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박이문 지음 / 미다스북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이라 하면 일단 어렵다고 생각한다. 난해하고 심오할뿐더러 형이상학적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저 멀리 있는 그 무엇. 엑스파일의 멀더는 항상 말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어쩌면 많은 이들에게 철학이란 저 너머에 있는 외계 생명체와 같은 느낌을 줄 지도 모른다.

때문에 평생을 철학에 바친 노학자의 다정한 물음은 의미심장하면서도 따뜻하다. “나에겐 철학이 있는가, 나는 철학적 사유를 하고 있는가?”철학적 사유는 어린이와 같은 사유라고 말하는 저자는 투명한 진실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한다. 투명한 진실이 곧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크게 실존적 선택과 사회적 규범으로 나누어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은 삶과 죽음, 윤리와 도덕, 고독과 사회, 공평과 부조리, 인권과 주권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주제가 아니지만, 동시에 어느 것 하나 우리 삶과 직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는 살면서 철학적 사유를 무의식중에 맹렬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 방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 때문일 것이다. 생존을 위한 사고, 생존을 위한 행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인간에겐 있다. 관성에 따라 살기도 하지만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선택의 기준은 때론 사회적 규범에 구속되기도 하지만, 온전히 자신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그 어떠한 규범과 가치를 가지고 행동할까. 그 행동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아니 옳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가면 갈수록 어려워진다. 하지만 어느 종교로도 덮을 수 없는 실존적 고뇌와 고독은 결국 인간 스스로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따름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말이다. 때문에 인간은 외롭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죽음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물론 님이 가신 길 따라 가겠습니다. 이런 건 아니었다.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반드시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대통령의 죽음은 나에겐 많은 충격이었고, 죽임이란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되풀이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음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아직까지 이를 선택사항으로 바꾼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물론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산다. 당장 내일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음에도 우리는 삶의 테두리에서 죽음을 애써 외면한다. 그렇다고 피할 수 없는 것임에도 말이다.

파스칼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쇠사슬에 묶여 자신의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이다.”라고.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형기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고, 어느 날 집행이 이뤄질지 모르지만, 집행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죽어야 할까. 선문답의 연속일 뿐이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된 것도 없고, 규율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종교의 가르침이 있고, 사회적 규범이 있다고? 미안하지만 그건 그거다. 결국 인간은 자기 맘대로 살아간다.

오늘 친구가 사고로 죽어도 나는 내일 아침이면 밥을 먹고 배설을 하며, 경제생활을 통해 돈을 번다. 그래야 내가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부모님이든 그 누구든 다를 수 없다. 산자는 결국 살아간다. 뼈를 깎고 애간장이 녹는 듯한 고통을 겪는다 해도 결국 살 수밖에 없다. 아무도 내 삶을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죽음 역시 온전히 본인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원불멸의 법칙.

책을 읽어도 내 머릿속이 명쾌해지진 않는다. 저자가 아니라 그 어떤 철학자가 책을 쓰고 말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삶에 있어, 죽음에 있어 정답이란 것은 애초부터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생각할 것, 고민할 것들을 안겨주긴 하지만 단순명료한 객관식 해답은 도출되지 않는다.

『나는 자기기만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철저히 정직한 삶을 희구하고, 금방 죽더라도 정말 자신에게 정직한 인간인 자신을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다. 아무리 말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런 소망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책은 노 철학자가 오랜 시간동안 가슴에 담아왔던 여러 가지 철학적 단상들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책장을 넘길 필요는 없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당연한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삶에 대한, 그리고 죽음마저도 따뜻하게 주시하는 저자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철학 여행을, 자신과의 만남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살짝 먼저 다녀온 나로서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만만치 않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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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도시 - 21세기 차이나 신세대의 방황과 질주
한한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21세기 중국, 살벌하다. 엄청난 경제성장과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모순들이 치열하게 부딪치고 있는 곳. 오늘 중국의 모습이다. 당장 세계 제일의 패권국가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닌 국가. 사실 우린 참 커다란 국가들 사이에 끼여 있는 애매모호한 입장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작가군을 일컫는 ‘80후’ 작가의 대표주자라는 한한. 《포브스》지에 이름을 올릴 만큼 엄청난 부를 쌓은 젊은 벼락부자. 여배우와의 염문, 프로급의 카레이싱 실력. 그야말로 온갖 뉴스를 만들어내는 화려한 작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왜 그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중국의 차세대 대표 작가라 불리는지 《연꽃도시》는 말해준다.

