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 꽃이 핀다 - 박남준 시인의 산방 일기
박남준 지음 / 삼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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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내 것 네 것으로 나누고, 소유의 틀거리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것은 정말 지옥과 다름없는 모습일 것이다. 아, 그렇다면 이미 이 세상은 지옥과 같구나. 저 아름다운 산도 강도 바다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세상. 누구의 것, 누구의 소유로 호명될 때 이미 세상은 끝장이 난 것이구나.

 

이 땅의 아름다운 강. 오랜 세월동안 이 땅을 살아가던 이들과 함께 흘러온 강이, 고작 찰나의 권력이 이처럼 무참히 깨부수어 버렸다. 그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강들은 그렇게 죽어갔다. 지옥이다. 생지옥이다.

 

어린 시절, 잠시나마 농촌의 생활을 경험했던 나는, 어렴풋이 맡을 수 있다. 시골의 냄새, 땅의 냄새,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의 냄새를. 하지만 어느 새 시간을 깨끗하지 못하게 채워버린 나는, 개구리 한 마리, 사마귀 한 마리에도 움찔거리는 생 병신이 되어버렸다.

 

풀과 나무, 뭍짐승들과 새, 물고기들이 살아갈 수 없는 땅에, 그들이 터를 잡을 수 없는 땅에는 인간 역시 살 수 없다. 자연의 숭고한 품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이 사라져가는 그 속도로 말라죽어갈 것이다.

 

시인은 오랫동안 자연과 벗 삼아 고독을 벗 삼아 살아왔다. 그리고 자연과 주고받은 이야기들,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글로 심었다. 그 글은 자연과 떨어져 호들갑 떨며, 생 병신으로 죽어가는 인간들에게 위안을 주었고, 눈물을 주었고, 생의 끝자락에 간신히 잡고 있는 인간성을 깨워준다.

 

“깊은 푸르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늘 아래 푸르른 것들이 저마다 깊어지며 우거져 간다. 이 빛나는 생명들이 우거져 가는 것들을 사람들은 그냥 놔두지 않는구나. 제초제를 뿌려대듯 자신의 한낱 덧없는 권력욕에 어두워, 티끌 같은 명리의 이권에 눈멀어 저만큼 다가오는 무서운 분노의 해악들을 보지 못하고 파멸의 재물이 되어가는구나.”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내, 이름도 얻고 돈도 얻은 시인이지만, 그는 하동의 작은 집 ‘심원재’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가 돈이 없어, 새들에게조차 비웃음을 받고 있을 적부터 계산한 한 달 생존비, 20여 만 원을 제외한 모든 수입은 지금도 수많은 단체에 기부금으로 보내진다. 그의 통장에 들어있는 ‘관 값’ 200만 원을 제외하고 말이다.

 

앞 개울에 버들치를 키우며, 새들이 먼저 목욕하는 시간에 무심코 멱을 감으러 냇가에 왔다가, 황급히 사과하고 도망가는 시인. 파랑새의 애절함과 노랑상사화꽃의 슬픔 아름다움에 눈물 흘리는 사람. 때문에 그의 글은 자연이고, 꽃이며, 구름이다.

 

이제 물러나는 정부가 5년 동안 자행한 패악질로 이 땅은 또 한 번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많은 생명들이 억지로 구겨 넣어져 땅 속에 묻혔고, 많은 짐승들이 이 땅을 떠나버렸다. 그들의 눈물, 원망, 한숨을 듣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시인의 여린 마음을 매일 아프게 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한다. 어쩔 수 없는 외로운 사람,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이 더 많은 생 병신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나 같은 생 병신도 따끔히 혼내 주시길.

 

시인과의 따뜻한 소주 한 잔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세상엔 슬기롭고 참된 이들이 더 많아서 아직 이 지구가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퍼하되 비탄에 빠지지 말자. 절망하지 말자. 우리의 뜻이 거기 있을진대 다시 우리는 가까운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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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미국의 역사 - 1차 세계대전부터 월스트리트 점령까지
전상봉 지음 / 시대의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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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미국이 주도한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휩쓸고 간 전쟁의 세기였고,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냉전의 세기였으며, 포식자 자본주의의 배를 채우기 위한 탐욕의 세기였다. 21세기는 열전과 냉전, 탐욕이 파탄 난 바로 그 순간 시작됐다. 이런 연관성 때문에 21세기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려면 반드시 20세기를 고찰해야 한다.”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는 이른 바 ‘자본주의의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은 세대에 속한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으로 상징되는 풍요와 경제성장, 그리고 1997년 IMF의 파고 속에 속절없이 단지 ‘밥값’을 아끼기 위해 서둘러 입대했던 기억까지, 모래성과 같았던 자본주의의 화려함과 이면을 모두 체험한 경험을 안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2012년이다. 신자유주의의 몰락은 더디게만 보이고, 내 이웃 혹은 나 자신의 팍팍함은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온다. 오로지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서 정작 그 수혜를 받는 이들은 점점 줄어든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호된 찬바람 속에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따져보려 해도, MB정부의 ‘삽질’을 막는 것조차 버겁다.

