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로 살 뿐 1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1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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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얻은 깨달음과 삶의 의미들,

그렇게 여행은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카투사 출신에 게임을 좋아하는 스님이라니. ‘카투사’와 ‘게임’ 중에 그 어느 쪽도 평소 생각해왔던 ‘스님’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뭔가 남다르다는 건 확실하다. 인연 따라 자연스럽게 살자, 최선을 다하지 말자, 적당히 건강하고 적당히 행복하자는 삶의 신조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두루마기에 삿갓을 쓰고 세계 일주를 다니는 모습 역시 예사롭지 않다. 바로 『다만 나로 살 뿐』의 저자, 원제 스님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묵은 경전 글귀가 아닌, 고요한 선원 좌복 위에서만이 아닌, 삶이라는 생생한 터전에서 자신을 내던져 보는 것. 그리하여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해보는 것. 절 밖에서, 기왕이면 세계라는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봄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또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나가는지 스스로를 시험해보고자 한 결심도 보통의 것은 아니었을 테다. 때문에 『다만 나로 살 뿐』은 스님이 쓴 여행기 혹은 수행기라 했을 때 떠올릴 만한 느낌과는 사뭇 다른 데가 있다. 격을 낮추되 가볍지 않고, 거리낌이 없으나 흐트러지지 않는 스님의 모습과 꼭 닮아서 픽, 하고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 새 마음을 탁 치고 올라오는 깨달음이 그곳에 있다.

 

 

 

앎보다 삶이 훨씬 중요하고, 배움보다 익힘이 더 값지다는 깨달음

 

 

 

   스님에게 있어서 불교란 모든 만남과 소통의 시작이며 중심이다. 불교 신자나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불교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자연 풍광이나 체험보다 사람과의 교류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기록한 글들이 유독 마음을 끈다. 특히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시도한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사람들, 우연히 여행지에서 대화를 나누다 닿은 인연들과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검안사로 일하다 은퇴한 뒤 세계 일주 중인 피에르와의 만남이 인상 깊다. 미국인이지만 불교인이고 나름의 방식대로 선 수행을 하고 있었으며, 카우치서핑 멤버로 커피를 무척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그보다 나이, 국적, 살아온 과정, 하는 일 모두 떠나 마음으로 가깝게 느끼고 각별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훗날 위암 선고를 받았노라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피에르에게 애써 담담히 소중한 친구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대목을 읽다보니, 삶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명제 앞에서 때로는 단순해질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스스로 돌이켜보는 하나의 수행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피에르와 몸뚱어리는 비록 죽음으로 인해 단절되었을지언정 끝없는 흐름으로 살아갈 우리에게 죽음은 곧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는 스님의 말씀은 죽음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닐 것인가 대해 얼마간 생각하게 만든다.

 

 

 

“스님,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요. ‘내가 풍경 그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풍경이 되기도 한다’라는 말이요.”

문득 놀랐습니다. 속담이지만 마치 수행의 과정이나 결과를 묘사한 말처럼 들리기도 했던 탓입니다. 내가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풍경을 그리는 나 자신마저도 풍경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허공이 나를 보아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허공으로서의 안목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에 대한 집착이 사라져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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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샹그릴라에서 만난 독일인과의 이야기는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그 독일인은 사람들에게 세계 곳곳의 독일 대사관 위치를 알려주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애석하게도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호스텔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를 기피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하던 그는 때마침 스님이 긴 시간 동안 대화에 응해주자 무척이나 행복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스님은 그때 그의 맑아 보이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어떻게 사람이 저리도 맑은 빛을 내보일 수 있을까 궁금했단다.

