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노믹스 - 미래 경제는 구글 방식이 지배한다
제프 자비스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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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말했지만, 누구에게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취향도 고려해야 하지만, 애써 추천해준 책을 제 기대보다 상대방이 재미없게 읽었다는 반응이 나오면 참 멋쩍을 때가 있지요.

 

하지만 반대로 다른 이가 추천해 주는 책은 챙겨 읽는 편입니다. 분야를 특별히 나누지 않고 책을 읽기도 하고, 또한 상대방이 추천해준 이유가 분명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구글노믹스》역시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경제 관련 서적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책은 그러나 경제서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구글의 사고방식을 적용하는 것이기에, 경영도 될 수 있고, 때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구글이라는 집단이 이루어낸 변화는, 글쎄요. 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혁신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구글의 놀라운 성장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해도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구글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무장한 집단이며, 그 새로운 사고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지금, 기업들의 경영 방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한다면 생존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한때 세계 기업 경영의 모범으로 칭송받던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토요타나 GM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토요타는 한때 국내에서도 혁신적인 기업의 모범으로 칭송받으며, 따라 배우기 운동이 펼쳐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곧 토요타는 능률 위주의 비정상적 경영으로 위기에 봉착했고, 노동자들을 무한대로 착취하는 구조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이 전하는 새로운 세상은 무엇일까요. 책을 통해 가장 와 닿았던 것은 “통제권을 소비자들에게 넘겨라”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더 이상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분명히 말합니다.

 

“기업은 통제권을 고객에게 양보했을 때 더 성장한다는 것을 배워라. 통제권을 우리에게 넘겨라. 그러면 우리가 사용하겠다. 그러면 당신은 승리한다.”

 

이제 세계 경제 순위에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는 기업 역시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언제까지 지금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들은 구글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우리의 기업 역사를 생각해보면 자생적으로 발전해 성공을 이룬 기업들도 많지만, 정치적 영향 하에 일정한 특혜를 누려가며 성장한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절대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또한 소비자들의 권리보다는 이익 창출에만 급급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부분은 과연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이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기업 나름대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려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독점과 ‘규모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강한 사회는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이 모든 분야에 문어발식으로 확장을 하고, 작은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싹마저 잘라버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최단 기간에 스타벅스를 눌렀다고 자랑하고 있는 카페베네를 봅시다. 삽시간에 동네 커피전문점들을 전멸시키고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또한 대형마트들은 치킨이니 피자니 하는, 동네 소규모 가게들의 영역마저 무차별적으로 침범해 장악합니다. 싸다는 이유로 줄까지 서서 사먹는 소비자들도 아름답지는 않지만, 대기업들의 횡포는 비열하고 치사합니다.

 

SSM들의 횡포는 또 어떻습니까. 동네 슈퍼마켓들을 모조리 멸종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생활 모든 부분에서 수익을 빼내겠다는 저 저열하고 극악한 행태는 그러나, 정부의 묵인 하에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함께 몰락한다는 사실도 모른척하고 말이죠.

 

물론 구글의 사고 방식이나 기업 경영 방식이 100%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구글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구글 역시 더 혁신해야 하고 더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은 소비자와 사용자를 위한 커다란 도구만 제공할 뿐, 정작 그 판을 키우는 것은 수많은 사용자들이라는 사실에서는 우리 기업들도 무언가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아우러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듯 구글이 사람들의 뇌를 퇴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과연 우리는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해 졌는지 말이죠. 휴대폰이 고장나면 외울 수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나 될까요.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책은 단순한 구글 찬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혁신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자에 따라 책을 통해 구글 뿐 아닌 모든 분야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세상. 그 세상에 맞춰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과연 어떠한 세상이 올바른 모습일지 고민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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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2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신영복 -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신영복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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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충격, 그것은 바로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은 후였다. 이 시대의 양심과 정의가 사라졌다고, 이제 남은 것은 저주의 굿판뿐이라고 생각했던 그 때. 선생님의 글은 충격과 전율 그 자체였다.

 

어떤 고난의 끝에서도 결코 숨길 수 없는 인간의 희망. 차디찬 감방에서 보낸 20년이란 세월은 인간 신영복을 ‘더불어 살아가는 숲’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가 우리 곁에 돌아왔을 때, 우리들은 ‘손잡고 함께 가는 길’을 느끼게 되었다. 축복이었다.

