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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실험대상 1 - 우리들에게 연애가 어려운 이유
윤대훈 지음 / 흐름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제가 개인적으로 절대 혹은 거의 구입하지 않은 책들이 이른바 자기계발서, 재테크 관련 도서, 그리고 연애론 관련 책들입니다. 그 분야들에 대해 통달했다거나 안 봐도 비디오이기 때문이 아니라, 솔직히 봐도 잘 모를뿐더러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이 책이 기존의 연애학 관련 책들과 얼마나 다른지는 솔직히 알 수 없었습니다. 기존에 책들을 봤어야죠.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 것 같았습니다. 꽤 자신이 차있고, 또 당돌하다는 것을요.
뭐 책 표지나 등등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연애 상담으로 넷 상에서 꽤 유명한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몇 달 만에 몇백 만 커플이 공감했다느니, 파워 블로그로 선정되어 조회수가 하루에 몇 천개라느니 등의 수식어들이 그의 유명세를 말해줍니다. 뭐 블로그나 개인홈피를 운영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조회수죠.
저자는 또한 개인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수많은 이들과의 상담과 인터뷰를 통해 나름대로 얻은 통계를 바탕으로 책을 풀어나갔고, 칼럼을 써온 것 같습니다. 일단 많은 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과 상담이니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다는 소리겠죠.
사실 우리 주변을 보면 연애 좀 했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가요. 그들은 모두 몇 명의 이성과 사귀었다느니, 몇 명의 이성과 밤을 함께 했다느니 등등을 훈장처럼 뽐내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애 스킬을 줄줄 읊어대며 마치 이 세상 이성들을 모두 유혹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뭐,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라 할 수 있고, 또 이를 엄청시리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성을 유혹해서 잠자리로 이끌 수 있는 것과, 연애를 정말 잘 하는 것은 근본부터 다릅니다. 아울러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이성과 사귀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 연인과 오랫동안 연애를 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사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죠.
저의 일터는 유명한 대학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학교 이름을 대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젊은 청춘들이 날마다 사랑을 불태우는 곳입니다. 클럽이 넘치며, 딱 그 수만큼 길 잃은 청춘들도 넘칩니다. 물론 이들 모두 정욕에 불타는 짐승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인간을 가장한 짐승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부류들은 딱 그 정도 수준의 이성을 만나게 됩니다. 짧은 만남에 사랑을 속삭이고, 밤을 불태우며, 또 쿨하게 헤어집니다. 쿨하다는 것의 객관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지들은 쿨한 줄 압니다. 저렴하다는 것과 쿨하다는 것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투, 즉 글 본새가 그다지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틀린 말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섹스에 굶주린 이들이 아니라면 절대 피해야 할 가벼운 만남을 경고하고, 이성의 장단점을 모두 알 수 있을 때까지, 진중하게 만남을 이어가라고 합니다. 아울러 자신이 변해야 연인도 변할 수 있다는 진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충고입니다.
저도 많은 인연들을 만나 나름대로 많은 연애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요. 하지만, 지금 과거의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과연 제가 순간순간에 충실했는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저도 찰나의 쾌락을 위해 무책임한 인연을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을 단지 어렸다는 이유 하나로 정당화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흔한 것이 사랑이지만, 제대로 하고 이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랑은 정말 어려운 것이거든요.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전 이제 한 여자와 함께 일생을 살아가야 하는 위치에 있기에, 이 책을 통해 다른 이성과의 연애를 꿈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애하는 것처럼 즐겁고 가슴 뛰게 결혼 생활을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바쁘다고 제대로 챙겨주지도, 마음을 보여주지도 못하는 저에겐 어쩌면 연애반성론이 아닌, 결혼생활 반성론이 된 책이었습니다.
오늘 밤, 내일 밤도 사랑을 찾아 거리를 나설 젊은 청춘들. 물론 젊음은 일정한 일탈과 어긋남을 덮을 만큼 아름답고 뜨겁습니다. 하지만 찰나의 쾌락이나 무책임한 즐거움을 위해 무작정 길을 나선다면, 일단은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가심이 좋을 듯 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줄 것이고,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수준 이하의 이성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제가 또 언제 이런 연애학 서적을 읽겠습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이면, 그나마 꽤 성의 있게, 괜찮게 쓴 책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아,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 하나, 까칠하게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도 분위기나 문맥에 맞춰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더 멋져 보입니다. 그냥 막말한다고 다 멋져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 그것 하나는 지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