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송차를 털어라
이안 레비전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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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많은 상상들이 우리 삶을 채우고 있구나, 라고 미치는 생각했다. 온갖 헛소리들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까? 오늘밤 우린 거기서 저녁을 먹을 거야. 그럼, 당연히 거기에서 먹어야지. 정말 죽일 거야, 안 그래? 그럼! 집사를 시켜서 일곱 자리 예약해 둘 걸 그랬나? 그건 모두 동일한 세뇌 과정의 한 부분이었다. 미치는 언젠가 집을 살 수 있도록 신용 점수 관리를 잘하려고 결제 날짜를 정확하게 지키는 일에 집착했고, 케빈은 자기 동네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셋은 이제 다들 이 짓거리에 싫증이 났다.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에 똥 냄새가 날 정도로 물렸다. 세 사람의 미래는 간단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굶는 것, 그게 미래였다. 그리고 일거리를 얻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펜실베니아의 몰락해 가는 탄광도시 윌튼, 그곳에서 살아가는 ‘미래 없는’청춘 세 명. 이들에겐 마리화나가 유일한 삶의 낙이며, 몰락해 가는 고향처럼 스스로 가라앉고 있음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오랜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지긋지긋한 가난과, 사는 듯 죽은 듯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리곤 계획한다.

 

“현금수송차를 터는 거야!”

 

자본주의의 종주국, 세계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나라 미국. 하지만 그곳의 국민들은 정말 모두 행복할까. 그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오늘도 정원에 나가 잔디에 물을 주며, 아름다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고 있을까.

 

답은 이미 모두들 알고 계시리라. 턱에 턱도 없는 소리다. 남한 국민의 수만큼 많은 이들이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하고, 수백만의 노숙자들이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그리곤 죽어간다. 살벌한 호러 영화 〈식코〉를 보신 분들은 더욱 더 잘 아시겠지만, 가난한 이들은 아파도 단지 ‘죽을 수 있는’ 권리만이 있을 뿐이다.

 

오직 극소수의 ‘잘 사는’ 이들만이 행복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미국이다. 물론 이는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그 누구도 이러한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돈이 없다면? 권력이 없다면? 정말 살아가기 힘든 정글이 바로 우리 사회이지 않은가.

 

글쎄, 모르겠다. 아직도 아메리칸 드림에 부풀어 미국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을지, 혹은 미국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들이 있을지. 있다면 어쩌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잔인하기 때문이다.

 

책은 키득거리게 만든다. 웃기다는 소리다. 또한 번역하신 분의 과감한 결단으로 미국 하층민들이 사용하는 욕설을 그대로 ‘우리 식’에 맞게 옮겼다. 약간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욱 사실적으로 주인공들의 삶이 다가옴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웃기지마!”와 “좆까지마!”가 같은 느낌일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대형마트에서 싼 값에 판매하는 피자 때문에, 동네 피자 가게들이 줄줄이 망해간다고 하는데, 아무튼 대형 마트에서 몰래 마리화나를 피워가며 근무하던 미치는 정말 멍청한 상사를 한바탕 골려준 대가로 해고당한다. 마리화나를 집에서 아름답게(!) 재배해 팔다 걸려 감옥에 다녀온 케빈은 동네 개들을 산책시키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한다. 그리고 더그는 자신이 일하는 식당이 망해 한순간에 실업자가 되지만, 여전히 ‘헬기 조종사 겸 아동작가 겸 요리사’를 꿈꾼다.

 

지질이 궁상인 ‘찌질이’세 명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형 TV를 성공적으로 훔친 후, 점차 자신들의 천재적인 범죄적 소질에 대한 무한대적인 자신감으로 절도의 대상을 높여간다. 그 대상은? 빨간 색 페라리에서, 현금수송차까지!

 

책은 많은 해외 언론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작품이라 한다.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과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쳤다는 것.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변두리 인생들의 이야기를 능청스럽고 따뜻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변두리 인생은 도대체 뭐냐? 어떤 몹쓸 인간이 이딴 단어를 만들어냈냐. 넌 중심지 인물이냐!

