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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도롱씨의 똑똑한 세계 여행 - 6대륙에서 배운 삶의 지혜
명로진 지음, 김명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명로진 씨가 제주도 분이었던가? 펜도롱이 제주도 말로 엉뚱하다, 쌩뚱하다라는 뜻이라고 하니 고향 말로 별명을 지은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 TV에서도 만나는 인물. 참 멀티한 능력을 지녔구나 하는 생각을, 꽤 재미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해보았다. 만화가 박재동씨, 예스 블로거이기도 한 북칼럼리스트 이동환 씨 등 몇 분이 추천의 글을 썼다. 대체로 공감. 그 중 "재미, 유익, 은근한 감동까지"라고 박재동 화백이 쓴 글이 아마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펜도롱 씨의 똑똑한 세계여행>은 그야말로 어린이를 위한 세계 여행 책이다. 굳이 똑똑한 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가 뭘지 잠시 생각해 본다. 어떤 여행이 똑똑하며, 또 어떤 여행은 어리석을까? 이 책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지식과 더불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글쎄 그렇게 생각해도 좀 애매한 느낌은 있다. 책을 읽으면서는 똑똑하다기보다는 '즐겁다', '인간적이다' 이런 느낌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긴 그런 걸 느끼게 하니 역시 똑똑한 게 맞다.
아무튼 재미있고, 꽤 유익하며, 인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이다. 사실 요즘의 아이들 책은 무조건 학습과 연관되어 있는데, 그 정보량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어서 선뜻 읽어지지가 않는다. 무릇 학습서가 아닌 책은 편한 자세로 읽어도 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나의 지론) 많은 여행서들이 그저 사회 책이어서 바라보는 나까지도 힘이 드니 아이들은 얼마나 싫을까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적당하다. 킥킥 웃고 그만인 책도 아니고, 심각하게 이맛살을 찌푸려 가며 읽어야 하는 책도 아니고, 부담 없고 즐겁고, 그러면서 가볍지 않다. 사진이 쇄도하지도 않고, 글이 쇄도하지도 않고, 삽화가 쇄도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펜도롱 씨가 다녀온 모든 나라에 대해 어떤 이미지가 남아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물론 반복되는 삽화를 몇 가지 보면서 좀 더 부지런히 다른 그림을 안배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은 했다.
아마 이 책으로, 세계여행을 구체적으로 꿈꾸어볼 아이들 몇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나라든 가서 딱 한 가지만 느끼고 돌아와도 좋으리라. 사진만 찍어대거나, 무조건 뭘 적어대며 외지 않고. 그저 편하게 느끼고 돌아오면 좋겠다. 세계여행의 꿈은 비단 아이들만의 것은 아닐텐데, 나는 언제나 가 보나. 이 책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