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니의 정체는 뭘까…….
한 동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그냥 불쑥 생각 날때마다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요즘처럼... 그 언니는 과연 누굴까…….
그 언니는 정체가 뭘까…….
평생 미스터리로 기억될 그 언니…….
난 초등생활이 참 좋았다. 그래서 중학교 들어간다는 게 불안하고
걱정이 되고 마음이 설레고 그랬었다.
중학교 들어간 첫날에 생긴 일이다.
첫 수업을 앞두고 교과서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2학년 선배 다섯명이
우리 반으로 쳐들어 왔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다섯명 선배들…….
나는 처음보는 얼굴들인데 그 선배들은 나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었다는 것.
나를 보더니 바로 욕을 하면서 무릎 꿇고 빌라고 하는 것이다.
난 어이가 없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섯명 선배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반 친구들은 걱정이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고…….
친한 친구가 걱정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내가 선배들에게 그랬다.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하느냐고 했더니
야 선배한테 왜 반말이냐고 존대말 써 그러는 걸 난 그리 못한다고 했다.
선배면 선배답게 행동하라고 했더니 화를 내는 것이다.
한 선배가 화가나서 옆에 있는 걸상을 발로 차더니 발이 아팠던지 껑충껑충 뛰면서 아프다고
울상이 된 얼굴을 본 우리반 친구들은 그만 웃고 말았다.
다른 선배가 큰소리로 조용히 해! 너희들 웃었어? 다 죽었어~
그러더니 나를 째려보면서 너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러는 것이다.
그 때 첫수업 시작 종이 울렸다.
다섯명 선배들은 종 소리에 놀라서 도망을 치고 그 중 한명이 나를 보고 점심 시간에
화장실로 와 하고는 창문으로 도망가다가 그만 창문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다리를 절뚱거리면 도망가는 모습이라니…….(우리반 교실이 1층이라서 다행이었다는 것.)
친구들이 말렸다. 가지 말라고……. 난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선배들이 무엇 때문에 나를 미워하고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친한 친구는 담임 선생님께 알릴까 하는 걸 말렸다. 점심 시간에 화장실에 갔더니 다섯명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가 먼저 와서 기다려야 하는냐고 화를 내는 다섯명……. 무릎꿇고 빌든지 아니면 우리한테 맞아볼래 하는 걸 난 이유를 대라고 따졌다.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한다고 했다. 이유를 알아서 뭐하냐고 하면서 다섯명이 나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그 때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이쁜 여학생이 들어왔다. 머리도 어찌나 길던지 탐이 났었다. 그런데 다섯명이 그 이쁜 여학생을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불안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알고 봤더니 그 이쁜 여학생이 3학년 선배였다. 그 언니는 다섯명을 보고나서 나를 보더니 괜찮아? 맞았니? 묻는 것이다. 난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 언니가 다섯명한테 다시 한번 ○○를 괴롭히면 너희들 나한테 혼날 줄 알라고,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봐 줄테니 당장 사라져 하니까 다섯명은 인사를 하고 도망을 치는 것이다. 그 뒤로 난 2학년 선배들이나 3학년 선배들한테 괴롭힘을 안 당하고 학교생활을 했지만……. 나중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난 궁금했다. 그 언니가 어떻게 나의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알고 있는지……. 그 언니한테 물었더니 같은 동네에 산다고만 하고는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 뒤로 내가 가는 곳마다 그 언니가 있었다. 설날을 앞두고 그 언니가 처음으로 우리집에 왔었다. 방앗간에 가는데 같이 안 갈래? 그러는 것이다. 난 할매를 봤다. 그런데 할매가 그 언니를 보더니 인상을 찡그리고 화가 난 목소리로 그 언니한테 혼자 가거라. ○○는 못 간다. 언니는 할매 말에 한숨을 쉬고는 나보고 다음에 함께 가자 하고는 가 버렸다. 할매가 나를 보더니 꼬치꼬치 묻는 것이다. 어떻게 그 언니를 알고 있는냐고. 그래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할매는 한숨을 쉬고는 그 언니랑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나한테 안 좋다고…….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그 언니가 나를 도와 주었는데...이 말을 하려고 했는데 어두워진 할매의 얼굴을 보고 말을 못했다. 내가 가까이 안 가려고 했지만 항상 그 언니는 나의 곁에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가끔씩 궁금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물으면 답을 안 주는 그 언니…….
시험기간이라서 친구랑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밤 늦게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언니가 내 곁에서 걷고 있었다는 것.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온 몸이 차가워지고 등 쪽에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 전에는 못 느낀 것인데……. 지금도 그렇다. 누가 죽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내 등 쪽에 싸늘한 한기를 느낀다. 그리고 온 몸이 추워진다. 그 밤에 그 언니를 본 난 더욱 놀란 나였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맨발에 잠옷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탐 스럽게 생각했던 그 언니의 긴 머리는……. 무서웠다. 그 언니는 집까지 바래다 줄까 하는 걸 난 괜찮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랬더니 잘 자 하고는 언니는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 가는 언니를 보고나서 집쪽으로 마구 뛰었다. 할매하고 부르고 싶었지만 깊은 밤이라서 그러지를 못했다. 할매는 잠 안 자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핏기가 없는 나를 보더니 할매는 아무 말 없이 발가락과 손을 따 주었다. 그 뒤로 난 그 언니를 피해 다녔다. 하지만 그 언니는 항상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언니가 사라졌다…….
누굴까……. 그 언니 정체가 뭘까……. 그냥 생각이 날 때마다 정체가 뭔지 궁금하지만 솔직히 알고 싶지 않는 나다. 이렇게 생각이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잊어버릴 때가 있다. 잊어야 할 건 잊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