 

책은 서울대학교의 ‘관악초청강연’에서 선생님의 말씀과 참가 패널들의 질문, 대학생들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히 강연의 녹취를 푼 것에 지나지 않지만, 강사가 누구냐에 따라 이런 단순한 작업도 큰 여운을 남길 수 있음을 느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패널로 참여한 서울대 교수들의 질문들이었다. 자신들의 지식과 교만을 하나라도 더 내세우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의 질문은 읽기 거북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참 한심했겠다 싶다. 하지만 덕분에 느낀 것도 있다. 바로 ‘우문현답’이다. 선생님은 역시 그들보다 더 넓은 분이셨다.

 

책을 읽기 전 선생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일하고 있는 잡지사의 편집위원장을 오래 맡아주셨는데, 본인께서는 정작 도와준 게 없다고 하시며 ‘한 턱’내신 자리였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뵙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을 정말 진심을 담아했던 것이 처음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정말 뵙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겸손함과 날카로움, 인자함과 배려를 모두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연신 자신은 잘 모른다고, 젊은 후배들이 잘 가르쳐 달라 하시는 모습은 흔히 제 잘난 맛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이들과 너무 비교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하나같이 소중한 것들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성찰과 고뇌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담긴 말씀들이었다. 지난 과거에 대한 평가도, 현재의 진단도 또 미래에 대한 전망 역시 날카로움과 또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당신은 약주를 많이 안 하심에도 함께 한 이들을 위해 손수 술잔을 채워주시는 모습, 물론 나 역시 선생님이 따라주시는 술잔을 받는 호사를 누렸다. 그 모습은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와 다름없었다.

 

강연을 통해 선생님은 “변화를 숲의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하셨다. 나무가 숲속에 서듯이 변화는 숲을 이룸으로써 완성된다는 것이다. 낙락장송이나 명목이 나무의 최고 형태가 아니라 나무의 완성은 숲이라는 것.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 설 때 비로소 개인이 완성되는 것이다.

 

선생님이 서명해주신 책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과연 난 어떤 나무가 되려 했는지 생각해본다. 더불어 함께 숲을 만들려 했는지, 천둥벌거숭이처럼 혼자 잘났다고 떠들고 다닌 것은 아닌지. 혹은 오만과 아집으로 숲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홀로 서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세상엔 숲을 통째로 가지려는 이들은 많지만, 그 숲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려는 사람, 그 숲과 함께 햇살을 받으려는 이들은 적다. 저마다 나무가 되기도 전에, 숲을 꿈꾸거나 혹은 숲 자체를 없애려고만 한다.

 

이제 강원도지사를 비롯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바람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한 마땅하고 존중받아야 할 바람이 더러운 이들의 욕망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흐르게 되어 있다고. 아무리 거짓과 위선과 오만으로 가리려 해도, 막으려 해도, 모든 것은 흘러가게 되어있다. 엄기영 후보가 그 진리를 하루 빨리 깨닫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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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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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일들에 치여 정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정말 어디라도 도망쳐 숨고만 싶죠. 또 하루 종일 뒹굴며 잠만 자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저 멍하니 가만히 앉아 있고 싶어집니다.

 

바로 그럴 때 책을 집었습니다.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 내게 힘이 되어 주는 따뜻한 위로. 그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난 다시 장영희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제 교수님이 떠난 지도 2년이 되어 갑니다. 언제나 강한 자신감으로 치열한 삶에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왔던 그가 떠난 2년의 세월. 차라리 그가 몰랐으면 하는 일들도 벌어졌고, 또 가슴 아픈 일들도 많았던 2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그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쓰러지고 싶을 때 가만히 어깨에 손을 얹어주고 ‘다 괜찮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는 세월입니다.

 

책은 교수님이 떠나기 전까지 준비되고 있었던, 그의 유작입니다. 끝까지 책의 부족한 부분들을 다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하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글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들은 위대하지도,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부족하게 태어난 인간이 서로 기대가며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때, 세상이 더욱 살만 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습니다.