 

책은 정말 매력적이다. 우선 재미가 넉넉하고, 재치가 있으며, 가끔씩 빵 터지는 유머도 쏠쏠하다. 하지만 결코 얕지 않다. 책을 덮은 후 안도의 한숨(헤피엔딩에 대한)과 더불어 슬그머니 감동이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과연 어떤 법칙에 의해 이처럼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지 궁금하기만 하지만, 여전히 정신없는, 때문에 궁금증을 풀만한 시간조차 없는 삶이 애처롭다.

 

그야말로 G20 때문에 전국이 난리법석이다. 서울은 무슨 대테러 경계령이 내린 것 마냥 살벌하다. 감히 그깟 G20이 뭐 길래, 이 난리일까.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어쩌면 정부나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정말 별것 아니란 걸 말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윽박지른다. “대단한, 어마어마한 행사라고! 그러니까 조용히 닥치고 있고! 간혹 외국인 지나가면 미친놈 마냥 그냥 웃어주라고!”

 

과연 G20이 끝나면 정부는 무엇을 내밀어 또 다시 국민들을 주눅 들게 할까? 설마 중국 아시안게임? G20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다는 이익, 즉 국익을 정확히 국민 1인당 얼마씩 떨어질 수 있도록 계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이익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통계청은 알고 있을까? 청와대는?

 

이 모든 거대한 삽질과 헤프닝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바로 돈 때문이다! 우리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등등은 다 헛소리일 뿐이며, 결국 돈이 된다는 그 한마디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 한마디에 국민들은 ‘그런가 보다’하고 참는다. 세계의 달랑 20개 나라의 대표들이 모여, ‘감히’ 건방지게 지구의 살림살이와 미래를 전망한다는 턱없이 오만한 자리에 방석을 깔아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새 없이, 그저 돈이 된다면 끄덕 거리게 하는 힘.

 

이것이 바로 미치도록 타락해버린 자본주의의 현실인 것이다. 책은 왜 미국 백수 세 명이 다음처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우리의 현실과 미래가.

 

“커트 코베인은 마약중독자였잖아. 부자로 살면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다 마약중독자야. 제니스 조플린, 헨드릭스, 짐 모리슨……. 마약중독자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어. 왜냐하면 그들은 언제든 마약을 왕창 살 수 있거든. 그래서 현실을 회피하고 황홀경의 세계에서 노닐잖아. 그래서 부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어, 이 쪼다 같은 새끼들아. 커트 코베인이 어떻게 됐는지 봤지? 그러니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아등바등하지 마. 돈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이 개새끼들은 우리한테 돈을 더 주지 않으려는 핑계로 그런 개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는 자기들이 다 가지잖아. 그리고 버뮤다의 해변에서 낄낄거리며 즐기고……. 좆 까는 소리 말라고 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왜 그 개새끼들은 총을 든 경비원을 시켜서 돈을 지키게 하겠어?”

 

“누구나 돈만 있으며 행복을 살 수 있어. 좆도, 내기를 해도 이길 자신 있어. 돈이 있으면 정신적인 평화가 찾아와. 왜 그런지 알아? 돈이 있으면 걱정할 일이 없어지거든. 걱정이 없으면 그게 행복이지 뭐야.”

 

세 명의 찌질이들의 유쾌한 반란.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다. 하긴 그래서 책이 더 웃기고, 슬픈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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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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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침공, 그리고 전쟁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참담한 학살이 한창이던 2004년 4월. 세계는 몇 장의 사진으로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무엇이었는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바그다드 외곽에 있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이라크 포로들 사진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뭐 사진을 봐서 아시겠죠. 21세의 미군 보충병인 린디 잉글랜드 일병의 모습이었습니다. 벌거벗은 이라크 남자들을 줄에 매어 마치 개처럼 질질 끌고 다니는 사진, 담배를 입에 문 채 미소를 띠우며, 이라크 남성들의 성기를 가리키는 모습. 인간 피라미드를 만든 것도 있었고, 철제 프레임에 묶은 남성의 머리 위에 여성 팬티를 걸친 사진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녀의 속옷이었겠죠.