《호밀밭의 파수꾼》《노르웨이의 숲》거기에다 성석제의 입담과 오쿠다 히데오의 유머감각 까지. 내가 책을 읽으며 느낀 것들이다. 멈출 줄 모르는 경제 성장 속에 방황하는 이 시대 젊은 중국의 고민을 느낄 수 있는 책은, 그러나 낄낄거리게 만드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작가가 범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사실 심각한 이야기를 심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일 아닌가. 일단 페이지 넘기기가 매우 수월하다는 점에서부터 작가는 먹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보수 지식인인 기 소르망의 《중국이라는 거짓말》을 재미있게 읽은 바 있다. 물론 저자의 성향을 감안하고 읽었지만, 꽤 건질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아직 서평은 올리지 못했다.

책은 중국의 갖가지 비합리적인 모습들을 고발한다. 아울러 민주화를 억압하는 공산당 중심의 사회 체제를 비판한다. 사실 지금의 중국공산당을 공산당이라 불러도 되는지 살짝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1당 독재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한한과 같은 작가가 성공하고 그의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시대적 추세다. 돈은 많지만 정작 자신들이 행복한지 자신할 수 없는 중국인들의 애매모호한 입장. 오직 돈으로만 설명되는 시대에 퇴색해 가는 혁명. 더구나 그 혁명조차 겪어보지 못한 젊은이들의 방황. 그들에겐 ‘랑콤’을 살 수 있는지, ‘벤츠’를 굴릴 수 있는지가 혁명보다, 인간보다 우선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자신과 같은 젊은 세대들의 이기주의, 물질 숭배, 향락주의를 비판한다. 아울러 여전히 부패한 정부와 온갖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민들을 고발한다. 돈을 위해 사기도 마다하지 않는 사회, 그러한 사기가 오히려 미덕이, 실력이 되어버린 시대를 개탄한다. 책에는 중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다친 친구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 의사의 대답은 압권이다.

“아무래도 심각해 보여. 입원과 수술 보증금을 먼저 내야 해.”

“얼마죠?”

“선불로 일천 위안이야.”

왕차오가 우리들에게 물었다.

“형들, 얼마 있어?”

내가 대답했다.

“집에 놓고 왔는데.”

젠수도 대답했다.

“나도 안 가져왔어.”

그러자 왕차오가 말했다.

“난 오십 위안이 단데.”

“오십 위안 가지고 어떻게 치료를 받겠다고 그래!”

왕차오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먼저 좀 봐주세요.”

“돈이 부족하면 치료받기 어렵지. 며칠 전에 한 환자가 돈이 부족한데 수술을 해달라고 해서 수술을 하긴 했지. 그런데 가진 돈이 딱 여기까지라서 수술 부위를 꿰매지 못했어.”

내가 물었다.

“그럴 리가요. 꿰매지 않으면 큰일 나게요?”

의사가 당장 우리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상처가 벌어져 있는 거지. 지금까지도 벌어져 있다고.”

“의사 선생님,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 상처 입은 사람을 돕는 게 인지상정이죠.”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를 뿐이야.”

웃겨야 하는 부분인데. 사실 서글프다. 우리와 별 차이 없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공산주의는 만인에게 평등한 사상이다. 책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 하지만 현실상 그런 공산주의는 존재한 적이 없다. 꿈일 뿐이고, 유토피아일 뿐이다. 중국 역시 철저히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하게 일을 해 돈을 벌겠다는 지극히 개념 찬 생각보다는 복권 당첨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을 하겠다거나, 인터넷 게임 사이트를 만들어 대박을 치겠다는 생각을 하는 주인공들이 차라리 현실적이다.