 

어쩜 우리는 그러한 당연함에 목말라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기가 막힌 비정상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당연한 가치들이 쓰레기통으로 처박히는 세상에서, 당연함을 받아들이고 순종하며, 그러나 치열하게 세상과 부딪혔던 그가 떠오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명 문장가는 너무나 많습니다. 아름다운 글을 지어내는 이들도 무수히 많죠. 그들은 저마다 신이 내려주신 재주를 가지고 온갖 말들의 성찬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그 글에 감동받고 또한 위안을 얻으며 그렇게 살아갑니다. 글은, 하찮은 글은 그러나 너무나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 글은 말 그대로 우리를 살게 합니다.

 

최근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카이스트라는 국내 최고의 대학에 다니는 우수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절대 경쟁이라는 지옥 앞에서 더 이상 삶을 지탱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뛰어난 머리를 자랑하는 그들 역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임을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경쟁하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에 우리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기계와 같은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기계와 같지 않으므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영희 교수는 언제나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니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기에 희망을 갖고 반성을 하며 또 다른 내일을 꿈꾸게 됩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G20’세대라는 거짓된 수식어로 표현될 수 없습니다. 그냥 아름다운 젊음일 뿐입니다. 이들에겐 더 큰 꿈을 꿀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 꿈을 마구 짓밟는 어른들은 스스로 살인자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을 꿈꾸었던,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을 꿈꾸었던 장영희 교수. 그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글들은 지쳐 쓰러지려 하는 많은 이들을 언제나 위로해 줄 것입니다.

 

대학이라는 집단이 더 이상 살인 집단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장영희 교수와 같이 제자 하나하나를 가슴에 담고 살 수 있는, 그런 교수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학이 되기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장영희 교수의 영면을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아울러 카이스트에서 생을 마감한 학생들과 교수님에게도 명복을 기원합니다. 서 총장은 그만 물러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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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1 - '사건'전후
신정아 지음 / 사월의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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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최대의 스캔들 중 하나라 기억되는 ‘신정아 파문’. 신정아 사건은 학력 위조와 청와대 고위층과의 불륜 등으로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그 폭풍의 중심에 있었던 신정아가 2009년 4월 출소 후 2011년 드디어 입을 열었다.

 

책은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고, 많은 이들이 당시 사건 이후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을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겼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책의 첫 피해자가 등장했다. 바로 정운찬 전 총리다.

 

책을 읽어보면 정운찬 전 총리는 그야말로 ‘변태’혹은 ‘양아치’에 불과한 이였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젊은 여인을 농락하려 했으니 말이다. 뭐 그 이후의 그의 행적을 보면 그가 원래 그렇게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희대의 쓰레기 집단인 이명박 정부의 총리로써 이렇다 할 공적 없이 대통령과 정부의 방패막이로 열심히 복무했으니 말이다. 장하다. 앞으로 대권 운운 개소리나 좀 참으셨으면.

 

또 있다. 책에서는 ‘C’기자로 등장하는 양아치다. 그 역시 조선일보라는 같잖은 권력을 이용해 신정아에게 접근해 아예 ‘강간’까지 가려 했다. 참 쓰레기 넘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그는 지금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참나. 여의도가 무슨 쓰레기장인지.

 

일단 개인적으로 난 신정아 사건을 이렇게 기억한다. 어이없는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과 당시 참여정부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내린 한 줄기 축복으로 말이다. 당시 문화일보를 비롯한 ‘개’쓰레기 언론들은 신정아 죽이기와 더불어 참여정부 흠집 내기에 총력을 기울였고, 별 말도 안 되는 소설들을 지어내어 가며 ‘제대로 된 쓰레기 언론’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줬다. 그것도 기자정신, 언론정신이라고 떠들어가며.

 

그 압권은 다름 아닌 신정아 누드 파문이었다. 훗날 합성으로 판명된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문화일보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었다. 물론 문화일보야 천하가 다 아는 쓰레기지만, 다른 언론 역시 그 누드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난 그렇게 신정아 사건을 ‘쓰레기들의 파티’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책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물론 첫 번째는 신정아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주장이다. 책을 읽다보면 사실 의심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참여정부와의 인연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그리고 당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할머니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그녀의 타고난 자아도취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최 이 분은 천재다. 너무 천재라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돈도 많다.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BMW를 몰고 다녔다는 당시의 언론보도가 얼마나 오보였는지 당당히 말한다. 자신은 원래 돈이 많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학력 위조를 할 필요가 없었고, 권력 때문에 변양균 전 실장과의 불륜도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난 사랑을 의심치 않는다. 두 사람이 정말 사랑했다면 그건 사실일 것이다. 그것이 불륜이든 뭐든 중요치 않다. 사랑했다지 않은가. 그러니 돈과 권력을 위한 꾸밈이 아니었다는 것이 신정아의 주장이다. 뭐 믿어 준다고 치자. 사랑은 위대한 것이니.

