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마링.리밍 지음, 지해범 옮김 / W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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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그리고 이젠 화평굴기(和平崛起)를 외치던 중국. 도광양회가 아직 힘을 키우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전략이었다면, 화평굴기는 4세대 중국 지도자들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정책 비전이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 4세대 중국 지도자의 대표주자로 활약한 원자바오 총리. 우리에겐 11년 된 낡은 점퍼를 입고 허름한 농가에서 농부들과 함께 한 원자바오의 모습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밑창이 터진 운동화를 거듭 수선해 신는 모습도 있었지요.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물론 개혁개방이후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공산당의 1당 독재를 유지하고 있고, 여러 면에서 우리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자바오 등 중국의 지도자들을 평가할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 말입니다. 그 지도자들의 능력이나 성실성 혹은 청렴 등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중국 언론이나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을 따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우리나 미국 등의 자본주의 국가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일정 부분 공직에서 몸담다 상층부에 의해 발탁되어 관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교육받습니다. 지도자 수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때문에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때론 정말 지저분해 보이는 우리네 정치와는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은 권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당원으로 활약하며 오랫동안 수업을 받아 ‘준비된’지도자로 부상하는 모습.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겠죠. 중국의 관료사회는 부패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확실히 모든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원자바오 총리에 대한 평전 정도가 되겠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중국 4세대 지도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이들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홍보서적인 성격이 강한 책입니다. 또한 원자바오 총리에 대한 완전한 능력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에 쓰여진 책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보다는 주문이 많습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98년 대홍수를 맞아 이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G2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오히려 미국을 제치고 G1이 되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 때문에 거대한 중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연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여전히 미국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지는 해 미국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우리 정부나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최소한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눈이 일반 시민들보다는 나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정치 시스템이 다른 중국이지만, 그리고 다분히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해주는 성격이 강한 책이지만, 그래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바로 정부, 정치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어떤 시스템이든,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 정부,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청렴함일 것입니다.

 

인사청문회마다 위장전입, 세금 미납, 병역 비리, 부동산 문제 등으로 줄줄이 낙마하는 우리네 공직자들을 볼 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물론 중국 역시 공직자 부패, 비리가 큰 국가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처럼 공직자들을 사형시킬 수는 없는 문제이니만큼, 처음부터 바른 생각을 가진 공직자들을 선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제 곧 5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으로 등장해 중국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과연 4세대에서 5세대로의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또한 5세대 지도자들은 어떻게 중국을 이끌어갈 것인지 주목됩니다. 그들이 우리의 긍정적인 이웃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중국 인민들이 원자바오를 존경하는 것만큼 우리도 존경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물론 지금도 훌륭한 분들은 많지만 말이죠.

 

“정말 현명한 정부라면 사람들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만 비로소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국민이 정부의 애초 지향점과 의도를 이해하게 되면 자연히 모두가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무릇 정치하는 자는 국민에게 사물을 이해시켜야지 자꾸만 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가의 발전일 뿐만 아니라 정치하는 자의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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