BMW 수십 대가 지나간 뒤에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를 본 기억이 있다. 아마 청도였을 것이다. 빈부의 격차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나라가 지금의 중국이다. 기억나지 않는가.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가 다른 아이의 구두를 닦고 있는 모습. 한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만 낳을 수 있도록 한 법에 따라 중국 가정에 아이는 그야말로 ‘소황제’의 대접을 받고 있다. 물론 부자인 한에서 말이다.

오직 자기만 알고 자란 아이들이 청년으로, 성인으로 성장한 다음의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그런 모습들이 보이고 있긴 하지만 철저한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의 말씀은? 당연히 쓰레기장으로 직행할 수밖에.

오바마가 쩔쩔매고 굽실거려야 할 정도로 달러가 많은 중국, 전 세계 자원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 그러면서 다시 중화의 부흥을 꿈꾸는 돌아온 대국 중국. 하지만 수억의 농민들은 굶주림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오로지 도시로, 도시로 밀려드는 빈민의 대열은 다시 처절한 노동환경을 만들어낸다. 농촌의 희생으로 발전하는 도시의 모습은 과거 우리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우리와 중국이 다른 것은 그 스케일이 비교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낄낄거리며 웃었지만,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묻어나오는 씁쓸함을 어쩔 수 없었다. 뛰어난 입담과 재치로 마치 잘 만든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지만, 역시 블랙코미디였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그 어떤 혁명과 고귀한 이데올로기도 액면가가 얼마인지, 할부가 되는지, 몇 개월까지 무이자인지, 그리고 포인트가 쌓이는지 따져야 하는 세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찌질이가 되기 십상. 오늘도 어느 방구석에선가 혁명을 꿈꾸며 열심히 고전을 독파하고 있을 그대여. 일단 이 책을 먼저 읽고 심각하게 재고해 보시라. 어쩌면 당신의 신용등급 때문에 혁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니.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든 소설이지만, 정작 나는, 그리고 세상은, 하나도 우습지 않은 넋두리처럼 보인다. 통장 잔고가 얼마 남았더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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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군화 잭 런던 걸작선 3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87년 6월 항쟁 이후 무수히 많은 사회과학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피를 뿌려 얻어낸 민주화의 결과 중 하나였다. 과거 금기시 되어온 책들이 비록 조악한 수준인 책들도 많았지만, 다양한 지적 요구를 충족시켜주었다.

《강철군화》역시 그 중 하나였다. 미국 최고의 사회주의 작가로 알려진 잭 런던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강철군화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소름끼치도록 정확히 예언한 책으로 악명이 높았다. 옮긴이의 말처럼 단순한 고전이 아닌 이유이다.

미쳐버린 자본주의가 한계에 이르러 과두제라는 괴물을 낳고 그 괴물이 지배하는 ‘강철군화’의 시대. 넘치는 잉여자본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전쟁이라는 참혹한 수단을 이용해 모순을 풀어나가는 모습. 놀랍도록 유사하지 않은가. 사실 자본이라는 원인을 제외한 전쟁은 지금 그리 많지 않다.

자본주의의 대표국가답게 미국이 그 모범을 보이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미치광이 부시가 사라지면 전쟁 역시 동반 자살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에겐 지금 오바마의 모습이 충격일 수도 있겠지만, 오바마가 아니라 그 누구라 하더라도 미국의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전쟁의 시스템을 쉽사리 바꾸진 못한다. 전쟁의 수준이나, 시기를 조금 늦추었다는 이유로 그들이 노벨 평화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미래소설이다. 27세기 인류형제애 시대(the Brotherhood of Man) 어느 낡은 가구에서 고문서가 발견된다. 이는 자본주의의 종말과 이어지는 과두지배 체제에서 극한의 투쟁을 전개했던 어니스트 에버하트의 일대기다. 그의 부인인 에이비스가 기록한 어니스트의 생애는 투쟁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자본주의가 결국 종말에 다다를 것이며, 그 사생아인 과두지배 체제 즉, ‘강철군화’의 시대가 도래 할 것임을 정확히 예견한 어니스트. 그는 다가올 사회주의 국가, 사회주의 세계를 위해 몸 바쳐 투쟁한다.

