 보이고, 획득하는 일이 오로지 그 자신에게만 필생의 소원인 그런 꿈. 꿈이 가치로우냐, 그렇지 않으냐를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재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그의 꿈을 좇는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 

김동인 선생의 <무지개>라는 동화에서 소년은 무지개를 좇아다니다, 항상 손끝에 잡힐 것만 같은 그걸 따라다니다, 50년이 지난 후 그걸 잡을 수 없다고 깨달은 순간 늙어버리고 쓰러진다. 꿈에 대해 불가능이라는 현실적 깨달음을 가져버리면 그는 빛을 잃어버린다. 그런데 개츠비는 꿈을 지닌 채 죽어버렸으므로, 늙어버린 현실과 마주하지 않았다. 그게 그를 빛나게 한다. 

그러나 개츠비 외의 다른 사람들은 일찍부터 꿈을 꾸지 않았다. 언제든 달리기를 포기하고 되돌아갈 수 있고, 다른 길로 가면서도 그것이 그들의 삶을 괴롭히지 않는 심장을 지닌 사람들. 바람 부는 대로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먼지같은 인생들을 개츠비와 비교하니 정말로 초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개츠비같은 사람들의 죽음은 꿈이라는 것에 일말의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살 맛을 감퇴시키는 작용을 한다.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이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고, 그게 많은 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생각도 들고. 

책 뒤에 배경지식이 알차게 실려 있어서 개츠비 시대의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다. 갑자기 쏟아져내리는 돈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생각을 재삼 다듬었고, 로스트제너레이션에 대해 환기,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와의 애증관계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개츠비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알맞게 나왔지만 나같은 성인들이 읽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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