바로 그 때 미국 금융자본의 상징인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2011년 7월 13일 캐나다의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격월간지 《애드버스터스》의 성명서를 통해 처음 불이 붙은 월가 점령 시위는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는 99%다’ ‘자본주의는 고장났다’는 구호들이 거리를 휩쓸었고, 그 바람은 자본주의의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한국에도 상륙했다.

 

저자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피며, 미국 이후의 세계를 조심스레 전망한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 99%를 위한 세상인지 생각해본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 불황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장기불황이라는 긴 터널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더구나 미국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대공황기에는 2차대전이라는 세계적인 전쟁을 통해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군수산업을 확장하고 실업자를 군대에 동원하는 등 전시경제체제를 통해 대공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지금은 2차대전 같은 전 지구적인 전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지구를 골백번도 넘게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2차대전 같은 전쟁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란 망상에 불과하다.”

 

아울러 1930년대 대공황의 와중에는 케인즈주의가 제시되어 자본주의의 나침반 역할을 했고, 미국은 조타수 역할을 했다. 하물며 1970년대 불황 때에도 하이에크를 위시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이론을 정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위기를 타개할만한 어떤 대안 담론도 찾을 수 없다.

 

이제 인류는 과연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미국 중심의 ‘고장난’자본주의를 끌어안은 채 1%를 위한 질주를 지속할 것인지, 99%가 소망하는 ‘정의가 이윤에 우선하는’체제를 만들어갈 것인가!

 

4·11 총선 이후 또다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대안 없는 신자유주의의 질주를 멈추기보단 파멸의 그 순간까지 기어코 가고야 말겠다는 이들의 섬뜩함이 참담하다. 하지만 이대로 희망을 버릴 수도 없다. 찬란한 성장을 약속했던 미국 자본주의가 어떻게 몰락의 과정을 밟았는지, 신자유주의가 버린 ‘99%’의 삶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우리는 또 다시 고민해야 하고 돌아봐야 한다. 그 어려운 길에 든든한 동행이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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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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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이 패배했다. 8년 전 발언이 문제가 되어 결국 4·11총선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공릉동, 월계동 지역에서 정봉주 대신 출마한 김용민은 결과적으로 진보진영에게 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 “뭐, 어쩌라고?”

 

민주통합당의 어처구니없는 삽질로 선거가 결국 이 모양으로 되어버린 것에 대해 어떤 인간이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기껏 한다는 얘기가 김용민 탓? 그리고 통합진보당 탓?

 

진보진영 측의 160~170석을 예상했던 민주통합당. 분위기가 왠지 통합진보당과 진실성을 가진 연대를 하지 않아도 이길 것 같으니 구태를 반복하고, 연대를 훼손하고, 제 잇속만 차리려 굴었음을, 과연 어떤 이들이 부정할 수 있을까.

 

김용민은 전문 정치인이 아니었다. 정치평론가지, ‘목사아들돼지’였지, 결코 정치인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도 그는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왜 김용민이 굳이 총선에 나와야 했을까? 그리고 그가 패배하지 않았고, 만약 승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무차별한 비난이 나왔을까. 성폭행 미수범과 논문 표절자가 보란 듯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끝내 김용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민주통합당은 당최 뭐하는 집단일까.

 

총선 이후 국내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 하고 싶은 패악질을 모조리 다 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에 대한 굴종은 기가 막힐 정도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했던 정부가 이제는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민의 안전은 애초에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끝없는 미국의 대한 굴종과 구애만이 있을 뿐.

 

‘나는꼼수다’는 엄청난 폭발력을 나타내며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꾸었다. 젊은 층들이 비로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정치가 자기 삶의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케 만들었다.

 

아울러 MB 정권이 얼마나 폭압적이고 탐욕적이고 부정부패로 가득한 정권인지 그 속살을 부드럽게(!) 소개했다. 이는 결코 작은 성과가 아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던 기존 언론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는꼼수다’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 김용민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정권이 끝까지 그들을 괴롭히겠지만, 그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은 여전히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욕을 하든, 그 무엇을 하든 말이다.

