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1 -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 초기까지
이이화 지음 / 파란하늘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실은 이이화 선생을 잘 모른다. 아이에게 읽히려고 서점에서 한국사 책을 뒤적거리면서 이분의 이름이 눈에 익기는 했다. 또 여러 책을 쓰셨으니 어쨌든 한국사에 정통한 분이구나 하는 느낌은 가졌다. 그런데도 그간 집에 들여놓았던 몇 종류의 한국사 책에 이 선생이 저자인 것이 없어 아쉬웠다가 이번에 만나보게 되었다.

  우선 이분만의 역사를 보는 눈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다른 책의 저자들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설명하라면 자신 없지만,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해박한 지식과 연륜이 물씬 느껴지며, 전체 줄기 속에서 사건 사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상당히 객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역사학자로서의 식견과 일제강점 때부터 살아본 사람만의 경험이 녹아 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최근 한국사 책의 경향은 어떤 '사관'을 보여주는가로 기어울지고 있는 듯하다. 같은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관건이지 사건의 연대순 나열은 이제 흥미의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바람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럴 때 이처럼 연륜 있는 분의 견해는 편향성을 더는 한 방법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두 권의 두껍지 않은 책 속에 인류의 발생에서부터 노태우 정권까지를 다루다보니 읽는 맛이 급하고 세세하거나 찬찬히 일러주는 맛은 없지만 흐름을 짚어주는 점에서 호감이 간다. 다른 역사책으로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난 뒤 이 책을 읽으면 맛이 배가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소개에서 이야기하듯이 지배층보다는 민중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시선이 신선하고 좋았다. 조금 과장하면 민중사처럼도 읽힌다. 그런 면에서 특장점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깎아버리는 것. 바로 무성의한 혹은 잘 몰라서 그런 것일까 싶은, 편집이다. 디자인의 틀은 비교적 갖추어졌으나 한마디로 교정을 보지 않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문장이 허술하다. 하도 분통이 터져서 일일이 교정보듯이 오자를 골라내 가며 읽었는데 수십 자가 발견됐다. 게다가 <좀 더 생각해 보아요> 난은 줄곧이다시피 '했어요' 투와 '했다' 투가 뒤섞여 있다. 또, 어려운 말을 걸러내는 기능이 거의 전무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쉬운 역사책'이라는 기획의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이화 저자의 말맛이 고풍스럽기도 하지만 그걸 독자에게 맞춰 편집자들이 걸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딱 하나만 예로 들겠다. 일체죽시(2권 187쪽 좌우합작의 7원칙 5번)는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일체 중지를 잘못 쓴 말일 텐데, 이 말 또한 쉬운 국사책에 그대로 옮기기에 적합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내용이 광고한 것과 달리 쉽지 않았고, 무성의한 편집 때문에 책의 내용이나 디자인과 별개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책. 이이화라는 이름 값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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