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2년 전 노무현 대통령 노제. 당시 울먹거리며 사회를 맡았던 김제동을 기억합니다. 그가 방송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전국을 돌며 토크 콘서트를 할 때에도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행동을 하는 것이 적어도 지금의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를 통해 느끼곤 했습니다.

 

그는 가식적인 연예인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뭐 제가 연예인들의 생활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하기에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행동과 말을 통해 어느 정도는 달라 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도대체 저 사람의 머리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한 연예인들도 적지 않거든요.

 

《경향신문》을 구독하지만, 그의 인터뷰 꼭지를 그리 눈여겨 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올 것을 예상한 것도 있지만, 그가 누구를 만났구나 정도만 봤던 것 같습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유인촌 전 장관이나, 남경필 의원처럼 그다지 제가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훌륭하신 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소녀시대 수영은!^^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뉴스 아나운서를 하는 사람들, 앵커를 하는 사람들, 공익광고에 출연하는 사람들과 성우들,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모든 것에 관여한 사람들을 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려고 억지로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옳다고 생각해서 저러는 것인지. 참 보기 싫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불빛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권력 앞에 굽실거리는 것들도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꼭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살아가며 느꼈기 때문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 그들도 좋아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 반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려운 것을 빤히 알면서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굳이 곧은 길을 가려는 이들, 굳이 바른 길을 가려는 이들도 분명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죠.

 

때문에 변명을 하는 이들을 더욱 싫어했습니다. 솔직히 ‘나는 먹고 살려고 이런다’ 하면 이해가 되겠지만, 뻔뻔히 태연히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인간들은 정말 역겨웠습니다. 싫었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신중해지고, 현명해지고 뭐 그럴 것입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패기, 깡다구가 점차 성숙이라는 단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말이죠.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현명한 어르신들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그렇지만 전 아직 제가 젊다고 믿는 것인지, 아님 제 어리석은 고집을 굽히기 싫은 것인지, 타협하는 인간들이 싫습니다. 그리고 변명하는 인간들이 싫습니다. 그런 사람들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을 섞고 싶지 않고, 얼굴을 마주보고 싶지 않습니다.

 

김제동은 그런 면에서 참 친해지고 싶은 사람입니다. 겸손하고, 상대방을 깔보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사람이지요. 특히 전문대를 11년이나 다녀서 어머님이 의대 다니냐고 야단치셨다는 말을 스스로 하지만, 어느 일류대를 나온 이들보다 지혜로워 보입니다. 그만큼 스스로 많은 성찰과 공부를 해왔다는 증거이겠지요.

 

세상엔 광대가 필요합니다. 그 광대는 서민들을 웃게 만들고, 권력을 조롱하며 그들에게 따가운 비판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한 광대는 권력의 편이 아닌 서민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지금은 광대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치고 힘든 서민들의 어깨를 잡아주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광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벌게지는 광대가 아닌 진짜 광대말입니다.

 

전 김제동이라는 광대가 바로 그런 광대로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자기 말대로 먹고 살만한 연예인이라니, 더 욕심내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평범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나중에 더 많이 배우고 준비해 정치계에 뛰어든다해도 굳이 말리고 싶진 않지만 말이죠. 고 이주일 님의 뒤를 이어 정치계에 뛰어든 시대의 광대. 멋지잖아요. 농담입니다.

 

짧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인터뷰들이 많았습니다. 유인촌 장관은 역시 말은 청산유수라는 생각이 들었고, 김C는 역시나 까칠했습니다. 수영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애환도 알았고, 신영복 선생님, 이외수 작가 등의 말에는 깊은 힘이 담겨 있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이들과 만나고 웃으며 그 행복한 웃음 많이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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