 

그녀가 원래 자부심이 강한 여자였다거나, 혹은 정말 뛰어난 능력이 있어 젊은 나이에 중요한 역할까지 갈 수 있었다는 사실. 이것은 내게 그다지 중요치 않다. 어찌 보면 한 여자의 자기변명이나 자기 합리화, 혹은 신세 한탄이나 저주의 굿판이 될 수 있는 책을 굳이 읽은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권력 내부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악한 행태들이, 결국 거기에서 이탈되어 나온 이들의 입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용기로 우리는 삼성이란 집단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럽고 야만적인 집단인지 알 수 있었다.

 

마찬가지다. 비록 신정아가 김용철 변호사처럼 용기 있는 자로 칭송받을 순 없겠지만, 이번 그녀의 책으로 우리는 검찰이 아닌 견(犬)찰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정운찬과 ‘C’의원 같은 이들의 정체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내부 고발자’로 신정아의 책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시 언론들의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도 책의 미덕이다. 이런 언론의 보도 행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별 쓰레기 같은 잡스러운 이야기들로 도배된 신문들이 대한민국 언론 시장의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신문사에서 발행된다. 입에 담기도 더러운 ㅈ,ㅈ,ㄷ,ㅁ 등 신문사들의 삽질은 지금도 변함없다. 아니, 이제 그들은 정부를 통제하려 하는 모습마저 자주 보여준다.

 

신정아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철없는 여인일 뿐이다. 하지만 이 여인이 단지 철이 없고, 자아도취가 심하다고 해서, 혹은 돈이 많고 명품을 사랑한다 해서, 아니 다 때려치우고 그녀가 유부남을 사랑한 죄를 지었다고 해서, 2007년 때와 같은 ‘악마 취급’을 당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악마’가 되었다. 부인할 수 없다.

 

책이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일단 출판사 축하드리고, 대박 내셨다. 이렇게 많이 팔릴 만한 책인지는 솔직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국민들의 ‘관음증’이 여전함을 느낀다. 그러나 건전한 관음증은 충분히 권장할 만하다. 권력이란 것들이 무엇을 하는지, 쓰레기 같은 언론과 검찰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몰래 들여다보는 것은 어쩜 국민들의 권리다.

 

심심하면 민간인 사찰하고, 개인 정보 빼돌리는 것이 정치권력, 경제권력들 아닌가. 그러니 국민들이 이 정도 궁금해 하는 것은 아량으로 봐줘야 한다. 아무렴.

 

개인적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들 중 신정아에게 돌을 자신 있게 던질 이 몇이나 될까. 일단 언론사들은 닥치고 있었으면 한다. 아울러 신 씨 역시 그다지 뭐 반성한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참에 책 팔아서 번 돈으로 좋은 일에 쓰시기 바란다. 돈은 원래 많다고 하지 않았나.

 

참 나도 글로 먹고 살지만, 우리나라 언론 정말 혐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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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패권전쟁 - '길'의 역사로 본 동아시아 미래전략 보고서
김종성 지음 / 자리(내일을 여는 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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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창간 이후 역대 최고의 조회를 기록하며 ‘역사 연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시민기자 김종성의 동아시아 바로보기다. ‘길’이라는 코드로 바라보는 동아시아의 역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담고 있다.