미래소설이긴 하지만 잭 런던은 책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 광기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독과점으로 엄청난 부를 획득한 자본가들이 늘어날수록 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빈민과 프롤레타리아가 발생한다. 대공황을 알리는 불황이 덮치고 은행과 기업은 파산한다. 노동자들은 죽지 않을 정도의 임금과 빈곤에 시달리다 죽어가고, 파업과 저항으로 최후의 생존을 도모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러한 비참한 시대에 잭 런던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정의가 사라진 시대, 필요한 것은 힘과 정의를 갖춘 초인을 갈망했다. 책 곳곳에 드러나는 그의 의식은 레닌의 엘리트 지배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무지몽매한 노동자, 농민에 기대기보다는 철저히 자각한 엘리트들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 잭 런던의 한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은 런던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날카로운 비판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의 통찰력이 지금까지 유효한 이유다. 노조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무력화시키는 모습, 잉여자본을 해외로 돌려 또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 충돌하는 모습. 그리고 전쟁. 노동자들을 철저한 폭력으로 지배하는 과두체제의 모습까지. 런던이 묘사한 세상은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름없어 보인다.

책을 읽으며 일본의 노조 문화와 우리를 비교하게 된다. 한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던 일본 노조는 현재 무력화된 상태이다. 서경식 선생이 일본에서 처음 대학교수가 되어 자랑스럽게 교수 노조에 가입했지만, “우리는 절대 파업이나 투쟁 같은 것 안 하니 안심하세요”라고 말한 노조 간부의 말을 듣고 절망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바 있다. 일본 노조는 급여의 높은 인상과 개인적인 복지 서비스를 동원한 정부에 그대로 침몰 당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은? 물론 보다 객관적인 눈이 필요하겠지만, 일본의 굴복과 전혀 다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귀족 노조라는 단어가 비록 조중동 같은 찌라시들의 전용어이긴 하지만, 결코 100% 과장이나 왜곡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리가 짓밟히고, 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가 얼마나 되었나. 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이러한 비극은 이어져 왔다. 노무현 정부도 다르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야 입만 아프다. 4대강 죽이기 사업과 세종시 수정에도 볼 수 있듯 철저히 대기업 위주, 자본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약자들이 들어갈 구멍은 없다.

책을 읽다 쓴웃음을 짓게 만든 구절이 있다. 그 어떠한 명확한 논리와 현실 가능성을 논거로 들이대도 자본, 정부는 이 한 마디로 일축한다고. ‘이상주의자’‘무정부주의자’  


정말 유사하다. 지금의 우리 모습과. 사실을 말하고, 가능성을 이야기해도 자신의 이익과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이상주의자요, 무정부주의자일 뿐이다. 보수 진보 다를 바 없다. 유치한 수준을 넘어서 비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긴 비열하지 않으면 정치인이 아니지. 그냥 사람이지.

세상이 나 하나로 바뀌겠나 체념하는 이들이 많다. 기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이 상태로 유지시켜 나가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고? 혼자 테러라도 할까? 어쩌란 말이냐. 이렇게 항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실 그런 이들이 모이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한 채. 그렇다. 우리는 비록 나약하지만 또한 멈출 수 없이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명박이 아니면 대안이 무엇이엇냐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대안이라고 하는 것들이 애매하긴 했다. 하지만 이명박은 차악이 아니라 최악이었음이 정부 출범 이후부터 바로 드러났다. 그렇게 지금 오고 있다. 아직 좀 많이 남았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큰 교훈은 하나 얻었다.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이가 경제적으로 성공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1%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4대강 죽이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영산강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도지사인지, 뭔지는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을 모시고 이렇게 기쁜 행사를…”어쩌구 저쩌구 했다. 용비어천가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당신도 살아야 겠지. 나중에 국회의원이라도 한 자리 다시 해먹으려면 그렇게 살아야겠지. 혼자 더럽고 말겠다는 희생정신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금은 물론 ‘강철 군화’의 시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형제 우애의 시대도 물론 아니다. 지금은? 돈의 시대다. 오직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서 노동자, 농민 그밖에 모든 돈 없는 이들은 처참하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이들에게 올 겨울은 더욱 더 춥고 배고플 것이다. 그런 고통들이 4대강을 또 한 번 죽인다 해서 나아질 것이 아님은 지나가는 봉식씨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행복 사업, 희망 사업이라 떠든다. 수혜 대상자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양심적이라 해야 할까.

