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마링.리밍 지음, 지해범 옮김 / W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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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그리고 이젠 화평굴기(和平崛起)를 외치던 중국. 도광양회가 아직 힘을 키우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전략이었다면, 화평굴기는 4세대 중국 지도자들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정책 비전이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 4세대 중국 지도자의 대표주자로 활약한 원자바오 총리. 우리에겐 11년 된 낡은 점퍼를 입고 허름한 농가에서 농부들과 함께 한 원자바오의 모습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밑창이 터진 운동화를 거듭 수선해 신는 모습도 있었지요.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물론 개혁개방이후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공산당의 1당 독재를 유지하고 있고, 여러 면에서 우리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자바오 등 중국의 지도자들을 평가할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 말입니다. 그 지도자들의 능력이나 성실성 혹은 청렴 등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중국 언론이나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을 따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우리나 미국 등의 자본주의 국가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일정 부분 공직에서 몸담다 상층부에 의해 발탁되어 관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교육받습니다. 지도자 수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때문에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때론 정말 지저분해 보이는 우리네 정치와는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은 권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당원으로 활약하며 오랫동안 수업을 받아 ‘준비된’지도자로 부상하는 모습.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겠죠. 중국의 관료사회는 부패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확실히 모든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원자바오 총리에 대한 평전 정도가 되겠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중국 4세대 지도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이들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홍보서적인 성격이 강한 책입니다. 또한 원자바오 총리에 대한 완전한 능력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에 쓰여진 책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보다는 주문이 많습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98년 대홍수를 맞아 이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G2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오히려 미국을 제치고 G1이 되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 때문에 거대한 중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연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여전히 미국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지는 해 미국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우리 정부나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최소한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눈이 일반 시민들보다는 나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정치 시스템이 다른 중국이지만, 그리고 다분히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해주는 성격이 강한 책이지만, 그래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바로 정부, 정치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어떤 시스템이든,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 정부,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청렴함일 것입니다.

 

인사청문회마다 위장전입, 세금 미납, 병역 비리, 부동산 문제 등으로 줄줄이 낙마하는 우리네 공직자들을 볼 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물론 중국 역시 공직자 부패, 비리가 큰 국가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처럼 공직자들을 사형시킬 수는 없는 문제이니만큼, 처음부터 바른 생각을 가진 공직자들을 선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제 곧 5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으로 등장해 중국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과연 4세대에서 5세대로의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또한 5세대 지도자들은 어떻게 중국을 이끌어갈 것인지 주목됩니다. 그들이 우리의 긍정적인 이웃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중국 인민들이 원자바오를 존경하는 것만큼 우리도 존경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물론 지금도 훌륭한 분들은 많지만 말이죠.

 

“정말 현명한 정부라면 사람들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만 비로소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국민이 정부의 애초 지향점과 의도를 이해하게 되면 자연히 모두가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무릇 정치하는 자는 국민에게 사물을 이해시켜야지 자꾸만 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가의 발전일 뿐만 아니라 정치하는 자의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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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정세토크 - 60년 편견을 걷어내고 상식의 한반도로
정세현 지음, 황준호 정리 / 서해문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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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선언은 북한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닙니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우리가 최대한 활용하면서 민족의 활로를 열기 위해 추진했던 평화 만들기 장전이었어요. 평화 만들기를 한다고 해서 평화 지키기, 즉 안보를 게을리 했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평화 지키기를 위해 연간 전체 국가 예산의 약 9~10%, 20조 원 이상을 국방비로 쓰면서, 그 돈의 1/40 정도 되는 5000억 원 정도를 남북협력기금으로 만들어 평화 만들기를 추진한 겁니다. 그게 6·15의 패러다임이었어요.”

 

우리 민족이 워낙 짧은 시간에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어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의 심성이 조금은 남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흥분하기도 하고, 또 쉽게 쏠리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믿을 것은 나와 가족밖에는 없다’는 철저한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는 물론 사람들의 개인적 성향만을 탓할 수 없습니다. 국가, 정부라는 것은 언제나 국민들을 보호하기보다는 탄압하고 착취하고, 심지어 학살해 왔으니까요. 그 누구도 무엇인가를, 혹은 누군가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냉전이라는 세계사적 상황이 종식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냉전 속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일제의 강점, 그리고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의 논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분단된 우리 민족은 서로 학살을 자행하는 전쟁까지 치르며, 극도의 원한과 분노, 적개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아물 상처는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군사정권을 포함해 역대 정부는 자의든 타의든 북한과의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일정 부분 서로에게 정권 유지의 근거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서로가 증오하면서도, 일정 부분 협력해 온 것이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1년입니다. 오늘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교체된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2대 통일부장관으로 무척이나 장수한 장관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록이 있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언가 하는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대며, 통일부장관의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는 기록 말입니다. 오히려 내외부로부터 “축사 장관”이라는 놀림을 들어야 했습니다. 장관이란 양반이 할 일이 없으니 각종 행사에 축사나 하러 돌아다녔거든요. 참 많이도 돌아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인 정세현 원광대 총장님은 30여 년 동안 공직에 있으며, 남북 관계의 현장을 누볐던 베테랑 중 한 분입니다. 통일부 직원으로는 최초로 통일부장관에 올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각종 남북회담에 주인공으로 활약하셨죠.