 

 

 

   그런데 다음 날, 누군가가 그 독일인이 새벽에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페이라이쓰까지 와서 메이리설산의 일출도 보지 않고 돌아간 바보”라고, 그런 바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이를 바라보며 스님은 일반 상식 수준에서 그 독일인은 제대로 여행을 계획할 줄도 모르고, 여행의 묘미를 즐기지도 못하는 바보로 비쳐졌을지 모르겠으나 ‘인간이 불행한 것은 정상이라고 규정하는 그런 관념과 기준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고 넌지시 생각한다. 체면이라는 상식이 없기에, 효용이라는 분별이 없기에 설혹 메이리설산의 일출을 보지 않고 다시 고된 길을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아쉬울 게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어쩌면 정작 바보는 이 분별심을 그토록 소중하게 껴안고 살아가는 우리일지도 모른다고. 덕분에 나는 내가 정해놓은 관념과 기준에 따라 타인을 구분하고 성격을 지은 것은 아닌지 스님의 말씀을 통해 반성해보게 된다.

 

 

 

끓는 데 필요한 열량보다 공기 중으로 완전히 녹아들어가는 데에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하듯, 새로운 앎을 얻는 것보다도 그 앎이 삶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학습, 곧 배움과 익힘입니다. 배움의 결과는 앎이지만, 익힘의 결과는 삶입니다. 그 앎이 삶으로서 온전해지기까지는 배움보다 훨씬 많은 익힘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앎보다 삶이 훨씬 중요한 것이고, 그렇기에 배움보다 익힘이 더 값지고도 긴요한 노력이라고 말입니다. / 180p

 

 

삶이 자신의 책임이듯 그 사람을 바라보는 안목도 온전히 자신의 책임입니다. 서른이란 그러한 나이입니다. 자신의 안목을 다시금 돌이켜보아야 하는 것이지, 더 이상 남 탓만을 할 수는 없는 나이입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삶과 사람을 보는 안목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만 하는 나이라는 것입니다. / 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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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유럽 여행 중에 가방과 지갑을 도둑맞은 일화, 세계 일주 중에 찾아온 여행 매너리즘, 그라나다에서 피자 주인 가게가 내민 신문에 실린 스님의 모습(이것이 스님 플렉스) 같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수록되어 있다. 스님이 쓴 여행기라 하면 고루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냐는 편견이 있을 수도 있는데, 여행에세이처럼 가볍게 접근하기에도 충분히 좋을 만한 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가기 쉽지 않은 요즘, 나에게 있어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이 기회에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음 2권에서는 또 어떤 여행기와 깨달음이 담겨 있을까. 편안하게 따라가는 마음으로 2권으로 이어가보려 한다.

 

 

 

이 도서는 ‘수오서재’로부터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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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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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사고가 일어나면 안 되는 곳, 개성 공단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다!

남한과 북한의 경계, 제3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

 

 

  “우리 회사 직원으로 채용할 테니까 개성 공단에 가서 범인을 좀 찾아줘.”

  헌병 부사관 출신으로 민간 사업자(흥신소)를 운영하고 강민규는 어느 날, 큰 삼촌 원종대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는다. 원종대는 개성 공단에 입주해 있는 자신의 속옷 공장의 원자재와 완성품이 자꾸 없어지는 것에 대해 이렇다 할 손을 쓸 수 없어 막막한 상태였다. 개성 공단은 입주 업체의 사장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CCTV를 달거나 북한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으로부터 개성 공단에서 만든 물건을 조직적으로 빼돌려서 암시장에 유통시킨다고 의심을 받고 있었으니,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강민규를 찾아 온 것이다.

 

 

 

   그날 이후, 강민규는 개성 공단 관리 과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개성 공단으로 향한다. 간단한 사전 교육과 통관 절차를 걸친 후에 차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바로 그 곳. 칙칙한 회사 점퍼나 등산복 차림의 대한민국 사람들과 작업복 차림의 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서 걸어가는, 대한민국의 여느 중소도시와 다를 바가 없는 개성 공단. 2미터 높이의 이중 펜스가 쳐진 개성 공단의 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강민규는 개성 공단으로 진입하면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은 물론, 입대 후에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전역할 때까지 북한은 무섭고 두려운 적이었으며,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할 존재였다. 그런데 이렇게 북한 땅에 지어진 개성 공단에 들어와서 일을 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 두 눈으로 보고 직접 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남북한이라는 특수한 관계의 괴리감 사이에서 강민규는 어렴풋이 현기증을 느낀다.