 

선거 이후 한동안 말을 아끼며 살아왔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의 잘못은 무엇이었는지,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는 뉘우침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패배가 결코 끝이 아니다. 대선이 다가오고,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른다. 결코 정의는 무릎 꿇지 않는다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김용민의 제2의 도전을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꼼수다’의 건투를 다시 한 번 빈다. 정치는 삶이다. 그 삶은 더럽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귀찮지 않아야 한다. 보수 세력의 반동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승리로 그냥 주어지는 법은 없다.

 

이대로 가면 민주통합당은 자멸한다. 통합진보당 역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수구세력은 결코 먼저 물러서지 않는다.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간고한 노력은 뼈를 깎은 고통과 함께 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상식선에서 이념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불법, 반칙, 몰상식한 집단과 경쟁하고 있다. 그 집단은 정치의 속성을 한 눈에 꿰고 있는 베테랑이다. 진보진영 공동의 목표 설정, 정치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진보진영은 그들에게 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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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가 성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신정길 옮김 / 서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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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운명이란 게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정말 타고 났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운이 좋기도 한 반면, 어떤 이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갑니다. 정말 저렇게 운이 없을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일이 안 풀리곤 합니다.

 

이번 총선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정치인으로서 차근차근 길을 걸어오며 실력과 경험을 쌓아온 이는 맥없이 낙선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 신인이 보란 듯 당선되는 모습들.

 

물론 정치 신인들이 하나같이 다 문제가 있다거나,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모두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을 가질 만하니까 그렇게 된 것이겠죠. 물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누군가 올린 사진을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의 제목이 ‘자본주의의 속살’이었는지, 아무튼 그 사진은 어떤 복권 판매업소 유리창을 찍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로또 밖에 답이 없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인가, 조금은 허탈했습니다. 정당한 노력이 인정받기 보다는 오직 한탕의 눈이 먼 사회. 하지만 그 원인을 찾아 들어가 보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 또한 이 세상입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불의로 부와 명예를 빼앗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 그들에게 그 어떠한 항의나 댓거리도 못 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허탈해하고 결국 자신마저도 요행을 바라게 됩니다.

 

책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낸 이나모리 가즈오 현 일본항공(JAL)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대개 그렇듯, 별 다른 배경이나 재력 없이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인물입니다. 일본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3인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입니다. 때문에 그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 저자의 가치관, 철학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가 ‘일’을 바라보는 자세,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무척 단호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을 고역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키우는 최고의 가치라 말합니다. 무아지경으로 일에 빠져들면 나머지는 모두 알아서 이뤄진다는 그의 주장을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과연 내가 무언가 꾸준히 이루려 노력한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재주 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아주 단순히 말합니다. 그냥 열심히 일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남들이 하는 만큼 ‘열심히’가 아닙니다. 잠자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일에 빠져 살아야, 비로소 열심히 일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진부한 말이 그에겐 생명과도 같은 절대 명제였습니다.

 

솔직히 제가 그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 그의 삶을 보면서 느낀 점은 있습니다. 당장의 성공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보다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진중함, 그리고 그 치열한 열정과 범접할 수 없는 끈기. 이는 분명 엄청난 것입니다.

 

일에 대한, 삶에 대한 그의 자세는 분명, 평범한 이들은 좀처럼 흉내 내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그 무엇이라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용기는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 한 번에, 한 방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생각이 너무나 만연해 있는 세상입니다. 로또 1등 같은 삶이 분명 누구에겐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전부 다는 아닙니다.

 

‘왜 일하는가’, 쉬운 질문이지만 답변은 어렵습니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하면 정말 구차해지고, 그렇다고 무언가 거창한 변명을 늘어놓자니, 양심에 찔리는 모양새입니다.

 

책을 덮고 한동안 생각해 봤습니다. 난 왜 일하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스스로의 답이 마음에 들지만, 행여라도 변하지 않게, 항상 마음을 다잡아야 하겠습니다.

 

자기계발서라기 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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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세계사 - 스탈린 대 트루먼, 박정희 대 김일성, 아이슈타인에서 김정은까지
정욱식 지음 / 아카이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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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세계적으로도 영토에 비해 원전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후쿠시마의 참사에도 아랑곳없이 2024년까지 이를 34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나 대단한 양반이다.