 

특유의 거침없는 그러나 지극히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발언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계셨던 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상식에 기반한”대북정책을 위해 노력하셨던 분입니다.

 

정 총장님은 오랜 시간동안 남북문제를 다뤄온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할 말은 하고, 해야 할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던 분입니다. 지금 정권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는 정말 차원이 달랐던 분이죠.

 

그런 총장님의 남북정세, 국제정치 감각과 전망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은 때문에, 비단 남북관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상식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정 총장님의 글을 읽다보면 상식이 무엇인지,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참으로 감사한 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형적 보수 세력들이 득세를 하고 있습니다. 진정 보수가 무언지도 모르는 인간들이 보수란 이름을 더럽히고 있죠. 교회 세력들은 자신들이 대통령을 만들어 왔다며 오만하게도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눈치 보지 말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도, 조직적으로 대형교회들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반대 여론을 조성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국가를 이끌어간다고 믿었습니다.

 

진정한 보수는 정 총장님 정도의 식견과 애국심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총장님은 지극히 보수적이고, 합리적인 분입니다. 이런 분마저 좌파 세력으로 몰아가는 현실. 김구 선생을 빨갱이로 몰아 결국 암살했던 해방정국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지극한 지혜와 비전이 담겨 있는 책.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좋은 일에는 초청을 받아야 가지만, 궂은일에는 소문만 듣고도 가는 겁니다”

북한 식량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정 총장님이 한 말이다. 음식 쓰레기로 연간 20조 원을 버리는 우리가, 10·4 선언 이행에 14조 원이(그것도 중장기적으로 모두 따졌을 때) 든다고 ‘퍼주기’라고 한다면, 천벌을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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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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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대부분 삶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의 하나됨을 노래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화, 분자화 되어가는 지금 그의 책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심성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브리다》는 《연금술사》이후 첫 장편 소설로 그동안 숨겨진 보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얼마나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솔직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저자가 만약 덜 유명할 때 이 책을 펴냈다면 어떤 반응을 얻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책은 쉽지 않습니다. 켈트 신화, 드루이드교, 성 패트릭의 기독교 전승, 비의 등 가톨릭 전통과 켈트족의 마법 이야기는 신비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난해함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저자 특유의 신비와 비의의 세계가 가득 담긴 작품이지만, 《연금술사》에서 전해주는 편안함과 감동은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느낌입니다.

 

주인공 브리다가 찾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또한 인간 궁극의 목표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운명을 찾는 것이지요. 그리고 꿈을 찾는 길입니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그녀의 여정엔 마법사와 위카라는 마녀가 함께 하게 됩니다.

 

전생을 거듭하며 브리다가 찾아왔던 것은 무엇일까요. 진정한 자아를 찾게 해주는 소울메이트? 아니면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힘? 글쎄요. 아직 어리석은 전 확실히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을 내어줄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에만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

 

브리다의 말을 통해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잘못에 익숙해져서 얼마 후에는 잘못과 미덕을 혼동하는 사람들. 그때는 삶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어버린다”고.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살아가며 저도 모르게 타인에겐 철저하고, 스스로엔 관대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의 발전도, 더 이상의 나아감도 모두 어렵게 되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커다란 곤경에 빠지거나 상처를 입게 되면 자신보다는 외부의 그 무언가에 탓을 하게 됩니다. 정말 편리한 방법이죠. 내 잘못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세상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연의 순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과 일방적으로 남 탓, 내가 아닌 그 무언가의 탓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내 스스로에게 정직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죽기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아픔을 겪은 후 읽게 된 《브리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습니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이 어디에서 근원한 것인지, 내가 태어나 죽고 다시 태어나 죽는 과정 속에서 난 얼마나 많은 운명과 조우했을지, 그리고 그 순간마다 후회없는 선택을 해왔는지….

