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와 미얀마 사이 - 미소의 나라 버마와 군사정권 미얀마 양극단의 두 세계를 위태위태하게 걷는 여행
세가와 마사히토 지음, 정금이 옮김 / 푸른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우리집에 온 지 여러 날. 나는 버마 또는 미얀마에 관한 골치 아픈 이야기들이 들어 있으리라 짐작하고 지레 겁을 내며 펴보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일로 심사가 복잡하여 더 이상 마음 쓰기 싫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버마와 미얀마 사이>를 펼쳐 들었으니 골치 아픈 일이 조금은 해소된 걸까. 

아무튼, 자칫 아예 들춰보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아찔한 기분이 책을 읽으며 들었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재미라고 하면 무슨 우스갯소리가 적혔나 오해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재미란 지적, 감성적 호기심의 충족의 의미에 가깝다. 아니, 아시아 혹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일었다고 해야 하나.  

그간 버마가 미얀마로 이름을 바꿨다는 걸 아는 것 정도 외에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최근 뉴스에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그렇구나.'하는 조금의 안타까움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인 세가와 마사히토와 함께 이라와디 강을 따라 버마의 이곳 저곳을 다니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마치 우리나라와도 같이 서구 열강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일본의 군국주의에 휘둘리고, 이어 군정의 폭압 아래 <1948년>의 그것과도 같은 감시 하에 신음하는 그곳. 숱한 소수민족의 항쟁과 굴복과 아픔이 서린 곳. 맨발로 버마의 온갖 곳을 헤집고 다니며 듣고 기록하고 찍어 온 저자의 필사의 노력 덕분에 나는 마치 버마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매서운 역사의식과 국제감각을 곳곳에서 펼쳐 보이면서도, 버마 사람들의 순박함과 관대함과 미소를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미지의 독자로 하여금 버마에 대한 호의를 듬뿍 심어주었다. 그가 일본과 한국과 중국에 대해 드문드문 이야기하는 걸 읽으며 움찔 움찔했다면 뭔가 내 속에 알면서 행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버마에 대해 다루면 '문제점'만 나열하거나 '아름다운 풍광'만 소개하기 쉬움을 지적하면서 매력과 문제점을 동시에 드러낼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데, 읽은 이의 소감을 말하자면 그의 의도는 대성공이다. 그저 여행서인 것 같은 분위기로 글을 이끌어가면서 군데 군데 문제점을 찔러넣는 저자의 노련미가 진정성을 더욱 빛내주고 있다. 

우리에게 버마는 그저 동남아시아의 빈국으로서, 어디까지나 관심 밖인 걸까? 아마 그렇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간명한 구성에 참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 뭐라 소개하기 힘들지만 그저 재미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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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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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6 1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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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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