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미국의 역사 - 1차 세계대전부터 월스트리트 점령까지
전상봉 지음 / 시대의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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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미국이 주도한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휩쓸고 간 전쟁의 세기였고,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냉전의 세기였으며, 포식자 자본주의의 배를 채우기 위한 탐욕의 세기였다. 21세기는 열전과 냉전, 탐욕이 파탄 난 바로 그 순간 시작됐다. 이런 연관성 때문에 21세기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려면 반드시 20세기를 고찰해야 한다.”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는 이른 바 ‘자본주의의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은 세대에 속한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으로 상징되는 풍요와 경제성장, 그리고 1997년 IMF의 파고 속에 속절없이 단지 ‘밥값’을 아끼기 위해 서둘러 입대했던 기억까지, 모래성과 같았던 자본주의의 화려함과 이면을 모두 체험한 경험을 안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2012년이다. 신자유주의의 몰락은 더디게만 보이고, 내 이웃 혹은 나 자신의 팍팍함은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온다. 오로지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서 정작 그 수혜를 받는 이들은 점점 줄어든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호된 찬바람 속에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따져보려 해도, MB정부의 ‘삽질’을 막는 것조차 버겁다.

바로 그 때 미국 금융자본의 상징인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2011년 7월 13일 캐나다의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격월간지 《애드버스터스》의 성명서를 통해 처음 불이 붙은 월가 점령 시위는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는 99%다’ ‘자본주의는 고장났다’는 구호들이 거리를 휩쓸었고, 그 바람은 자본주의의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한국에도 상륙했다.

 

저자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피며, 미국 이후의 세계를 조심스레 전망한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 99%를 위한 세상인지 생각해본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 불황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장기불황이라는 긴 터널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더구나 미국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대공황기에는 2차대전이라는 세계적인 전쟁을 통해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군수산업을 확장하고 실업자를 군대에 동원하는 등 전시경제체제를 통해 대공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지금은 2차대전 같은 전 지구적인 전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지구를 골백번도 넘게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2차대전 같은 전쟁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란 망상에 불과하다.”

 

아울러 1930년대 대공황의 와중에는 케인즈주의가 제시되어 자본주의의 나침반 역할을 했고, 미국은 조타수 역할을 했다. 하물며 1970년대 불황 때에도 하이에크를 위시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이론을 정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위기를 타개할만한 어떤 대안 담론도 찾을 수 없다.

 

이제 인류는 과연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미국 중심의 ‘고장난’자본주의를 끌어안은 채 1%를 위한 질주를 지속할 것인지, 99%가 소망하는 ‘정의가 이윤에 우선하는’체제를 만들어갈 것인가!

 

4·11 총선 이후 또다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대안 없는 신자유주의의 질주를 멈추기보단 파멸의 그 순간까지 기어코 가고야 말겠다는 이들의 섬뜩함이 참담하다. 하지만 이대로 희망을 버릴 수도 없다. 찬란한 성장을 약속했던 미국 자본주의가 어떻게 몰락의 과정을 밟았는지, 신자유주의가 버린 ‘99%’의 삶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우리는 또 다시 고민해야 하고 돌아봐야 한다. 그 어려운 길에 든든한 동행이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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