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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1 - '사건'전후
신정아 지음 / 사월의책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참여정부 최대의 스캔들 중 하나라 기억되는 ‘신정아 파문’. 신정아 사건은 학력 위조와 청와대 고위층과의 불륜 등으로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그 폭풍의 중심에 있었던 신정아가 2009년 4월 출소 후 2011년 드디어 입을 열었다.
책은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고, 많은 이들이 당시 사건 이후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을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겼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책의 첫 피해자가 등장했다. 바로 정운찬 전 총리다.
책을 읽어보면 정운찬 전 총리는 그야말로 ‘변태’혹은 ‘양아치’에 불과한 이였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젊은 여인을 농락하려 했으니 말이다. 뭐 그 이후의 그의 행적을 보면 그가 원래 그렇게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희대의 쓰레기 집단인 이명박 정부의 총리로써 이렇다 할 공적 없이 대통령과 정부의 방패막이로 열심히 복무했으니 말이다. 장하다. 앞으로 대권 운운 개소리나 좀 참으셨으면.
또 있다. 책에서는 ‘C’기자로 등장하는 양아치다. 그 역시 조선일보라는 같잖은 권력을 이용해 신정아에게 접근해 아예 ‘강간’까지 가려 했다. 참 쓰레기 넘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그는 지금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참나. 여의도가 무슨 쓰레기장인지.
일단 개인적으로 난 신정아 사건을 이렇게 기억한다. 어이없는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과 당시 참여정부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내린 한 줄기 축복으로 말이다. 당시 문화일보를 비롯한 ‘개’쓰레기 언론들은 신정아 죽이기와 더불어 참여정부 흠집 내기에 총력을 기울였고, 별 말도 안 되는 소설들을 지어내어 가며 ‘제대로 된 쓰레기 언론’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줬다. 그것도 기자정신, 언론정신이라고 떠들어가며.
그 압권은 다름 아닌 신정아 누드 파문이었다. 훗날 합성으로 판명된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문화일보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었다. 물론 문화일보야 천하가 다 아는 쓰레기지만, 다른 언론 역시 그 누드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난 그렇게 신정아 사건을 ‘쓰레기들의 파티’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책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물론 첫 번째는 신정아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주장이다. 책을 읽다보면 사실 의심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참여정부와의 인연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그리고 당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할머니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그녀의 타고난 자아도취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최 이 분은 천재다. 너무 천재라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돈도 많다.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BMW를 몰고 다녔다는 당시의 언론보도가 얼마나 오보였는지 당당히 말한다. 자신은 원래 돈이 많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학력 위조를 할 필요가 없었고, 권력 때문에 변양균 전 실장과의 불륜도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난 사랑을 의심치 않는다. 두 사람이 정말 사랑했다면 그건 사실일 것이다. 그것이 불륜이든 뭐든 중요치 않다. 사랑했다지 않은가. 그러니 돈과 권력을 위한 꾸밈이 아니었다는 것이 신정아의 주장이다. 뭐 믿어 준다고 치자. 사랑은 위대한 것이니.
그녀가 원래 자부심이 강한 여자였다거나, 혹은 정말 뛰어난 능력이 있어 젊은 나이에 중요한 역할까지 갈 수 있었다는 사실. 이것은 내게 그다지 중요치 않다. 어찌 보면 한 여자의 자기변명이나 자기 합리화, 혹은 신세 한탄이나 저주의 굿판이 될 수 있는 책을 굳이 읽은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권력 내부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악한 행태들이, 결국 거기에서 이탈되어 나온 이들의 입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용기로 우리는 삼성이란 집단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럽고 야만적인 집단인지 알 수 있었다.
마찬가지다. 비록 신정아가 김용철 변호사처럼 용기 있는 자로 칭송받을 순 없겠지만, 이번 그녀의 책으로 우리는 검찰이 아닌 견(犬)찰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정운찬과 ‘C’의원 같은 이들의 정체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내부 고발자’로 신정아의 책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시 언론들의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도 책의 미덕이다. 이런 언론의 보도 행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별 쓰레기 같은 잡스러운 이야기들로 도배된 신문들이 대한민국 언론 시장의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신문사에서 발행된다. 입에 담기도 더러운 ㅈ,ㅈ,ㄷ,ㅁ 등 신문사들의 삽질은 지금도 변함없다. 아니, 이제 그들은 정부를 통제하려 하는 모습마저 자주 보여준다.
신정아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철없는 여인일 뿐이다. 하지만 이 여인이 단지 철이 없고, 자아도취가 심하다고 해서, 혹은 돈이 많고 명품을 사랑한다 해서, 아니 다 때려치우고 그녀가 유부남을 사랑한 죄를 지었다고 해서, 2007년 때와 같은 ‘악마 취급’을 당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악마’가 되었다. 부인할 수 없다.
책이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일단 출판사 축하드리고, 대박 내셨다. 이렇게 많이 팔릴 만한 책인지는 솔직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국민들의 ‘관음증’이 여전함을 느낀다. 그러나 건전한 관음증은 충분히 권장할 만하다. 권력이란 것들이 무엇을 하는지, 쓰레기 같은 언론과 검찰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몰래 들여다보는 것은 어쩜 국민들의 권리다.
심심하면 민간인 사찰하고, 개인 정보 빼돌리는 것이 정치권력, 경제권력들 아닌가. 그러니 국민들이 이 정도 궁금해 하는 것은 아량으로 봐줘야 한다. 아무렴.
개인적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들 중 신정아에게 돌을 자신 있게 던질 이 몇이나 될까. 일단 언론사들은 닥치고 있었으면 한다. 아울러 신 씨 역시 그다지 뭐 반성한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참에 책 팔아서 번 돈으로 좋은 일에 쓰시기 바란다. 돈은 원래 많다고 하지 않았나.
참 나도 글로 먹고 살지만, 우리나라 언론 정말 혐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