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차마마의 선물
팔로마 산체스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8

 

176페이지, 21줄, 23자.

 

나 <실타래>는 <먹보>, <다람쥐>, <백발> 이네스, 아구스틴 <카멜레온>과 친구입니다. <>안은 별칭입니다. 각각 실타래처럼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틈만 나면 먹는다, 어디든 잘 올라간다, 뛰어난 발솜씨를 가졌다, 잘 스며든다라는 특징이 있어 붙었습니다.

 

어느 날 호세 <인디오>가 옵니다. 호세를 인디오라고 부른 까닭은 이미 반에 호세가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쿠아도르에서 왔다네요. 할아버지가 주술사(책에는 한의사라고 되어 있는데, 한의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명칭이니 주술사가 맞을 겁니다)인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마술적인 분위기가 납니다. (이것은 뒤에 증명됩니다)

 

몇 개의 사건(특히 히메네스 할머니 댁 도난 사건)을 통해 제각각의 능력이 발휘됩니다. 사람은 제각기 다른데,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하기가 곤란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상호보완이 최선이지요.

 

150323-150323/1503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는 보이지 않아 카르페디엠 34
수잔 크렐러 지음, 함미라 옮김 / 양철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3.9

 

230페이지, 23줄, 26자.

 

마샤는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여름방학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지냅니다.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 여기 저기 돌아다녀야 합니다. 바렌부르크는 아주 지루한 동네입니다. 모든 게 정체되어 있지요. 심지어 새로 이사온 사람은 동네 사람으로 쳐주지도 않습니다. 기존의 주민들만 실재하는 사람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앞에 있나 했더니 뒤에 나올 이야기 때문입니다.

 

13살 또래의 애들은 6주짜리 뜨네기 친구를 사귈 의향이 없습니다. 그래서 왕따인 마샤는 가서 지내기엔 너무 나이가 든, 놀이터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습니다. 거기서 율리아와 막스를 봅니다. 율리아는 9살, 마그는 7살이네요. 율리아는 엄청나게 예쁘네요. 그래서 샘이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배에 큼직한 멍 자국이 있습니다. 얼마 뒤 브란트너 댁에 갔습니다. 초인종이 안 울려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브란트너 씨가 막스를 폭행하는 걸 봅니다. 집에 와서 할머니, 이웃 아주머니 그리고 가끔 정신이 돌아오는 이웃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봅니다.

 

하지만 오히려 주의만 듣습니다. 현상유지가 마치 지상목표인 듯한 동네. 그래서 율리아와 막스를 꾀어 가까이 있으나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푸른 집으로 데려가 가둡니다. 하지만 그 집은 물도 전기도 없네요. 그러니 갖힌 아이들은 고생을 합니다. 그것 때문에 마샤는 생각이 복잡합니다. 결국 빨래감을 갖고 왔다가 들켜 경찰이 찾아냅니다.

 

막스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이기는 중이였고(그래서 매우 뚱뚱하여 코끼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율리아는 외면함으로써 극복하기에 부정합니다. 마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함구하였지만 너무나 무거운 약속을 이기지 못하여 마침내 할아버지 앞에 내려놓습니다.

 

주제는 아동폭력입니다. 무관심해 보이는 주변의 어른들과 함께요. 어쩌면 자신의 사생활을 침범당하고 싶지 않기에 남의 사생활에 대해 무관심한 척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내 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 너도 거기서 너의 생활을 해라. 그러면 피차 거슬리는 것을 눈감을 수 있지 않겠느냐?

 

참 난감한 주제입니다. 객관적이라고 해서 그게 진짜로 옳은 건 아니거든요. 거두절미하고 이 사안만 본다면 율리아 등을 때리고 지내는 건 잘못입니다. 하지만 인간사에선 디지털 세계처럼 0과 1만 있는 게 아니라 0.5도 있고, 0.4도, 0.6도 있습니다. 0은 선이고 1은 악인데, 0.5는 뭐죠? 그래서 남에게 뭐라 말하는 게 늦춰집니다. 망설여집니다. 나도 0인 것은 얼마 안되고 1에 가까운 건 좀 되거든요.