 

제 과보에 따라 지금의 제가 있다는 사실. 전 신비와 마법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동시에 불교의 가르침을 떠올렸습니다. 다겁생의 삶을 이어오는 동안 전 과연 얼마나 많은 선근을 쌓았으며, 또 얼마나 많은 마장을 겪었을까요.

 

부족한 인간이 살아가는 길에 그 어찌 어설픔과 때론 무지에서 비롯된 잔악함이 없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을 여미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브리다가 바라는 세상, 마법사와 마녀 위카가 바라는 세상은 그리 위대하지도, 엄청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속의 삶에서 웃고 우는 우리의 소망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누구나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면 자신의 운명을 찾을 수 있고, 그 운명을 개척하며 행복에 다다를 수 있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조그맣게 돌을 쌓아올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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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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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노무현 대통령 노제. 당시 울먹거리며 사회를 맡았던 김제동을 기억합니다. 그가 방송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전국을 돌며 토크 콘서트를 할 때에도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행동을 하는 것이 적어도 지금의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를 통해 느끼곤 했습니다.

 

그는 가식적인 연예인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뭐 제가 연예인들의 생활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하기에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행동과 말을 통해 어느 정도는 달라 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도대체 저 사람의 머리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한 연예인들도 적지 않거든요.

 

《경향신문》을 구독하지만, 그의 인터뷰 꼭지를 그리 눈여겨 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올 것을 예상한 것도 있지만, 그가 누구를 만났구나 정도만 봤던 것 같습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유인촌 전 장관이나, 남경필 의원처럼 그다지 제가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훌륭하신 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소녀시대 수영은!^^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뉴스 아나운서를 하는 사람들, 앵커를 하는 사람들, 공익광고에 출연하는 사람들과 성우들,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모든 것에 관여한 사람들을 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려고 억지로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옳다고 생각해서 저러는 것인지. 참 보기 싫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불빛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권력 앞에 굽실거리는 것들도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꼭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살아가며 느꼈기 때문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 그들도 좋아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 반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려운 것을 빤히 알면서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굳이 곧은 길을 가려는 이들, 굳이 바른 길을 가려는 이들도 분명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죠.

 

때문에 변명을 하는 이들을 더욱 싫어했습니다. 솔직히 ‘나는 먹고 살려고 이런다’ 하면 이해가 되겠지만, 뻔뻔히 태연히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인간들은 정말 역겨웠습니다. 싫었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신중해지고, 현명해지고 뭐 그럴 것입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패기, 깡다구가 점차 성숙이라는 단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말이죠.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현명한 어르신들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그렇지만 전 아직 제가 젊다고 믿는 것인지, 아님 제 어리석은 고집을 굽히기 싫은 것인지, 타협하는 인간들이 싫습니다. 그리고 변명하는 인간들이 싫습니다. 그런 사람들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을 섞고 싶지 않고, 얼굴을 마주보고 싶지 않습니다.

 

김제동은 그런 면에서 참 친해지고 싶은 사람입니다. 겸손하고, 상대방을 깔보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사람이지요. 특히 전문대를 11년이나 다녀서 어머님이 의대 다니냐고 야단치셨다는 말을 스스로 하지만, 어느 일류대를 나온 이들보다 지혜로워 보입니다. 그만큼 스스로 많은 성찰과 공부를 해왔다는 증거이겠지요.

 

세상엔 광대가 필요합니다. 그 광대는 서민들을 웃게 만들고, 권력을 조롱하며 그들에게 따가운 비판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한 광대는 권력의 편이 아닌 서민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지금은 광대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치고 힘든 서민들의 어깨를 잡아주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광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벌게지는 광대가 아닌 진짜 광대말입니다.

 

전 김제동이라는 광대가 바로 그런 광대로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자기 말대로 먹고 살만한 연예인이라니, 더 욕심내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평범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나중에 더 많이 배우고 준비해 정치계에 뛰어든다해도 굳이 말리고 싶진 않지만 말이죠. 고 이주일 님의 뒤를 이어 정치계에 뛰어든 시대의 광대. 멋지잖아요. 농담입니다.

 

짧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인터뷰들이 많았습니다. 유인촌 장관은 역시 말은 청산유수라는 생각이 들었고, 김C는 역시나 까칠했습니다. 수영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애환도 알았고, 신영복 선생님, 이외수 작가 등의 말에는 깊은 힘이 담겨 있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이들과 만나고 웃으며 그 행복한 웃음 많이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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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 - 일본 동북부 대지진, 그 생생한 현장기록
류승일 지음 / 전나무숲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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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마치 한 편의 거대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 일본에서 벌어졌다. 성난 자연의 거센 파고가 일본을 뒤덮은 것이다. 충격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참혹한 재앙 그 자체였다.