 

 

 

“개성 공단 증후군이라고 알아?”

“그게 뭡니까?”

“거기 들어가면 멀쩡하던 사람도 혈압이 높아지고 불면증에 시달려. 혈압ㅇㄹ 재면 여기보다 10에서 20 정도 올라가거든. 베개에 머리만 대면 3초 지난 다음부터 코를 골면서 자던 사람도, 거기서는 수면제가 없이는 잠을 못 자지.” / 17p

 

 

“너무 가깝지?”

“생각보다 훨씬 가깝네요.”

“사실 개성 공단의 최고 장점은 낮은 인건비가 아니라 서울과 엄청 가깝다는 거야. 차로 한 시간이면 도착하거든.”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엄청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 / 23p

 

 

 

 

 

 

   강민규는 곧바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원자재와 완성품을 빼돌리고 있는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장부는 눈가림으로 만들어놨을 뿐, 입·출고 날짜랑 수량이 엉터리로 적혀 있으며 원자재와 완성품 수량도 교묘하게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 채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느닷없이 나타나 공장 내를 들쑤시고 다니는 강민규를 공장의 직원들이 곱게 볼 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 강민규는 건드리면 좋을 게 없다는 협박에 가까운 소리를 듣기도 한다. 때문에 강민규가 국정원이라는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던 유순태 법인장과 강민규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고, 바로 그 날 밤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유순태 법인장이 자신의 숙소에서 살해를 당한 것이다. 일말의 주저함이나 두려움 없이 정교하게 계산된 듯한 살인 그리고 면식범인 듯한 자의 소행. 결국 범인은 여기 공장 내에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 그렇게 강민규는 사건 현장의 특이성을 눈으로 훑으며 날카로운 감각으로 추리를 시작하려는데, 사회 안전원들이 들이닥치며 강민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체포한다.

 

 

“기묘한 곳이네요.”

“가끔은 이곳에 있다 보면 유령이 되는 기분이야. 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눈에 안 보이는 것처럼 대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북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지만, 한편으로 그들 입장에서 우리는 없어야 되는 존재지.” / 40p

 

 

  “여긴 사고가 나면 안 되는 동네야.” 원종대 사장의 대사가 암시하듯 대한민국도 북한도 아닌 제3의 도시, 개성 공단에서는 그 어떤 사고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이, 그것도 공장장인 유순태 법인장이 살해되었다. 이렇듯 『제3도시』는 남과 북이 유일하게 공존하는 공간이자, 아슬아슬한 외줄과도 같은 개성 공단이라는 무대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쫓는 추리소설이다. 공장의 물건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외부로 유출되는 원인을 찾으러 개성 공단에 온 강민규가 뜻밖의 살인범으로 내몰리면서, 스스로 살인 혐의를 벗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가는 내용이다. 개성 공단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의 특수성, 그 배후에 짙게 깔려 있는 남북한의 정치적 관계, 난제에 가까운 살인 사건이라는 삼박자가 교묘하게 어우러져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뜻밖의 죽음 앞에서 그는 할 말을 잊었다. 어떤 죽음은 낯설고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하지만 그가 눈앞에서 직면한 죽음은 특히 더 낯설었다. 북한 속의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 공단은 그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죽음은 더더욱 그러했다. / 83p

 

충동적으로 벌인 것이 아닌 이상 살인은 거미줄처럼 얽혀 버린 감정 때문에 벌어진다. 개성 공단에서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분명 이 폐쇄된 지역과 연관이 있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 135p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위기에 몰린 강민규가 추리를 통해 자신의 혐의를 벗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스릴과 호위총국 오재민 소좌와의 수사 공조,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의 반전들이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개성 공단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비교적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게 담아낸 작가의 내공이 그럴 듯하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다수의 발표하고 있는 작가의 이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제 막 그의 작품 하나를 읽었을 뿐이지만, K-스릴러라는 장르를 이끌어갈 작가로 그의 이름을 자주 마주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 도서는 ‘스토어하우스’로부터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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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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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들에게 주어진 아주 특별한 오디션!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삶에 대한 자세를 일깨워주는 청소년 소설!

