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들>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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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 유가에서 실학, 사회주의까지 지식의 거장들은 세계를 어떻게 설계했을까?
황광우 지음 / 비아북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인류 역사는 어느 한순간, 뛰어난 천재에 의해 획기적인 생각이 나오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려 나가기 보다는 변화에 대한 내적, 외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어 졌을 때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경우가 더 많은 듯 싶다.
그런 면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생각은 어떤 면에서는 당시 시대의 요구에 대한 집단 지성의 반영이라고까지 말하면 너무 지나친 걸까?
암튼,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듯 하지만,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파시즘, 유가, 도가, 법가 사상과 실학, 동학 사상등 각 사상의 본질과 그 태동 배경, 역할, 한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서양에서 중세시대가 막을 내리고 상공업이 발달하고 시민 계급이 성장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된 사상은 자유주의다. 재산/ 종교/ 언론/ 결사의 자유를 요구하였던 자유주의 사상은 경제적인 측면에는 자본주의와 결탁한다. 즉,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최상의 상태로 조절되기에 국가나 권력이 최소한의 간섭만 하는 것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법임을 설파했다.
그러나, 19세기가 되면서 도처에서 자유주의의 문제점이 터져 나온다. 말이 자유주의지, 결국 가진 사람들만의 자유를 위해 대다수의 빈민이 희생되는 구조적 문제가 대두되고 그 대안의로 대두된 새로운 사상이 사회주의다.( 물론 그 이전에도 사회주의적 이상이 유토피아나 공자의 대동 세계에 대한 염원등에서 꿈꾸어진 적이 있지만, 현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 마르크스에 의해서이다).
즉 사회주의는 가진 자들의 자유가 아니라, 평등을 요구하는 새로운 사상이었다. 그리고 이 사상을 실제 역사 속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게 소련의 사회주의였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소련의 사회주의 실험은 완전히 실패임이 드러났다. 충분히 자본주의가 성숙하기도 전에 몇몇 엘리트 층에 의해 강제적으로 실시된 사회주의는 결국 프로레탈리아 독재란 미명하에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 숙청 및 경제 퇴보로 인해 실패했다.
소련과 동구권에서 사회주의가 실험되고 있었던 데 비해 서유럽에서는 자유주의의 자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수용되고 있었다. 즉, 국민 대다수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증대되었고,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해 줄 대표를 선출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참정권이 실현되었고, 노조라든가, 사회 취약층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어 갔다. 그러나, 독일이나 이탈리아처럼 국가 통일 자체가 어렵게 된 나라들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파시즘, 즉,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통치하는 극단적 국가주의의 독재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는 600만 유태인의 학살과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을 불러 왔다.
격동의 20세기가 끝난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자유 민주주의가 대세이다. 그러나 과연 세계 곳곳에서 명목 상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가 하는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은 멀다. 또, 사회주의가 주장한 것처럼 평등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자유 민주주의가 완벽한 것은 결코 아니다.
동양의 정치 사상은 크게 유가, 법가, 도가 정도로 분류해 놓았다. 세 가지 사상 모두 춘추 전국시대라는 극도의 혼란기에 그 혼란을 극복할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되었다. 유가 대표라고 할 공자의 가르침은 주나라 시대를 이상적 시대로 삼아 인과 예가 충만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각자 자기의 지위에 맞게 윗 사람은 덕을 베풀고 아랫 사람은 충과 효로서 답하면 만물의 질서가 회복되어진다는 주장이다. 맹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임금 다운 임금이 아니면 갈아엎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러나, 후대로 갈수록 유가 사상은 윗사람에게 충과 효를 지배층의 통치 논리로 이용되었다.
도가의 주장은 이와는 정 반대이다. 충효, 인의, 예지 이런 것들을 강조하는 자체가 그런 것들이 이 세상에 드물기 때문이며, 인위적으로 무엇이든 하면 할 수록 더 혼란스러워짐을 이야기 한다. 무위자연이라고 해서 인간의 본성 그대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파한다.
법가는 아주 현실적이다. 법과 원칙을 명확히 세워 그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란 주장이다. 변방이었던 진나라가 전국시대를 통일하여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법가는 아주 효율적인 통치 원리였지만,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는 유가 사상이(만 백성을 살피는 어버이 같은 임금님의 이미지), 내적으로는 법가 사상이(왕과 신하의 끊임없는 주도권 싸움과 권력 투쟁의 과정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중국을 지배해왔다. 그리고 때때로 권력의 간섭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도가에 뿌리는 둔 세력들이 혼란기마다 등장하곤 했다.
유가나 법가는 기존의 신분 질서를 옹호하고 지배계층의 권한을 강화시켜줄 뿐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키는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실학이나, 동학같은 새로운 사상이 대두되곤 했다. 탁상 공론이나 일삼고, 출세의 수단으로 전락한 유학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상, 혹은 후천 개벽으로 열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지만, 기득권 세력의 단단한 벽 앞에서 결국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버린 동학 혁명까지....
지금 우리 세상이 자유로운가? 우리 모두가 평등한가?
그렇지 않기에, 과거의 사상이지만, 위에 언급한 여러 사상들이 우리 삶 속에서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이런 사상들을 공부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