 

쓰나미에 이은 방사능 유출은 일본을 한 순간에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전 세계 지진의 15%를 차지하는 지진국가 일본이기에 치밀하게 대비해 놓은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도 한 순간에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재앙을 통해 무엇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일본에 쓰나미가 덮치자마자 마치 자석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일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놓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버린 재앙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마디로 살아 있는 지옥이다. 삶 저편의 세상이 있다고 믿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야말로 생지옥이다. 점점 자연이 무서워지고 두려워진다. 자연은 자신의 만행을 인간이 가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잔혹한 풍경을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위대함을 인간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듯 지금은 아주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잔혹한 만행과 흔적 없는 침묵에 이젠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기운이 빠지고 허탈했다. 삶이 무상했다. ‘열심히 일궈놓으면 뭐 해. 자연이 한 번 심술을 부리면 찰나에 사라져버릴 것을.’아귀다툼까지 하며 욕심을 채우고 사는 우리가 한없이 가여웠다.”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의 재앙은 일본인들이 느끼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주로 재앙이 휩쓸고 간 다음에 뒤늦게 반성하고 외양간을 고치는 성향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민족적 특성 등으로 분석하기엔 내 깜냥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적어도 짐작되는 것은 있다.

 

우리는 그동안 다른 국가, 민족이 겪어왔던 기나긴 과정들을 그야말로 압축해 겪은 특이한 경험이 있다. 타 민족에 의한 주권침탈과 뒤이은 민족 간의 전쟁, 그리고 분단이라는 상황을 연이어 겪었다. 또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놀라운 속도로 이루어내었다. 그 과정에 부작용이 없을 리 없었다. 온갖 부조리와 불의가 정당화되고 상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랄까, 공권력의 무관심이랄까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사고와 자연재해 앞에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무책임하게, 무감각하게 대응해왔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고 이후에도 우리는 그다지 먼 미래를 내다보는 대책을 고민하지 않았다. 워낙 큰 사건을 많이 겪으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이번 7월 수해와 8월 태풍의 피해를 보면서도 느끼는 게 많았다. 특히 7월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린 폭우는 인재와 천재가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였다. 광화문 광장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린 것은 하늘과 서울시의 공동책임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폭우 때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백년 만에’‘사상 최대의’ 등 수식어를 써가며,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재앙이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그 재앙은 올해 또 재현됐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정부는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백년 만의 폭우라고 말이다.

 

오세이돈이란 별명을 얻게 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해나 재해를 위한 예산을 삭감하고 그 돈으로 디자인 서울을 위해 콘크리트를 더욱 깔았다. 여성들의 하이힐이 박히지 않게 하겠다고 깔아버린 콘크리트는 빗물 역시 흡수하지 못했고, 광화문 광장은 바다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삭감한 예산 약 67억의 세 배나 되는 돈을 들여 전면무상급식을 저지하기 위한 주민투표에 나서고 있다. 사람의 안전, 사람의 먹거리를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가겠다는 몰염치와 철학의 빈곤, 비열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얼마 전엔 무릎까지 꿇고 눈물을 보였다. 미안하지만, 역겨움 외에는 느껴지는 게 없었다.

 

정부는, 공직자는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무시하면서 만들어지는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하다. 사람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마당에 디자인 서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일본의 재앙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자연의 분노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고, 그 철저한 대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정부, 공직자들을 선출해야 한다. 경제적 가치를 위해 흙을 파내고 강을 파헤치는 무식한 정부, 서울을 돌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무식한 서울시장은 다시는 뽑지 말아야 한다.

 

국가권력은 특성상 국민 개개인의 안녕을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엔 국가권력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작동하며 스스로의 안전을 먼저 추구하게 된다. 한 번 잘못 작동된 국가권력을 멈추고 바꾸기란 그리 쉽지 않다. 현 정권이 그야말로 임기 내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다.

 

이제 난 내일이면 또 다른 코미디 한 편을 감상할 것 같다. 182억을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 ‘주민투표’다. 모든 아이들이 눈치 보지 말고 같이 밥을 먹자는 데에도 기를 쓰고, 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사람들.

 

내가 보기엔 이 사람들이 쓰나미보다 더욱 무서운 사람들이다.

 

일본 지진과 쓰나미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

난 내일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다.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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