 

 

  전작 『구미호 식당』이 그러했듯, 『저세상 오디션: 구미호 식당2』에서도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판타지라는 소재를 통해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끌어낸 점이 돋보인다. 전작의 경우, 죽음을 앞둔 두 주인공이 이승에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사십구일의 시간을 얻음으로써 삶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소중함을 깨달았다면, 이번 작품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들’이 아주 특별한 ‘저세상 오디션’을 치름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세상에 이런저런 오디션은 들어봤지만, 저세상을 가기 위해서도 오디션이 필요하다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버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완전한 죽음조차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법, 박현숙 작가는 영원히 구천을 떠돌아야 하는 신세가 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를 저세상 오디션이라는 독특한 발상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시간들이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허락된 세상과 죽은 자의 세상 사이의 경계에 있는 곳. 그곳으로 얼마의 시간을 걸어왔는지, 어느 정도의 거리를 걸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만큼 지친 모습을 한 열세 명의 일행이 도착한다. 저 멀리 산 중턱으로 구름이 유유히 흐르고 가끔 무지개가 떠오르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 그들의 목적지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들 앞에 나타나 길을 지나갈 수 없다고 막아선다. 심지어 ‘6월 12일 광오시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 열세 명의 일행’들은 저세상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디션에 합격해야 한다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무슨 말이기는, 말 그대로지. 당신들은 당신들에게 주어진 그 귀하디귀한 시간을 헌신짝 내팽개치듯 버린 사람들이란 말이야. 그런데 시간 타령을 하다니. 당신들은 ‘시간’이라는 말을 입게 올릴 자격 없어.” / 10p

 

 

“세상에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심판을 하지. 그것은 정해진 시간을 모두 살고 온 사람이나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서 오게 된 사람이나 모두 똑같다. 시간을 꽉 채우고 돌아오는 사람들은 이 길 대신 이 세상과 저세상의 중간에 놓인 강을 건너지.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차버리고 배신한 사람들은 이 길로 오게 된다. 이 길로 온 사람들은 무조건 저곳으로 갈 수는 없다. 심판을 받는 곳까지도 쉽게 갈 수 없다는 말이다.” / 13p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차버리고 배신한 사람들은 저세상에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 일행은 술렁인다. 그 중에서도 나일호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을뿐더러, 그저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딱 한 번, 낡은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친구 나도희를 구하려다 엉겁결에 함께 죽게 된 것이다. 뭔가 잘못된 거라고, 저는 억울하다고 하소연도 해보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10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과하는 것. 개인별로 지정된 심사위원을 울려야만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다.

 

 

 

 

 

 

   그렇게 혼돈의 오디션은 시작되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춤을 추기도 하며 심사위원을 울려야 하는 이 황당한 오디션에 참가한다. 하지만 갖은 노력을 다해 봐도 통과는커녕 점점 매서워지는 추위와 마른천둥의 공포에 견딜 수 없던 일행들은 빠른 속도로 지쳐간다. 그나마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 끔찍한 곳에 영원히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잠시나마 떨쳐보는 것만이 작은 위안이 될 뿐이다. 1차, 2차, 3차… 계속 이어질 것 같던 오디션은 어느 새 마지막 오디션을 향해 속절없이 흘러가고, 모두들 더 이상은 희망이 없을 것 같다며 자포자기하려던 찰나에 이야기는 뜻밖의 국면을 맞이한다. 나일호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 오류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다시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세상에 나가는 선별에서 탈락한 수많은 영혼은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리며 한 번씩 통곡하기도 하지. 그런 날이면 통곡 소리로 세상이 흔들리고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하지만 그들을 말리지는 않는다. 통곡을 멈추라는 말을 못 한다. 오죽하면, 오죽하면 저리 슬프게 통곡을 할까, 이해하고 미안해한다. 생명을 얻어 세상에 나가지 못하면 그들은 형체도 없이 수천 년, 수억 년을 떠돌며 살아야 한다.” / 36p

