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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떠들썩한 생태일기 ㅣ 봄 여름 가을 겨울 생태놀이터 4
곤도 구미코 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날짜를 제외하면 글자 한 자도 없는 책에 이런 구차한 설명을 붙여 보았다. 아이에게가 아니라 내가 내게 들려주기 위해서이다. 굳이 노장의 사상을 따르지 않는다 해도 나고 죽는 것, 누군가의 주검이 다른 생명에게는 자양분이 될 수 있으니 큰 자연의 틀에서 보면 슬플 일도, 특별히 즐거워할 일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살면서 그런 태도를 지니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슬프게도 보이고, 더러 끔찍하게도 보이는 이 책의 그림은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렇고, 동물의 주검을 해체해 가는 과정은 곤충이나 다른 짐승에게는 한바탕 파티나 마찬가지다. 사람을 제외한 동물들은 죽음에 대해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느끼게 해줄 수 있을 매우 철학적인 그림책이다. 얼마 전 출간된 <쨍아>라는 동시화집에서도 잠자리 한 마리가 죽자 개미들이 낱낱이 해체해 가는 상황을 화사하고 몽환적인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는데,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의 그림은 생태를 표방하는 만큼 사뭇 사실적이다.
꽃을 좋아하나 그 밑에 묻힌 동물의 주검에서는 쉽게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의 자기본위적 시각을 은유적으로 꼬집으며, 아이들에게 태어남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독특한 책. 곤도 구미코의 생태놀이터 네 번째로 나왔다. 묵직한 주제를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특하게 다루는 이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