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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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대부분 삶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의 하나됨을 노래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화, 분자화 되어가는 지금 그의 책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심성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브리다》는 《연금술사》이후 첫 장편 소설로 그동안 숨겨진 보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얼마나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솔직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저자가 만약 덜 유명할 때 이 책을 펴냈다면 어떤 반응을 얻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책은 쉽지 않습니다. 켈트 신화, 드루이드교, 성 패트릭의 기독교 전승, 비의 등 가톨릭 전통과 켈트족의 마법 이야기는 신비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난해함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저자 특유의 신비와 비의의 세계가 가득 담긴 작품이지만, 《연금술사》에서 전해주는 편안함과 감동은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느낌입니다.

 

주인공 브리다가 찾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또한 인간 궁극의 목표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운명을 찾는 것이지요. 그리고 꿈을 찾는 길입니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그녀의 여정엔 마법사와 위카라는 마녀가 함께 하게 됩니다.

 

전생을 거듭하며 브리다가 찾아왔던 것은 무엇일까요. 진정한 자아를 찾게 해주는 소울메이트? 아니면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힘? 글쎄요. 아직 어리석은 전 확실히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을 내어줄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에만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

 

브리다의 말을 통해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잘못에 익숙해져서 얼마 후에는 잘못과 미덕을 혼동하는 사람들. 그때는 삶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어버린다”고.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살아가며 저도 모르게 타인에겐 철저하고, 스스로엔 관대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의 발전도, 더 이상의 나아감도 모두 어렵게 되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커다란 곤경에 빠지거나 상처를 입게 되면 자신보다는 외부의 그 무언가에 탓을 하게 됩니다. 정말 편리한 방법이죠. 내 잘못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세상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연의 순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과 일방적으로 남 탓, 내가 아닌 그 무언가의 탓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내 스스로에게 정직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죽기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아픔을 겪은 후 읽게 된 《브리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습니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이 어디에서 근원한 것인지, 내가 태어나 죽고 다시 태어나 죽는 과정 속에서 난 얼마나 많은 운명과 조우했을지, 그리고 그 순간마다 후회없는 선택을 해왔는지….

 

제 과보에 따라 지금의 제가 있다는 사실. 전 신비와 마법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동시에 불교의 가르침을 떠올렸습니다. 다겁생의 삶을 이어오는 동안 전 과연 얼마나 많은 선근을 쌓았으며, 또 얼마나 많은 마장을 겪었을까요.

 

부족한 인간이 살아가는 길에 그 어찌 어설픔과 때론 무지에서 비롯된 잔악함이 없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을 여미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브리다가 바라는 세상, 마법사와 마녀 위카가 바라는 세상은 그리 위대하지도, 엄청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속의 삶에서 웃고 우는 우리의 소망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누구나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면 자신의 운명을 찾을 수 있고, 그 운명을 개척하며 행복에 다다를 수 있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조그맣게 돌을 쌓아올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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