 

 

“너희들은 착각을 했다. 너희들이 살던 세상을 떠나면 문제가 해결되고 안락하고 편안한 세상으로 단숨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 착각으로 멍청한 선택을 한 거고 말이다. 너희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는 길을 통과하지 못하고 여기에 남게 되면 절실히 느낄 거다.” / 59p

 

 

 

   이제 나일호가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일행들은 저마다 생전에 남기고 온 것들에 대해 그에게 부탁하기 시작한다. 비록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은 사람들이지만 어느 누구하나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인해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이들이었기에 나일호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보다 더 절실해지는 것을 느낀다. 자신만이 아니라 이들을 위해서라도. 과연 이 구구절절한 사연과 부탁들을 나일호는 들어줄 수 있을까? 그는 정말로 살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펼쳐진다.

 

 

 

“참 답답한 소리를 하는구나. 너희들이 살았던 그 세상에서 사정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참아내며 견디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며 그 시간 안에서 좌절할 때도 있고, 절망할 때도 있지만 또 다른 희망과 행복을 찾기도 한다. 나는 세상에 나가는 영혼들에게 살다 올 시간을 부여할 때 어둠과 같은 막막한 시간만을 넣지는 않았다. 견뎠어야지. 참아야 했다. 여기에 온 사람들 중에 딱 한 시간만 더 참았어도 기쁨을 맞이할 사람도 있었다.” / 135p

 

 

“지금 이런 말씀 드리기는 참 그렇습니다만, 애초부터 불쌍하다, 가엾다, 이런 측은지심을 가져서는 안 되었습니다. 마천님께서 오디션이라는 절차를 만들어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그런데 그 노고를 아무도 몰라주고 있지 않습니까? 이 기회를 귀한 줄도 모르고, 죽을 둥 살 둥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되니 안 되니, 스스로 포기하고 좌절하고……. 보기 참 딱합니다. 게다가 약점을 잡아 협박까지 하고 말입니다. 그저 주어진 시간을 차버린 대가를 치르게 두어야 했습니다.” / 159p

 

 

 

 

 

 

   “부디 너에게 남아 있는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라.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저세상 오디션이라는 황당하고 발칙한 소재로 주목을 끌지만, 사실 이 소설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벼랑 끝에 내몰려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붙잡아주고 싶은 간절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지지 않으며 살다보면 다시 웃는 날도 오는 법이라고, 그 안에도 또 다른 희망과 행복을 발견하는 법이라고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고 좌절하기 쉬운 여린 청소년들의 마음이 이 책으로 하여금 단단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또한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시간을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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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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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꿀 수 있다는 건 행복한 거야!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신비한 마법의 묘약을 삼킨 것 같은 아름다운 동화! 

 

 

 

“손님, ‘옛 친구를 만나는 꿈’은 어떠세요? 2층 추억코너에 딱 하나 남았어요! 네? 어떤 친구가 나오냐고요? 그건 저도 모른답니다. 아마도 손님 기억 속에 있는 어릴 적 친구 중 1명이 나올 거예요.”

“몰디브에서 3박 4일 휴가 보내는 꿈‘은 들어오자마자 다 팔렸어요.”