 

이 사건은 당시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미국은 서둘러 이를 덮으려 애를 썼습니다. 수용소 앞에는 “미국은 모든 이라크 국민의 친구입니다”라는 표지판을 달았습니다. 린디 일병을 비롯한 극소수의 병사들이 자신들의 성적 환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벌인 ‘특별한 사건’으로 몰아갔죠.

 

린디 일병은 웨스트버지니아 주 오지의 가난한 마을 출신이었습니다. 체포될 당시 그녀는 임신 5개월이었고,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내근직을 수행하고 있었죠. 그녀는 이 사진으로 인해 결국 포로 학대 및 음란행위 죄목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과연 이 포로 학대 사건이 린디 일병을 비롯한 몇몇 변태적 취향을 가진 병사들의 해프닝에 불과했을까요? 린디는 훗날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정말 그런 모습으로 찍고 싶어서 찍은 게 아닙니다. …그 끈을 잡고 카메라를 보라는 상관들의 지시를 따른 겁니다. 제가 아는 거라곤, 그들이 심리전 부대의 목적을 위해 그 사진을 찍었다는 것뿐입니다. 저는 시키는 대로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미소를 지으며 알몸의 이라크인 무더기 뒤에 서 있었을 뿐입니다.…(명령한 사람들은) 지휘계통상의 상관들입니다. …그들은 심리전 차원에서 그렇게 했고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들은 다시 와서 그 사진들을 보며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오, 좋은 책략이니 계속 하게. 효과가 있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기괴한 이야기들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 우리는 가끔 세상이 마냥 아름답다고만 믿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그 희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죠.

 

저는 미스터리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X-Files’이나 ‘수퍼네츄럴’처럼 외계인, 심령의 세계 등 초현실적 이야기들에 열광하죠. 그런데 미국인들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쟁에 이러한 것들을 적용시키려 했으니까요.

 

단지 노려보는 것만으로 불쌍한 염소를 죽게 만들고, 벽을 통과하고, 자신의 모습을 투명인간처럼 숨기기, 구름을 터뜨리기, 음악 또는 음파로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하기 등. 솔직히 정상인이라면 믿을 수 없는 일들을 현실에 옮기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부대가 있다면? 그리고 그 부대가 실전에 투입되었다면? 참 기가 막힌 일입니다.

 

전쟁이란 어차피 ‘미치지 않고서는’할 수 없는 짓입니다.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죽이는 이들도 극심한 상처를 입게 됩니다. 왜 내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아야 하는지, 사실 그 어떤 권력도, 정부도 정당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단지 승리를 위해서라고 한다면 당신은 수긍할 수 있습니까

 

단지 미국이 비정상적인 미치광이 전쟁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쩌면 인간들 특유의 본능일지도 모르지요. 어떠한 기발한 발상을 동원해서라도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 상대방을 그야말로 하찮게 여기는 오만함. 생명에 대한 경시, 선별적 사랑 그리고 자신 혹은 아군에 대한 절대적 신뢰. 우리는 어느 새 인간 최후의 비참함을 목격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모론은 지구상 어느 국가에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남한도 역시 그런 것들이 있겠죠. 사람들은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 혹은 절대권력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일들을 몽상하고, 열광하며 밝히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죠.

 

책은 음모론이 판치는 소설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사실임을 명확히 밝히고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이 소름끼치고 미친 짓거리들이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에 또 한 번 경악하게 됩니다. 블랙코미디라고 하기엔, 웃음조차 어색한 이야기들.

