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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가 성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ㅣ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신정길 옮김 / 서돌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운명이란 게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정말 타고 났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운이 좋기도 한 반면, 어떤 이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갑니다. 정말 저렇게 운이 없을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일이 안 풀리곤 합니다.
이번 총선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정치인으로서 차근차근 길을 걸어오며 실력과 경험을 쌓아온 이는 맥없이 낙선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 신인이 보란 듯 당선되는 모습들.
물론 정치 신인들이 하나같이 다 문제가 있다거나,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모두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을 가질 만하니까 그렇게 된 것이겠죠. 물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누군가 올린 사진을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의 제목이 ‘자본주의의 속살’이었는지, 아무튼 그 사진은 어떤 복권 판매업소 유리창을 찍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로또 밖에 답이 없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인가, 조금은 허탈했습니다. 정당한 노력이 인정받기 보다는 오직 한탕의 눈이 먼 사회. 하지만 그 원인을 찾아 들어가 보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 또한 이 세상입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불의로 부와 명예를 빼앗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 그들에게 그 어떠한 항의나 댓거리도 못 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허탈해하고 결국 자신마저도 요행을 바라게 됩니다.
책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낸 이나모리 가즈오 현 일본항공(JAL)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대개 그렇듯, 별 다른 배경이나 재력 없이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인물입니다. 일본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3인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입니다. 때문에 그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 저자의 가치관, 철학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가 ‘일’을 바라보는 자세,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무척 단호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을 고역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키우는 최고의 가치라 말합니다. 무아지경으로 일에 빠져들면 나머지는 모두 알아서 이뤄진다는 그의 주장을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과연 내가 무언가 꾸준히 이루려 노력한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재주 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아주 단순히 말합니다. 그냥 열심히 일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남들이 하는 만큼 ‘열심히’가 아닙니다. 잠자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일에 빠져 살아야, 비로소 열심히 일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진부한 말이 그에겐 생명과도 같은 절대 명제였습니다.
솔직히 제가 그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 그의 삶을 보면서 느낀 점은 있습니다. 당장의 성공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보다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진중함, 그리고 그 치열한 열정과 범접할 수 없는 끈기. 이는 분명 엄청난 것입니다.
일에 대한, 삶에 대한 그의 자세는 분명, 평범한 이들은 좀처럼 흉내 내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그 무엇이라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용기는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 한 번에, 한 방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생각이 너무나 만연해 있는 세상입니다. 로또 1등 같은 삶이 분명 누구에겐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전부 다는 아닙니다.
‘왜 일하는가’, 쉬운 질문이지만 답변은 어렵습니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하면 정말 구차해지고, 그렇다고 무언가 거창한 변명을 늘어놓자니, 양심에 찔리는 모양새입니다.
책을 덮고 한동안 생각해 봤습니다. 난 왜 일하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스스로의 답이 마음에 들지만, 행여라도 변하지 않게, 항상 마음을 다잡아야 하겠습니다.
자기계발서라기 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