(…) “전 층 전량 매진 임박. 매진 임박입니다!” / 41p

 

 

 

   이곳은 먼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수면에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발달해온 도시다. 잠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요리를 판매하고 있는 뒷골목의 푸드트럭, 잠든 손님들이 옷을 훌렁훌렁 벗고 다니지 않도록 100벌이 넘는 수면용 가운을 짊어지고 손님들을 쫓아다니며 옷을 입히는 녹틸루카들. 그 중에서도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이 도시의 랜드마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꿈 백화점은 손님들에게 꿈을 판매하는 곳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1층에서는 아주 고가의 인기상품, 한정판, 예약상품들만을 소량 취급하고, 2층에서는 소소한 여행이나 친구를 만나는 꿈 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 등 평범한 일상에 가까운 꿈들을 판매한다. 3층은 하늘을 나는 꿈과 같이 액티비티한 꿈을, 4층은 잠을 많이 자는 동물들과 온종일 잠만 자는 아기 손님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마지막 5층에서는 유효기간이 임박하거나 예약해놓고 가져가지 않은 꿈을 할인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한꺼번에 쏟아놓은 꿈 박스 속에서 운이 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상당히 좋은 꿈을 건질 수도 있다.

 

 

 

   페니는 젊은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은, 바로 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수준의 연봉, 각종 인센티브 제도, 기념일에는 고가의 꿈을 무료로 제공하는 세심한 직원 복지까지. 일자리로서의 장점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달러구트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영광에는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달러구트의 혈통과 도시의 기원이기도 한 그의 먼 조상에 대해 알고 있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꿈을 파는 상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달러구트는 딱 필요한 만큼만 꿈꾸게 하고 늘 현실을 중요시 여기며 꿈 그 자체보다 그것을 꾼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페니는 그와 함께 일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층에 있는 모든 꿈은 내가 하나하나 직접 검수해서 들여온 최상의 작품들이야. 난 이렇게 좋은 꿈들을 손님들이 멋대로 사가서는, ‘에이 개꿈이네’ 하고 불평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어. 반드시 기억해둬. 아무한테나 팔면 꿈값을 못 받아.” / 45p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그건 확답 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주문한 꿈을 제대로 수령하시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할 일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매일 밤 꼬박꼬박 최대한 깊은 잠을 주무세요. 그게 전부랍니다.” / 69p  

 

 

  달러구트와 웨더 아주머니를 도와 1층에서 일하게 된 페니는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을 사러오는 그녀, ‘자신이 죽은 후 가족들에게 보내지는 꿈’을 주문제작하러 온 손님, 악몽을 꾸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 원하는 꿈(vision)에 다가가고 싶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어 괴로워하는 한 남자 등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찾아 꿈 백화점을 찾은 손님들을 만난다. 그러는 동안에 꿈이 누군가에게는 현실을 극복하는 길을 열어 보이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며, 닫혀 있던 관계를 열어 보이는 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점차 알아가게 된다.

 

 

 

“좋아하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란다. 그 끝이 짝사랑이든, 두 사람의 사랑이든, 우리의 역할은 그걸로 충분하단다.”

“짝사랑이 아니면 좋겠어요. 너무 슬프잖아요.”

“네 말대로 꿈은 꿈일 뿐이잖니? 현실의 그녀를 믿어보자꾸나.” / 87p

 

 

“내 판매 방식이 이상한 것 같니?”

“사겠다는 손님에게는 팔지 않고, 안 사겠다는 손님에게는 굳이 손에 쥐어서 보내시니까요.”

“아가냅이 만든 예지몽은 미래를 보고 싶어 하는 손님에게는 실망스러운 상품이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던 손님에게는 뜻밖의 작은 선물이 되거든.” / 115p

 

 

“정말 싫은 기억이기만 할까요?”

손님들이 일제히 달러구트를 바라봤다. 또 무슨 얘기를 하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표정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144p

 

 

 

 

 

 

   이렇듯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의 직장인 달러구트의 백화점에서 일을 하게 된 신입사원 페니가 꿈을 판매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소설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곳곳에 배치된 판타지 요소들이다. 각 층마다 손님들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꿈을 판매하는 달러구트의 백화점을 중심으로, 후미진 골목의 음침한 곳에서 악몽을 만드는 막심, 태몽과 예지몽을 만드는 전설의 꿈 제작자 아가냅 코코, 12월에만 한정 판매하는 꿈 제작자 니콜라스, 하늘을 나는 꿈을 만드는 레프라혼 요정들, 손님들이 올 시간을 미리 알기 위해서 특수 제작된 단골손님들의 눈꺼풀 저울 등 비밀스럽고 신비한 판타지의 요소들이 이 꿈의 도시를 정교하게 이끌어간다. 덕분에 ‘꿈’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는지, 늘 아슴푸레하게 매만져지지 않았던 꿈이 얼마나 유쾌하고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하고 설레었다.