 

무슨 무슨 프로젝트, 무슨 무슨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또 지구상 어디에선가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인간이 어디까지 사악해 질 수 있고, 또 추악해질 수 있는지 그한계는 없어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람에게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외수 선생님은 나만 아는 인간, 즉 ‘나뿐’인간이 결국 제일 ‘나쁜’인간이라 말합니다. 나만이 아니라 타인도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이 세상에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흥미 있는 내용에 재치 넘치는 문장이 돋보였지만, 내용은 사실, 결코 웃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그 동네에 사는 이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미국이 잘 안 되었으면 합니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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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 - 전 노동당 고위간부가 겪은 건국 비화 박병엽 증언록 1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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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은 제3차 당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후계 문제를 매듭지었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의 관심 대상이었던 “3대 세습 문제”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대체적인 반응은 부정적이다. 때가 어느 때인데, 3대 세습이라는 봉건적 권력 세습을 할 수 있냐는 것이고, 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단 보통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북의 권력 승계 문제 역시 단순히 액면만 바라보고, 현상만 바라보고 평가할 수 없다. 아니, 평가는 그렇다 쳐도 단정 짓고 매도할 수 없다.

 

문제는 북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들이 무엇이었나 하는 점이다. 또한 남쪽의 국가 권력이 북이라는 국가를 그동안 어떻게 포장해왔고, 왜곡해 왔고, 이용해 왔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 책을 들고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기사님이 책을 흘깃 보시더니 무슨 책이냐고 물으셨다. 북의 역사에 대한 책이라 답하니, 이렇게 대꾸하신다.

“아, 북에도 역사라는 게 있긴 하네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게 현실이다. 인도적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망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열을 올렸던 그 기사님도 북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도, 인식도, 느낌도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이 너무도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북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다. 권력에 순응하고 이른 바 ‘시스템’에 순응할 인적 ‘자원’을 생산해내는 공교육에서 여전히 ‘적’인 북에 대한 공평한 평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적어도 아직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우리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을 진심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통일의 파트너가 될 북과 화해와 평화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대로’만든 책과 ‘제대로’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야한다. 물론 분단을 이용해, 또는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이용해 구차한 생명을 이어가는 기생충과 같은 이들이 떠드는 것도, 그런 언론이, 권력이 떠드는 것도 유심히 봐야 한다. ‘균형 잡힌 시각’ 같은 헛소리를 위함이 아니라, 그런 세력, 인물, 권력이 더 이상 분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총 3권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1권인 책은 해방 이후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성립되는 때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기존 북 역사서들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과 애매모호함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고,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사진자료들이 매우 많이 삽입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구술한 박병엽은 북 정권 수립 과정에 참여했던 북 고위 간부로, 훗날 서울에서 사망하게 된다. 그가 겪은 북 정권 수립과정을 통해 우리는 북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을 전공하고, 통일 문제에 천착하고, 또 그 일로 먹고 사는 나로서는 너무도 귀하고 중요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엮은이들이 모두 훌륭한, 그리고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해도 될 만한 분들이기에, 책에 대한 신뢰가 간다. 적어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왜곡과 선동을 일삼는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들이다.

 

역사서들이 대부분 그렇듯, 수많은 인물들, 사건들 속에 자칫 따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북 역사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이들이라면 그 새로움 만으로도 따분함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왜 우리는 그동안 북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을까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단언하건대,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만큼 어리석기도 하다. 하지만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북의 내부 문제’이니 우리가 비판하거나,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만큼 현명하기도 한 국민들이다. 이는 설문조사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이제 젊은 김정은이 새로운 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더욱 획기적인 변화나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물론 현 정권에서, 현 통일부의 만행과 어리석음에서 크게 기대할 것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나열이 아니다. 승자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패자의 저항도 담겨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민중들의 삶이 녹아있다. 그게 진정 역사다. 북의 역사를 다시, 혹은 처음으로 진중히 살펴보길 권한다. 그렇다면 현재 보이는 모든 남북관계가 단순히 ‘미친 국가’ 북의 ‘깽판’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을 전공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엮은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쓰잘머리 없는 책 읽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정말’제대로 된 역사서를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한편 이 책이 ‘역사의 기록’이라는 과거의 측면 못지않게 현대적 의미와 미래가치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과정에 관한 해명은 이북 정권의 ‘존재근거’와 ‘정당화’, 특히 그들의 대남·통일정책의 이해와 직결된다.