잭 런던이 말해주는 형제 우애의 시대를 언젠가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선덕여왕의 상대등이 지배하는 골품제가 아닌,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 하나가 뭔 변화를 이끌어내겠어? 라는 생각부터 쓰레기봉투에 담아야 할 일이다. 생각보다 당신이 할 일이 많다. 내가 할 일이. 우리가 할 일이 많다. 정확하게 3개년 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난 레닌이 아니다. 그처럼 똑똑하지도, 머리가 빛나지도 않는다. 당신이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다들 알고 있다. 기득권 세력은 힘이 있고, 돈이 있고, 또한 영리하기까지 하다. 지배 계급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지식인들, 전문가들이 그들의 더러운 계획을 깨끗해보이게 만들어주고, 화려하게 포장해준다.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다. 연구해야 하고 배워하야 하고, 토론해야 한다. 고뇌해야 한다.

그 과정에 있어 죽비 같은 깨달음은 아니더라도, 느닷없이 바늘에 찔린 듯한 자각. 《강철 군화》는 그런 짜릿한 고통과 자각을 줄 것이다.

어찌 보면 좀비 영화보다 더 무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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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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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구나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다.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생전 얼굴을 뵌 적이 없는 이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어찌 보면 성장기에 커다란 선물을 하나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 글쎄, 살아오면서 할아버지에 대한 여러 가지 기억들이 점차 바뀌어 감을 느끼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할아버지의 기억은 ‘당당함’이었다. 어느 시기,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모습. 그 당당함이 할아버지에겐 충만했다.

사실 그랬다. 우리 시대 할아버지들이 겪었을 수많은 일들. 그 기가 막힌 시간들이 그들을 여러 갈래로 진화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처한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생존해야 했고,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물론 아버지 세대 역시 자식들을 위한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쳤고, 이제 우리들이 그 역할을 맡게 되었지만, 각 세대마다 겪게 되는 굴곡은 저마다 다른 것이다.

《리버보이》를 읽으며 페이지마다 할아버지가 살아오심을 느꼈다. 물론 주인공 제스의 할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지만, 나에게도 할아버지는 멋진 리버보이였다. 군대에서 이제 막 병장을 계급을 달고 내무반을 호령하려던 그때, 할아버지의 죽음이 전해졌고, 결코 나가기 싫은 특별 휴가를 얻어 달려간 기억이 있다. 군복을 입고 상주가 되어 절을 하던 그때,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남자가, 어딜 가든, 옷이 중요한 게 아니야.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없어도 돼. 하지만 하나.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잃은 남자는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비싼 옷을 입어도 이미 승부에서 진거야. 어딜 가나 사람들이 널 얕잡아 볼 수 없도록. 자신감을 가지고 눈을 부릅떠야 한다. 하지만 너보다 힘없는 이들. 도와줘야 되는 이들은 결코 외면하지 마라. 도와주지 못하는 사람은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삶은 도와주고, 도움을 받고, 그러면서 이어져. 그게 삶이고, 너의 길이다.”

그 후에도 할아버지의 말씀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곤 한다. 정말 짜증나고 울화통 터지고 ‘성질’나오게 하는 세상에서, 그래도 희망이란 놈과 친해지려는 이유는 바로 할아버지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빌어먹을 세상과 시원하게 한 판 맞짱을 뜨겠다는 깡이 생긴 것도 할아버지의 덕이 크다. 때문에 난 할아버지께 자주 감사하며 살고 있다.