 

 

 

“항상 꿈의 가치는 손님에게 달려 있다고 하셨는데…. 아하, 그렇군요. 손님이 직접 깨닫느냐 마느냐의 차이예요. 직접 알려주는 것보다 손님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꿈이 좋은 꿈이에요.”

“그렇지.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우린 그걸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네, 저희가 꿈을 파는 이유가 거기 있죠. 결국 모든 건 손님들에게 달린 거니까요. 제 말 맞죠?” / 154p

 

 

“그 꿈은 이미 다 손님 머릿속에 있던 겁니다.”

“정말요?”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 231p

 

 

 

 

 

 

   이 겨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전하는 따뜻하고 감동적이며 신비한 마법의 설렘 한 병을 마셔보시길 추천 드린다. 그리고 늘 품고 품어도 아깝지 않을 사랑하는 사람을 꿈에서 만나시기를. 현실의 괴로움을 잊고 또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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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 대한민국 1등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노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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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혁신의 마케팅으로 나를 브랜딩하라!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가 전하는 성공적인 브랜딩 법칙!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노희영’이라는 이름 석 자는 잘 몰라도 그녀가 개발했거나 리노베이션한 브랜드의 이름은 대부분 알 것이다. 비비고, 마켓오, 계절밥상, 백설, CGV, 올리브영, 갤러리아 백화점,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햇반, CJ오쇼핑 그리고 영화 <광해>와 <명량>, <설국열차> 등등.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거나 한번쯤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공간들, 이 모두가 노희영의 손을 거쳐 간 브랜드다.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후 오리온 롸이즈온 콘셉트 개발담당 이사, 오리온그룹 부사장, CJ그룹 브랜드 전략고문, YG푸즈 대표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비앤어스, 식음연구소, 넥스트에이드 대표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다. 도대체 그녀에게는 어떤 특별한 비밀이 있어서 이 많은 브랜드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일까.

 

 

 

가능한 만큼의 성공이 아닌

꿈꾸는 만큼의 성공을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있다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은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컨설턴트 노희영의 30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마케팅 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현하는 방법에서부터 트렌드를 주도하는 방법, 위기가 닥쳤을 때 해야 할 일을 찾음으로써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방법, 나아가 성공하는 브랜딩 법칙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하면서도 미시적인 관점에서 치밀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남다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브랜딩에 관한 현장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퍼스널 브랜딩, 즉 우리는 ‘나를 표현하는 것’부터 이미 브랜딩의 연속인 시대에서 살고 있는 만큼 단순히 개발, 기획, 마케팅이라는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관심을 두고 읽어볼 필요가 있다.

 

 

 

   노희영이 제안하는 성공하는 브랜딩의 법칙 중 하나는 브랜드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자세다. 즉, 브랜드는 자라고, 다치고, 죽기도 하는 유기체적인 생명체로 여기며 마치 아이처럼 끊임없이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의 패스트푸드화를 목적으로 만든 비비고가 바로 그 예다. 비비고를 만들 당시 CJ는 ‘K-소스’를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리려는 취지로 고추장을 내세우려 하고 있었는데, 노희영은 이에 반대하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비빔밥과 만두를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전국의 만둣집들을 다니며 표본을 모으고, 샘플 만두를 100접시나 먹을 만큼 끈질기게 리서치 과정을 거쳤으며, 생산 과정에 있어서도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한 공정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는 맛있는 만두에 대한 집요한 고집과 바쁜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간편조리식에 대한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 기르듯 사소한 것에서부터 모든 것을 세심하게 살피고 계획함으로써 키우고 관리했던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희영은 브랜드 기획자라면,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여기고 시야를 넓혀 360도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를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360도로 시선을 넓혀 A부터 Z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를 기획하고 경영하는 일은 완전히 ‘올어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를 기획할 때 가능한 만큼의 성공, 즉 눈앞의 성공만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거기까지의 과정만 머릿속에 그린다. 하지만 브랜드의 미래는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그려야 한다. / 18p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상품을 어필하고 상품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다. 회사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만 상품을 준비하는 것에서 끝나선 결코 안 된다.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 상품을 팔고 싶게 해줘야 한다. 상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48p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

