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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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핀란드?? 북유럽 어딘가에 있는 먼나라! 사우나를 무지하게 좋아한다고 알려진 곳?? 그 정도가 핀란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핀란드에 터를 잡고 활동하는 한국인 큐레이터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아름다운 디자인을 이끌어 내는 핀란드 디자인에 대해 설명한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디자인 쪽은 전혀 문외한인 나로서는 최근 디자인 추세가 핀란드 디자인이 각광 받는지 어떤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조건 핀란드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추켜 세우는 듯한 저자의 태도가 약간 거슬렸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점점 그런 마음은 사라지고, 점점 핀란드란 나라 자체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삶 자체가 여유롭게 느껴지는 곳, 당장의 눈 앞의 이익보다는 삶을 즐기고 이웃과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살 수 있는 곳, 아름다운 풍광 만큼이나 아름다운 삶과 예술이 충만한 곳, 등등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한 데 뭉쳐 놓은 나라인 것만 같다.
예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카모메 식당]이라는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한 일본 여성이 아무런 연고 없는 북유럽의 도시에 일식당을 차리고 살아가는 내용을 그린 잔잔한 영화였는데, 특별한 내용이 없는데도 그 정갈함, 잔잔함, 따뜻함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영화의 배경이 된 나라도 핀란드였다. 책을 읽다보니, 핀란드 같은 나라라면 낯선 여행객이라도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면에서 우리 나라와 비교가 된다. 핀란드에서는 도시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수 십년, 수 백년을 두고 천천히.. 무엇이 가장 어울리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심사숙고 끝에, 기존의 것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아름다운 변화를 추구한다. 지금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남아 있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 나라의 개발은 그냥 주먹 구구식으로, 당장 호화찬란하게, 편리하게 마구잡이식으로 하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오래된 집들은 다 부수고 아파트를 짓고 전국 곳곳의 하천을 덮었다가 다시 물길을 만드네 어쩌구 하면서 난리를 치고, 4대강을 개발한답시고 강을 다 파 헤치고, 산을 뒤엎고, 논밭을 갈아 없고, 피맛골 같은 옛 동네를 다 부수고 거리마다 보도블록을 일년도 안되서 다 교체하고, 등등... 온통 짜증나는 일, 한심한 일 투성이다. 조급증, 성과주의 때문에 모든 게 엉망이 되어가는 게 우리 현실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멋과 아름다움을 떠올려 보게 된다. 소쇄원에서 보는 것처럼, 청자나 백자에서 보는 것처럼, 한복의 선에서 보는 것처럼, 바람이 통하는 한옥에서 보는 것처럼, 여백의 멋을 알고 있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선조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상의 삶 속에서 그대로 품었다.
그런 조상의 전통을 이어 받은 우리가 어디서 이식된 것인지도 모르는 성급한 성과주의, 외형주의에 빠져서 진정한 우리의 멋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멋과 아름다움을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경탄해야 한다는 게 많이 서글픈 현실이다.
책을 통해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핀란드 사람의 멋과 여유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스스로 무시하고 하찮다 여겼던 아름다운 우리 문화의 전통을 되돌아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책에 소개된 아름다운 핀란드의 디자인 보다 더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장독대에 놓인 된장독의 투박한 아름다움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편협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