《리버보이》는 성장 소설이다. 사랑했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손녀의 간절한 사랑, 그리고 그러한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마지막 선물. 리버보이와 함께 제스는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더 사랑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아름다운 그림을 제스는 살아가는 동안 끝내 완성할 수 있으리라. 제스는 그만큼 강하고 아름다운 소녀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가족이 주는 믿음과 용기는 결코 적지 않다. 아니 어쩌면 힘없고 나약한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천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제스는 그야말로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이리라. 나 역시 그렇고.

효도? 참 쉬운 말이지만. 참 어려운 말이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에게 그 어떤 보답도 사실 유치하고 끝이 명백하다. 그분들이 주시는 사랑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초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만들어진 동물이다.

온갖 흉악한 이야기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가족 간의 피비린내 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대기업들은 창업주가 죽는 그 날 바로 재산 다툼이 벌어진다. 왕자의 난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 추태와 죄악에 다름 아니다. 어르신들은 道 가 땅바닥에 떨어진 시대라 개탄한다. 왜 저러시나 하면서 커왔지만, 이젠 어느 순간 내가 중얼거린다. “말세야 말세”이러면서.

하지만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교육으로만 길러지지 않는다. 사랑이 가장 큰 자양분이다. 결국 사랑을 받고 자란 인간은 받은 사랑을 혼자 안고 살아갈 수 없다. 넘치는 사랑을 전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당연한 이치다. 넘치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전해줄 수 있어야 비로소 살 수 있고, 그게 산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스는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평생 돌려주며 살아갈 것이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신이 만날 사랑과 또 다른 사랑의 결실들. 제스는 그렇게 사랑을 전하며 살 것이다. 독신이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독신이면 어떤가. 아무 문제없다. 세상엔 사랑받지 못해 죽어가는 이들이 숱하다. 그들에게 전해주는 사랑도, 가족에 그것과 다르지 않다.

강산에 노래 중 〈할아버지와 수박〉이 있다. 복덕방에서 내기 장기를 두셔서 이긴 날, 기분이 좋아 수박 하나를 들고 돌아오시는 그 뒷모습. 아마 콧노래를 흥얼거리시며 큰 기침하며 돌아오셨겠지. 그 뒷모습이 정말 “코가 찡하도록”그리운 세상이다.

『또다시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었다. 단지 때가 되면 누그러질, 건강한 슬픔만이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고픈 책이다.

“할아버지~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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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이보경 / 창해


1년 6개월여의 기간 동안 파리에 체류한 MBC 기자 이보경이 파리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자유롭게 에세이로 쓴 책이다. 프랑스의 정치, 역사, 교육, 언론, 인종문제, 여성문제, 철학을 진지하게 다룬다. 저자는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로서 특유의 긍정적이며 활기찬 입담으로 파리 사람들의 삶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섬세하게 분석한다.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공적 생활의 엄격함, 공교육, 언론, 인종 문제, 노사문제 등 현재 프랑스가 고민하고 있는 사회문제, 아직도 잔존하는 판탈롱법, 프랑스의 전통적인 모성상, 공보육, 입시경쟁 등을 살펴본다. 또한 과거사와 현대사를 모두 잊지 않는 프랑스의 독특한 사회 분위기와 유럽에서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신화 속 인물, 디오니소스를 집요하게 추적해 들어간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 최희영 / 송정문화사


1인당 GDP가 700달러에도 못 미치는 나라, 평균 수명은 53세를 밑돌며 문맹률은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 실시하는 행복지수 조사에서 항상 선두를 다투는 나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 라오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1년 동안 쉬지 않고 담아낸 생생한 사진과 글을 버무린 라오스의 종합적인 생활문화 보고서다.  


라오스에 가면 메콩 강의 4계와 천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라오스에 가면 대물림되는 가난 속에서도 절제를 잃지 않고 여유로움까지 풍기는 진짜 사람 냄새나는 행복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라오스에 가면 우리의 지난날, 개발이 한창이었던 30~40년 전의 우리 모습을 만날 수 있다.

