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패권전쟁 - '길'의 역사로 본 동아시아 미래전략 보고서
김종성 지음 / 자리(내일을 여는 책)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마이뉴스》창간 이후 역대 최고의 조회를 기록하며 ‘역사 연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시민기자 김종성의 동아시아 바로보기다. ‘길’이라는 코드로 바라보는 동아시아의 역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담고 있다.

 

사실 역사 대중서가 재미있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따분하거나 연도의 나열이 될 수 있는 역사를 살아 숨 쉬는 주체로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재주임에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동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즐기는 편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만난 ‘즐거운’역사 탐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박진감 넘치는 소설을 읽어나가듯 책장을 넘겼다. 특히 내 전공분야이기도 한 북한 관련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거 초원길 그리고 비단길을 정복한 민족 혹은 국가가 동아시아의 패권을 지배해 왔다는 주장. 사실 이는 주장이 아니라 역사적 근거에 기초한 ‘펙트’다. 그리고 그 이후 새롭게 열린 바닷길로 동아시아의 변방 3류 국가에 불과했던 일본이 강한 힘을 키우게 되고 16세기 이후 동아시아의 새로운 패권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임진왜란의 고통을 겪게 되고, 중국 역시 혼란 속에 서서히 패권을 내어주게 된다. 가야와 백제의 멸망 이후 대륙으로의 진출이 사사건건 한반도에 의해 좌절되었던 일본. 그런 일본이 바닷길을 통한 유럽과의 무역을 통해 새로운 힘을 키우게 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이후 19세기 일본은 이른바 ‘탈아이론’을 통해 “나쁜 옛 친구들(동아시아 대륙국가)을 버리고 새로운 친구(서구)를 맞자”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후 서구의 힘을 등에 업고 과거 친구이자 상국이었던 동아시아 대륙국가들을 점령해 나가기 시작한다.

 

책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먼저 ‘길’의 중요성이다. 우리는 과거 길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에 중국을 견제할 수 있었고, 일본의 대륙 진출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단길이 바닷길로 대치되는 순간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오랫동안 ‘도약’을 준비해왔던 일본에게 지배당하는 치욕을 겪게 된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해방 이후 60년이 넘는 기간은 우리 역사에 있어 매우 특이한 시간들이라 할 수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대륙’세력인 우리가, 비록 절반이지만 ‘해양’세력에 편입된 것이다. ‘패권’과 ‘길’의 기준으로 보자면, 때문에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은 ‘전통으로의 복귀’즉 대륙으로의 복귀를 강하게 추구한 시기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누구나 알겠지만, 다시금 대륙과 끈을 끊어버리고 일방적으로 해양세력(미국)에게 붙으려 안달하는 시기다. 위대한 이명박 각하 덕분에 말이다.

 

우리의 탯줄을 끊고, 바다로만 나아가려는 한반도. 북과의 갈등을 억지로 유지하고, 중국과의 외교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은 과거 일제 강점기, 혹은 그 위 임진왜란의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 지고 있는 태양 미국과 떠오르는 태양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니 어떻게 대응해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가.

 

기껏 분단된 우리가 어떻게 감히 동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려 하는가 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북한이 20년 넘도록 미국과 동아시아를 두고 패권 전쟁을 벌어왔다고 주장한다. 너무 허황된 소리라고? 그럼 왜 미국은 ‘전쟁’을 하거나, ‘협상 타결’로 쉽게 끝낼 수 있는 북핵 문제를 20년이 넘도록 끌고 있을까. 왜 북한은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담판을 원하고 있을까.

 

역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제사회 역시 냉엄하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 그리고 6자회담이라는 번거로운 테이블 안에 러시아, 일본, 남한이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라. 북한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동아시아의 차기 패권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조금은 더 넓어진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도발적 주장은 책을 읽어가면서 수긍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과연 이명박 정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진다. 아는 이들은 다 알겠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방부장관과 여성부장관을 제외하면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거의 없다. 이처럼 군 경험이 없는 이들이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미국 무기를 사재기하려 하고 있다. 그 돈은 물론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다. 북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명분으로 스텔스 전투기, 아파치 공격 헬기, 글로벌호크 무인 정찰기, F-35 전투기 등을 임기 내에 모두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국방은 물론 최우선 과제이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더욱 광범위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정치적 이유로 이를 거부한 채, 국민들을 안보불안에 떨게 하고, 어마어마한 금액을 미국에 갖다 바치는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현 정부는 북과의 모든 교류를 끊고 압박하면, 결국 북이 무릎을 꿇고 항복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무역을 넓히고 유럽 등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아 세계 경제에 나아가려는 모습이다. 결국 우리가 북과 관계 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책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눈을 넓히게 만든다. 한반도라는 한정된 곳에 시야가 고정된 우리들은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뒤늦게 알게 된다.

 

꼭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어정쩡한 철학과 비전과 시야를 가진 지도자 혹은 정부를 선출하게 되면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책은, 그리고 바로 이 시간 우리의 모습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