진정한 브랜딩이다

 

 

 

   그녀가 가진 브랜딩 철학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는 ‘시작할 때 정한 기준에 충실해야지 타협하는 순간 존재 가치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자신이 가진 철학과 고집을 집요하게 밀고 나갈 줄 안다. 제품의 가치는 소비자의 기호를 세심하게 파고드는 디테일로부터 나온다는 그녀의 철학은 ‘음식은 일단 재료가 건강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마켓오 콘셉트가 그렇고, 비비고, 계절밥상, 삼거리푸줏간, 평양일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게 신선하고 건강한 그리고 제대로 된 재료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훌륭한 셰프라 할지라도 결국 그가 사용하는 재료가 그의 실력이 된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요즘, 브랜드를 기획할 때 여기에 어떤 철학을 쏟아 부을 것이며, 그것을 얼마나 잘 지켜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 메시지는 반드시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브랜드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본질을 외면한 채 만들어진 브랜드는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한들 결국 소비자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 192p

 

제품의 콘셉트를 지킨다는 건 자제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과 같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설정할 때, 브랜드의 철학이 만들어진다. 비비고는 비비고다워야 한다. 여기서 ‘답다’라는 말이 매우 중요하다. 그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담은 말이기에 그렇다.

이 말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면서 ‘나다움’을 지켜내기는 쉽지 않다. 언제든 내 주변 사람도 변하고 상황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만큼은 변함없이 간직해야 한다. 결국 나다움이 나를 지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늘 마음에 새겨야 한다. / 195p 

 

 

 

   이 외에도 책에는 노희영의 브랜드가 아닌 ‘우리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리더로서의 자세, 승산이 있는 게임이 아닐 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그 시장을 선점할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자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다. 비록 주변에서 그녀를 ‘마녀’라 부를 정도로 누군가의 시기를 받기도 하고, 정치적 혹은 기업의 논리에 철저히 공격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러 브랜드를 탄생시킨 그녀의 성공 뒤에는 지독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실함, 집요한 추진력과 미시적 감각을 갖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그런 가운데서도 잃지 않아야 하는 연민의 마음. 그것이 이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밀이 아닐까.

 

 

 

트렌드는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작은 파도와 바람에도 흔들리고, 그 방향이 바뀐다. 그래서 기획자는 멀리서 그 배를 지켜보는 게 아니라 트렌드라는 배에 올라 파도를 타고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읽는 게 아니라 트렌드 안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85p

 

 

감각에는 항상 성실성이 뒤따라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사하고 확인하는 성실성이 뒷받침된 아이디어만이 재창조를 낳는다. 감각과 성실성이 정비례된 아이디어만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 법이다.

성실하게 보고 성실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나는 이것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이 기본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 278p

 

 

 

 

 

 

   그간 ‘브랜딩’ 하면 인테리어를 멋지게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각종 이벤트나 상품 개발, 멋진 광고 문구나 네이밍 따위로 생각했던 나로서는 브랜딩이라는 의미 안에 얼마나 많은 세상이 들어있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개인 역시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브랜딩하고 있는지를 고민해보게 한다. 이 책이 기획, 개발, 마케팅, 컨설팅, 경영까지 다양한 노하우 습득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도서는 ‘21세기북스’로부터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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