Power of Less》 리오 바바우타 / 허형은 옮김 / 진명출판사


매달 구독자 6만 명, 방문자 200만 명에 달하는 파워 블로그 '젠 해비츠(Zen Habits.net)'를 운영하고 있는 리오 바바우타가 지금보다 더 여유롭게 일하면서 지금보다 더 많이 이뤄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 제시한 노하우들의 타당한 목적과 기대되는 뚜렷한 결과들을 저자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까지 풍성하게 곁들여 전해준다.  


삶을 단순화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어떻게 하면 더 적게 하면서 더 많이 성취할까, 어떻게 하면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그 집중력을 이용해 목표를 성취할까, 그 노하우가 담겨 있다. 책상정리, 이메일 관리, 천천히 운전하기 등의 일상 속 사소한 습관부터 대학 진학, 취업, 승진까지 여유롭게 살면서도 원하는 꿈들을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 국일미디어 
 


R=VD. 저자 이지성은 이것을 꿈을 이루어주는 법칙 혹은 공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꿈꾸는 다락방>과 <꿈꾸는 다락방2-실천편>을 통해 R=VD의 핵심과 구체적인 실천방법들을 전한 바 있다. 이 책 <꿈꾸는 다락방 Special edition>에는 VD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의 '꿈'과 '성공'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꿈에 모든 것을 걸었던 휘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었고, 스물네살 조은주는 미스코리아 왕관을 쓰게 되었다. 문성혜는 꿈에 그리던 일본 와세다대학원에 입학했고, 김보람은 외무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인기 영어 강사 박코치 역시 이미 꿈의 공식대로 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VD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 홍성민 옮김 / 뜨인돌 
 


“유럽에서 시작된 근대화는 어째서 필연적으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가?”, “생명이 다한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라는 ‘녹슨 기관차’는 왜 멈추지 않는 걸까?”,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되고, 경제의 중심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가 제국의 야망과 하나가 되고, 기본적으로 관용적인 이슬람교가 전 세계적인 분쟁의 불씨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무엇인가?”…….

다섯 가지 코드를 알면 세계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이 책은 역사의 ‘톱니바퀴’를 다섯 가지 코드[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를 통해 살펴본다. 세계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간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만들어낸 다섯 가지 힘인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를 통해 인류 역사를 좀 더 쉽고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A4 두 장으로 한국사회 읽기 2008~2009》 최태욱․염종선 엮음 / 창비



이 책은 원고지 15매 내외의 짤막한 분량으로 우리사회의 현안을 담아내는 인터넷칼럼 <창비주간논평>(http://weekly.changbi.com)에 2008년 4월~2009년 10월 수록된 글 중 균형잡힌 시각과 논쟁적 필치가 돋보이는 62편을 정선해 묶은 것이다. 지난해 발간되어 많은 호평을 받은 <A4 두 장으로 한국사회 읽기>(2006~2008)에 이은 두번째 권이다.

MB시대 2년을 경과하며 우리 정치·사회·문화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쟁점들을 다루는 이 책은 각 사안들의 의미와 배경을 되짚어보는 분석자료로서의 가치와 함께, 진보개혁적 대응과 비전의 주요한 흐름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비판적 사회 읽기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피트 런 / 전소영 옮김 / 흐름출판



행복을 내세우며 오히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기존의 경제학에 대한 반론을 '인간은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행동경제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는 더 나은 경제학이며, 그 경제학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우리가 지혜롭게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피력한다.

신경과학을 전공한 신경경제학자인 저자는 기존의 경제학이 야기한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인간의 본능'에서 찾는다. 저자는 구시대의 명제를 교체할 경제학은 새로운 핵심 이론 명제로 부상할 것이며, 신경과학의 연구 기법을 경제학 문제에 적용한 '신경경제학'의 도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살과 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경제학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뇌 연구가 미래에 경제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분명 경제학이 맞이하고 있는 변화와 쇄신의 시기를 대표하는 징후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제학과 학생들이 논문이나 시험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방정식과 도표만 잔뜩 들어 있는 경제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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