북측은 해방 3년의 기간에 통일정부의 수립과 민족통일전선의 형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으며, 이 책에는 그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때문에 남북 간이 당국회담에 참석하는 정부 당국자들은 물론이고 남북관계의 일선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야의 민간교류 인사들, 그리고 시민·통일운동가들에게 이 책은 적지 않은 시사점과 지혜를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제발 축구나 뭐 할 때 “대한민국:북한”이라는 찌질이 같은 표기는 하지 말자. 세상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존재하지만, ‘북한’이란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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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실험대상 1 - 우리들에게 연애가 어려운 이유
윤대훈 지음 / 흐름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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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인적으로 절대 혹은 거의 구입하지 않은 책들이 이른바 자기계발서, 재테크 관련 도서, 그리고 연애론 관련 책들입니다. 그 분야들에 대해 통달했다거나 안 봐도 비디오이기 때문이 아니라, 솔직히 봐도 잘 모를뿐더러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이 책이 기존의 연애학 관련 책들과 얼마나 다른지는 솔직히 알 수 없었습니다. 기존에 책들을 봤어야죠.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 것 같았습니다. 꽤 자신이 차있고, 또 당돌하다는 것을요.

 

뭐 책 표지나 등등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연애 상담으로 넷 상에서 꽤 유명한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몇 달 만에 몇백 만 커플이 공감했다느니, 파워 블로그로 선정되어 조회수가 하루에 몇 천개라느니 등의 수식어들이 그의 유명세를 말해줍니다. 뭐 블로그나 개인홈피를 운영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조회수죠.

 

저자는 또한 개인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수많은 이들과의 상담과 인터뷰를 통해 나름대로 얻은 통계를 바탕으로 책을 풀어나갔고, 칼럼을 써온 것 같습니다. 일단 많은 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과 상담이니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다는 소리겠죠.

 

사실 우리 주변을 보면 연애 좀 했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가요. 그들은 모두 몇 명의 이성과 사귀었다느니, 몇 명의 이성과 밤을 함께 했다느니 등등을 훈장처럼 뽐내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애 스킬을 줄줄 읊어대며 마치 이 세상 이성들을 모두 유혹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뭐,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라 할 수 있고, 또 이를 엄청시리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성을 유혹해서 잠자리로 이끌 수 있는 것과, 연애를 정말 잘 하는 것은 근본부터 다릅니다. 아울러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이성과 사귀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 연인과 오랫동안 연애를 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사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죠.

 

저의 일터는 유명한 대학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학교 이름을 대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젊은 청춘들이 날마다 사랑을 불태우는 곳입니다. 클럽이 넘치며, 딱 그 수만큼 길 잃은 청춘들도 넘칩니다. 물론 이들 모두 정욕에 불타는 짐승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인간을 가장한 짐승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부류들은 딱 그 정도 수준의 이성을 만나게 됩니다. 짧은 만남에 사랑을 속삭이고, 밤을 불태우며, 또 쿨하게 헤어집니다. 쿨하다는 것의 객관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지들은 쿨한 줄 압니다. 저렴하다는 것과 쿨하다는 것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투, 즉 글 본새가 그다지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틀린 말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섹스에 굶주린 이들이 아니라면 절대 피해야 할 가벼운 만남을 경고하고, 이성의 장단점을 모두 알 수 있을 때까지, 진중하게 만남을 이어가라고 합니다. 아울러 자신이 변해야 연인도 변할 수 있다는 진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충고입니다.