 

돌이켜보면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핵 재앙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고, 북핵 문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는 핵을 ‘인간계의 절대반지’로 표현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해 자신의 70세 생일에 “나는 핵전쟁이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재앙으로 인류가 1000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한다. 물론 1000년이란 시간은 먼 훗날일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인류 뿐 아니라 지구 자체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발명품인 핵.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핵을 어떤 이는 “사정거리가 가장 긴 구조적 폭력”이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세계 번영의 마르지 않는 샘”이라 찬양한다.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처럼 인간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하고, 매료시키기도 하는 핵. 과연 핵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저자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익숙해져버린 핵에 대해 정작 많은 이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는 3월 26~27일 정부의 호들갑 속에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고, 북핵문제, 원전 수출 등 핵과 관련된 많은 이슈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나 담론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저자는 광범위한 1차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핵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했다.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히 일제 패망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는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을 들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핵을 일종의 ‘해방의 무기’로 인식하게 됐고, 이후 미국 핵무기에 대한 비판에서 둔감한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일본의 항복에 굳이 핵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원폭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항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고, 오히려 소련의 참전 선언이 일본에게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당시 미국의 원폭이 소련 스탈린에 대한 무력시위의 측면이 더 강했다고 말한다. 소련보다 먼저 핵을 개발한 미국이 당시 잠재적인 라이벌로 떠오르던 소련을 견제하고, 전후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필요한 ‘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편 그동안 우리는 원폭으로 인한 일본의 패망에만 주목했을 뿐, 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4만 여명의 강제징용 조선인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으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인천자유공원을 ‘점령’하고 있는 맥아더에 대한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당시 그는 중국의 참전으로 미군과 연합군이 수세로 몰리자, 트루먼 대통령에게 북중 국경지대에 30여 발의 핵폭탄을 투하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해로부터 서해에 이르기까지 코발트 방사선이 막을 형성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의 생명체는 60년, 혹은 120년 후에야 다시 소생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그의 계획대로 핵 공격이 이뤄졌다면 지금의 한반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쟁 이후에도 한반도는 핵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북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미국의 핵 위협을 견뎌야 했고, 남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수많은 핵무기를 받아들여야 했다. 단 한 순간의 결정이나 우연, 실수로도 한반도는 핵 재앙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은 미국의 대한반도 핵 정책 속에는 한반도 분단의 논리, 냉전의 논리가 그대로 투영되어 왔다고 말한다. 이는 MD역시 마찬가지다. 북은 끊임없이 MD의 공격 대상이 되어왔고, 남은 MD의 포섭대상이었다.

 

이는 결국 한반도 핵 문제가 단지 북핵 문제의 해결만으로 풀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북핵은 60년이 넘게 쌓여온 분단과 냉전이라는 한반도 문제의 󰡐모순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핵 문제를 북 체제나 지도자의 문제로 국한해 바라보는 한 해결에 다가갈 수 없다. 냉전이라는 병을 앓아온 한반도 전체의 체질을 바꿀 때 비로소 그 치유법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북의 광명성3호 발사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더욱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고, 미국 역시 2·29합의 이행에 부정적 입장이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는 당장 다가온 대선으로 인해 더 이상 북과 대화에 나서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저자는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미국 내에 팽배해있는 ‘북 불신론’을 깨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선불로’ 안겨준 그의 ‘핵 없는 세상’정책 역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북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실주의자들은 여전히 핵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부상하는 중국이나 푸틴의 러시아를 상대함에 있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그가 재선한다해도 그의 구상이 현실로 이어지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새로운 중국 지도부 역시 미국의 쇠퇴를 자국의 위상강화와 ‘미국의 단극체제’를 끝내고, ‘다극체제’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오바마의 재선 이후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결국 더욱 복잡해진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또 다시 ‘그냥 이렇게’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깐의 평화에 안도하다가 돌발적 변수가 생기면 또 다시 불안해야하는 ‘진땀 흘리는’삶 말이다.

 

때문에 차기 정부의 역할이 더욱 무겁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와 더불어, 본질적인 한반도 문제의 근원, 즉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과제가 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보수 진영은 북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또한 단순히 비난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비난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보수 진영의 관성을 과연 이름만 바뀐 새누리당이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김정은 체제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인해, 핵무기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핵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에게도 역시 핵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딜레마의 무기’다. 때문에 광명성3호 발사로 일단락된 북의 미사일 행보가 끝난 후 어쩌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남북관계, 그리고 북핵 문제. 이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세계 2차 대전의 와중에 탄생한 핵무기의 역사와 더불어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의 지속까지, 모든 것을 깊이 있게 통찰해야 비로소 ‘보이는’문제다.

 

때문에 이 책처럼 핵 문제를 근원부터 조명한 자료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핵은 안전하다’는 기만이 적어도 더 이상 한반도에서는 부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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