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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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난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 남들도 내가 느끼는 것들을 똑같이 느낄까? 아니면 나만 특별한 걸까? 같은 문제에 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까? 등등. 나와 너무 다른 남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납득하고 싶은 마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 책들을 좋아한다. 특히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 [설득의 심리학], [블라인드 스팟], 스캇 펙의 저작 등이 내가 좋아하는 류의 심리학책이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이 책..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는 뭐랄까? 제목과 내용이 좀 딴판인 듯 싶다. 전문적인 심리학에 대한 책이 아니라, 40대 전후의 중년 남성이 철저하게 그 시각에 충실하게 쓴 에세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읽히고 쉽게 공감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그냥 직장 동료들끼리 술자리에서 떠벌리는 신변잡기 같다.
남자들도 질투를 한다거나, 40대 가장이라는 위치가 주는 무게감에 힘겨워 하고, 조금씩 나이듦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여전히 여자에 대한 환타지를 가지 싶은, 마음은 여전히 젊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중년의 아저씨이기를 기대받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등등, 보통 중년 남성의 어쩌면 영원히 철들지 않을 여러 가지 심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긴 나도 내 친구들을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 마음속 나이는 여전히 20대 중반인데, 외부에서 기대하는 나이는 이미 40이라고. 아니 어떤 면에서는 마음은 반비례해서 더 어려진다. 친구들 중에는 20대 때 아무 관심도 없었던 꽃미남 남자 연예인들에게 나 늙어서 너무 빠져들게 된다는 친구도 많다.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이제 곧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될거라는 심리적 절박함 때문인 듯 싶다) 괜히 좋은 날은 다 지난 것 같아서 우울하다가도, 막상 길에서 누군가 아줌마! 하고 부르면 울컥 하고 화가 치민다고도 한다.
어렸을 적에는 막연히 어른들은 뭐든 다 아는 줄 알고 뭐든 다 잘 처리하는 것처럼 생각되었었다. 그러나, 막상 한 해 두 해 보내다 보면 어른들이라고 다 쉽게 능숙하게 잘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런 척 역할을 할 뿐, 속마음으로는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고, 자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여전히 혼란스럽고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다만, 그걸 어렸을 때처럼 쉽게 내색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뿐이다.
아마도 내가 다른 사람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또 이런류의 책들이 잘 팔리는 것도 다 그 때문이지 싶다. 상처 받지 않고, 또 누구에게 상처주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법을 배우고 싶고, 좀 현명하게 처신하고 싶고 누구나 이해 가능한 보편적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멋진 남편이 되고 싶고, 동시에 직장 내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책도 한번쯤은 읽을 만할 듯 싶다. 또 그런 남편을 이해하고 싶은 아내들도 가볍게 아, 남자들은 이렇구나 하면서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단, " 심오한 내용을 기대하지 말고 가볍게 읽을 것!! "이런 단서 조항도 같이 붙여 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