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희망이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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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평점 :
벽을 향해 소리쳐도 이것보다는 더 나을 거라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고 있는 소통 부재의 시대에 한국의 존경받을 만한 대표 지성인 12명에게 이 혼돈의 시대, 절망의 시대에 나아갈 길을 묻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 면면이 참 대단하다.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이 걸어가는 좀 쉽고 편한 길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과 영감이 이끄는 대로의 삶을 선택했고, 단지 출세한,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청소년의 롤 모델이 될 법한 사람들에게 우리 시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 이제 1년 반! 약속했던 경제 성장은 커녕 여기 저기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곳곳에서는 비정규직 해고가 자행되고, 국회에서는 맨날 싸우고, 사방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또 그런 곳들에 대한 압수 수색이 여사로 진행되고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방학을 맞아 단기 학원 과외를 위해 상경한 초중고생들로 넘쳐나고, 농촌은 공동화 되어가는 작금의 시대! 그런 시대에서도 우리 사회의 지성들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그동안 성장 일변도로, 그것도 뚜렷한 가치관이나 목적 없이 그저 남보다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뼈 빠지게 일하며 달려왔던 우리들에게 자신의 삶과 우리 모두의 삶을 성찰하고 무엇이 진정 행복한 삶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게 아니라, 공동체적인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 더불어 행복한 삶을 꿈꾸기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는 녹색 평론의 김종철 발행인은 농촌으로 돌아감으로써 새로운 삶의 가치와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돈벌이가 되는 특용 작물을 생산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적 삶과 자연속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농촌임을 역설한다. 생태적 삶! 단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환경론이 아니라, 자연속의 한 일부로서 자연과 더불어 순환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이야기 한다.
또 획일화된 교육에 내맡겨져서 아무 고민 없이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기업에 취직해서 안정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라, 남과 다른 생각하는 하는 개개인에게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역설한다. 정권이나, 사회의 커다란 틀을 한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사회 속에 있는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면서 점차 사회도 더 발전적으로 변해 감을 믿을 수 있기에 이 혼돈의 시대, 좌절의 시대에도 우리 사회의 지성인들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 타자에 대한 연민과 배려를 표현하는 사람들, 자신만의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단지 돈을 벌기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기업을 꿈꾸는 사람들, 자연속의 일부로 존재하기로 결정하는 사람들 이런 작은 흐름들을 이끌면서, 또 지원하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우리들도 변했으니, 당신들도 조금씩 변하라고.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함께 꿈꾸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부익부 빈익빈이 극대화되는 정글 자본주의 체제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 정글에서 벗어나, 진짜 인간다운 삶을 찾을 것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무얼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럼 다 팽개치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나 지으면서 살라는 거야? 그럼 무얼 먹고 사냐고?" 이런 볼맨 소리는 어쩌면 무의미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서중석 교수의 글이 실린 게 의미심장한 것 같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의 분열 양상이 해방 전후 좌/우익 대립이 극심했던 그 시기와 거의 흡사함을 말한다. 우리들의 힘으로 힘들게 얻었던 사회적 가치들이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 앞에 무참히 부서지고 있는 역진의 시대를 바라보는 노회한 학자는 말한다. "역사란 잠시 에둘러 갈 수는 있어도 영원히 퇴보하지는 않는다!"라고 그러니, 이제 우리 희망과 대안적 가치를 이야기 할 때라고!!
바로 지금이 그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물신적 가치, 개인주의적 가치가 아니라, 더불어 행복해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꿔 보자고,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그런 희망을 꿈꾸고 그런 희망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최적의 시기라고 우리들을 설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