 

저도 많은 인연들을 만나 나름대로 많은 연애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요. 하지만, 지금 과거의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과연 제가 순간순간에 충실했는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저도 찰나의 쾌락을 위해 무책임한 인연을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을 단지 어렸다는 이유 하나로 정당화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흔한 것이 사랑이지만, 제대로 하고 이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랑은 정말 어려운 것이거든요.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전 이제 한 여자와 함께 일생을 살아가야 하는 위치에 있기에, 이 책을 통해 다른 이성과의 연애를 꿈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애하는 것처럼 즐겁고 가슴 뛰게 결혼 생활을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바쁘다고 제대로 챙겨주지도, 마음을 보여주지도 못하는 저에겐 어쩌면 연애반성론이 아닌, 결혼생활 반성론이 된 책이었습니다.

 

오늘 밤, 내일 밤도 사랑을 찾아 거리를 나설 젊은 청춘들. 물론 젊음은 일정한 일탈과 어긋남을 덮을 만큼 아름답고 뜨겁습니다. 하지만 찰나의 쾌락이나 무책임한 즐거움을 위해 무작정 길을 나선다면, 일단은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가심이 좋을 듯 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줄 것이고,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수준 이하의 이성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제가 또 언제 이런 연애학 서적을 읽겠습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이면, 그나마 꽤 성의 있게, 괜찮게 쓴 책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아,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 하나, 까칠하게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도 분위기나 문맥에 맞춰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더 멋져 보입니다. 그냥 막말한다고 다 멋져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 그것 하나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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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 하인리히에서 깨진 유리창까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종합판, 요약판 등을 선호합니다. 이는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깊이 있게 파기 보다는 그냥 다른 이들이 요약해 준 것을 활용하려 합니다. 또 그것이 바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라고들 합니다.

 

글쎄. 아직까지 저는 그렇게 와 닿지 않습니다.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노력으로 하나하나 깨우쳐 가는 것. 전 아직 그것을 지식이라, 또 지혜라 믿고 싶습니다.

 

책은 요약판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거창하게 세상을 움직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용하고, 또 평소에 자주 언급되는 법칙들,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법칙들의 유래에 대해 소개합니다. 흥미롭습니다.

 

‘실용’이라는 말이 긍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들어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말이죠. 아마 이 말을 오염시킨 이들이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책은 실용을 강조합니다. 교양도 그냥 교양이 아닌 실용적 교양임을 자부합니다. 때문에 책은 그 내용의 알참에도 불구하고, 천박스러움을 보여줍니다. 오직 돈이 되고, 남에게 속지 않기 위한 교양, 성공하기 위한 교양, 성공한 사람들이 적용하고 있는 교양. 이런 수식어들이 오히려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책은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이들, 혹은 왠지 좀 아는 체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할 듯 합니다. 100가지 법칙 중 하나를 인용하며 글을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법칙을 거론한 이유, 그 법칙이 현재 어떤 현상과 맞아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겁니다. 그러면 좀 있어 보이겠죠?

 

법칙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참 기발한 것들도 많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리 좋지 않은 것들도 많음을 알게 됩니다. 파레토의 법칙을 이용한 소수의 부자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이른바 전문가의 권위에 의존해 물건을 판매하는 후광효과 등은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도서들. 그 중 경영과 처세, 경제 관련 책들을 보면 경제학보다는 일종의 안내서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몇 년 안에 얼마 벌자는 둥, 또 어떤 책은 30살 이전에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하더군요. 으, 그렇담 전 이미 루저 대열에 진입했습니다.

 

세상엔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으리라 믿게 만들죠. 하지만 정말 과연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돈에 관련된 것들만이 진정한 실용일까요. 실용의 참 뜻은 무엇일까요.

 

제가 글을 써서 먹고 사는 녀석인 만큼, 이 책에 나와 있는 수많은 법칙들을 인용해가며 짐짓 유식한 척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책임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써먹기 좋은 책. 저자도 혹시 그런 것을 원했다면 성공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즐거운 독서, 머리가 맑아지는 독서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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