 

사실 역사 대중서가 재미있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따분하거나 연도의 나열이 될 수 있는 역사를 살아 숨 쉬는 주체로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재주임에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동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즐기는 편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만난 ‘즐거운’역사 탐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박진감 넘치는 소설을 읽어나가듯 책장을 넘겼다. 특히 내 전공분야이기도 한 북한 관련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거 초원길 그리고 비단길을 정복한 민족 혹은 국가가 동아시아의 패권을 지배해 왔다는 주장. 사실 이는 주장이 아니라 역사적 근거에 기초한 ‘펙트’다. 그리고 그 이후 새롭게 열린 바닷길로 동아시아의 변방 3류 국가에 불과했던 일본이 강한 힘을 키우게 되고 16세기 이후 동아시아의 새로운 패권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임진왜란의 고통을 겪게 되고, 중국 역시 혼란 속에 서서히 패권을 내어주게 된다. 가야와 백제의 멸망 이후 대륙으로의 진출이 사사건건 한반도에 의해 좌절되었던 일본. 그런 일본이 바닷길을 통한 유럽과의 무역을 통해 새로운 힘을 키우게 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이후 19세기 일본은 이른바 ‘탈아이론’을 통해 “나쁜 옛 친구들(동아시아 대륙국가)을 버리고 새로운 친구(서구)를 맞자”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후 서구의 힘을 등에 업고 과거 친구이자 상국이었던 동아시아 대륙국가들을 점령해 나가기 시작한다.

 

책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먼저 ‘길’의 중요성이다. 우리는 과거 길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에 중국을 견제할 수 있었고, 일본의 대륙 진출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단길이 바닷길로 대치되는 순간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오랫동안 ‘도약’을 준비해왔던 일본에게 지배당하는 치욕을 겪게 된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해방 이후 60년이 넘는 기간은 우리 역사에 있어 매우 특이한 시간들이라 할 수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대륙’세력인 우리가, 비록 절반이지만 ‘해양’세력에 편입된 것이다. ‘패권’과 ‘길’의 기준으로 보자면, 때문에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은 ‘전통으로의 복귀’즉 대륙으로의 복귀를 강하게 추구한 시기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누구나 알겠지만, 다시금 대륙과 끈을 끊어버리고 일방적으로 해양세력(미국)에게 붙으려 안달하는 시기다. 위대한 이명박 각하 덕분에 말이다.

 

우리의 탯줄을 끊고, 바다로만 나아가려는 한반도. 북과의 갈등을 억지로 유지하고, 중국과의 외교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은 과거 일제 강점기, 혹은 그 위 임진왜란의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 지고 있는 태양 미국과 떠오르는 태양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니 어떻게 대응해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가.

 

기껏 분단된 우리가 어떻게 감히 동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려 하는가 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북한이 20년 넘도록 미국과 동아시아를 두고 패권 전쟁을 벌어왔다고 주장한다. 너무 허황된 소리라고? 그럼 왜 미국은 ‘전쟁’을 하거나, ‘협상 타결’로 쉽게 끝낼 수 있는 북핵 문제를 20년이 넘도록 끌고 있을까. 왜 북한은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담판을 원하고 있을까.

 

역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제사회 역시 냉엄하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 그리고 6자회담이라는 번거로운 테이블 안에 러시아, 일본, 남한이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라. 북한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동아시아의 차기 패권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조금은 더 넓어진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도발적 주장은 책을 읽어가면서 수긍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과연 이명박 정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진다. 아는 이들은 다 알겠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방부장관과 여성부장관을 제외하면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거의 없다. 이처럼 군 경험이 없는 이들이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미국 무기를 사재기하려 하고 있다. 그 돈은 물론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다. 북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명분으로 스텔스 전투기, 아파치 공격 헬기, 글로벌호크 무인 정찰기, F-35 전투기 등을 임기 내에 모두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국방은 물론 최우선 과제이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더욱 광범위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정치적 이유로 이를 거부한 채, 국민들을 안보불안에 떨게 하고, 어마어마한 금액을 미국에 갖다 바치는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현 정부는 북과의 모든 교류를 끊고 압박하면, 결국 북이 무릎을 꿇고 항복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무역을 넓히고 유럽 등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아 세계 경제에 나아가려는 모습이다. 결국 우리가 북과 관계 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책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눈을 넓히게 만든다. 한반도라는 한정된 곳에 시야가 고정된 우리들은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뒤늦게 알게 된다.

 

꼭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어정쩡한 철학과 비전과 시야를 가진 지도자 혹은 정부를 선출하게 되면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책은, 그리고 바로 이 시간 우리의 모습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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