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쟁이들은 자신이 수집한 그 수많은 책을 다 읽었을까??

<한국의 책쟁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책 쟁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듣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 지 궁금했다. 직장에서 서평단 도서로 온 이 책을 들쳐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래, 바로 이런 집, 이런 서재가 내가 갖고 싶어한 서재야" 소리를 했다.  

내 오랜 꿈은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방 전체를 서재로 꾸미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우리라. 그 서재엔 내가 읽었던 책들, 여전히 읽고 있는 책들, 한때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내용도 가물가물해져가는 책을 다 채워 넣고 읽고 또 읽어야지..  그러면 고향집에 있는 내 책도 다 가져오고..  오빠한테 빌려 준 책도 다 가져와야지. 책장도 새로 짜 넣고.. 뭐 이런 상상을 자주 한다.  

그런데,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전부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무조건 존경!!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들의 책에 대한 사랑과 편력은 감히 내가 꿈꿀 수조차 없는 지경이다. 기껏해야 한쪽 방 벽을 채울만큰의 책을 갖고 있고 읽는 나에 비해 책에 소개된 고수들은 가진 책의 숫자부터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 예를 들자면 1.5톤 트럭 3대 분량 이라거나, 5톤 트럭으로 책을 실어서 도서관에 기증했다거나, 책이 너무 많아서 더 사 넣으면 집이 무너질 거라고 해서 책을 지하실로 옮겼다거나 하는 정도. 

그들 가운데는 물론 책을 가까이 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학자, 시인, 종교인등) 연륜 있는 분들이 많았지만, 뜻밖의 인물들도 더러 끼어 있었다. 예를 들면 우체국장 조희봉님이나 만화 마니아 박지수님, 목재상 김태석님 이런 분들은 여러 가지면에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분들은 별반 나와 다르지 않은데, 이런 책에 한국의 책쟁이로 소개될 만큼의 책을 가지고 있고 읽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냥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중구난방으로 읽는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이 책에 소개된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목처럼 보였다.

모두에게 하루 24시간은 동일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24시간이 48시간이 될 수도 있고, 24시간이 12시간도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실감이 갔다. 직장인이라는 핑계로 일주일에 기껏해야 한 두권 책을 읽으면서도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지는 않았는지 심히 부끄러웠다. 그런데, 한국의 책쟁이들은 자신들이 수집한 책은 다 읽었을까??   

조선 시대 선비 백곡 김득신은 왠만한 책은 거의 만독 이상 했다고 한다. 왜 문득 이야기가 떠오르는 걸까?  

가끔 책이란 임자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소중한 책들을 간직하거나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는 책쟁이들을 보면 인연도 정성과 노력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