 

책의 원제목이 <letfanten sieht man nicht>로 표기되어 있더군요. 코끼리일려면 앞에 E가 붙어야 할 터이니 아마 오식이겠죠?

 

150323-150323/1503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
줄리아 스튜어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3.7

 

399페이지, 22줄, 26자.

 

사람들의 일상은 수많은 사건들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합니다. 홀로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각자가 서로 다른 일에 신경을 쓸 것이고,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다 하더라도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걸 기대하고, 또 다르게 진행하게 됩니다.

 

런던탑 근위병으로 근무중인 발사자르 존스는 아내 헤베와 사이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유일했던 아들 마일로가 밤에 죽은 뒤로 두 사람 사이의 교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발사자르의 유일한 관심은 서로 다른 빗물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아내는 아이가 죽은 다음에도 눈물도 흘리지 않는 남편에게 상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여왕의 변심 때문에 런던탑 동물원이 부활될 참입니다. 책임자로는 발사자르가 선택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쿡 부인이라는 최고령 거북을 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략 230세 정도 되는 거북.

 

이야기는 런던탑 주민들 중 셉티머스 드류 목사, 주점 주인 루비 도어, 까마귀 대장, 왕실 교도소장 등을 중심으로 동시산발적으로 진행합니다. 헤베의 직장 동료인 런던 유실물 센터 직원 발레리 제닝스의 이야기도 포함해서요.

 

실제 생활에서 모든 일이 산발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것을 그렇게 기억하지 않고 사건별로 모아서 기억합니다. 그게 편하거든요. 일어난 순서대로는 난잡하고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산발적으로 쓰면 독자의 몇 가지 면을 붙잡을 수 있는데, 어떤(어쩌면 다수의) 독자들은 정리된 것이 편합니다. 21세기가 가까워진 때부터 글들은 잘라서 나열하기 내지 뒤죽박죽으로 만들기가 크게 퍼졌습니다. 그래서 글 읽기가 좀더 어려워졌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은 번역자의 글에도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아내의 유골함과 함께 시내를 여행하다가 분실한 노인을 겨우 찾아서 돌려주러 갔다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대목입니다. 363페이지에서 367페이지까지인데 367페이지에 가면 꽤 괜찮은 글이 나옵니다. 인용하자면,

 

< 노인이 헤베 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더라도 슬퍼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요."
헤베 존스는 베일처럼 앞을 가린 눈물 너머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이가 우리 애를 사랑하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어요."
그러자 레지날드 퍼킨스가 굽은 손가락을 쳐들며 물었다.
"아들이 살아 있었을 때도 그걸 의심한 적이 있소?"
"한 번도 없었죠."
"그게 당신의 답인 거요."
노인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

 

150321-150321/1503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과 해류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하윤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8

 

319페이지, 22줄, 26자.

 

크헉! 단편집이네요. 전 단편집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작품에 들어가는 기본 정신 에너지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같다고 느끼거든요. 이렇게 네 편의 단편이 있다면 동일(전체를 말합니다) 페이지의 장편 두 권보다 더 큰 피곤함이 몰려옵니다. 아 그렇다고 단편을 안 읽는 건 아닙니다. 무려 열 편이나 읽었는데 하나의 독후감만 작성해야 하니 짜증이 나는 것이지요.

 

왜 빌릴 때는 안 보이다가 막상 읽으려고 하면 그 때서야 [단편집]이라는 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불과 해류] (128)
시바무라는 우에다 고로와 함께 요트 경주에 나섭니다. 아내 미야코는 시바무라의 대학동창인 소네 신기치와 즐거운 날을 보내기 위하여 몰래 왔습니다. 요트 경주가 왕복 65시간 정도 걸리니 외도를 즐기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호텔 옥상에서 미야코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며칠 뒤 소네의 집 근처에서 부패한 사체로 발견됩니다. 일단 용의자로 연행된 신기치. 형사 쿠마시로는 신기치 용의자설이 부족하다고 보고 시바무라를 파고듭니다.

 

사실 바다에서의 존재시간은 먼 바다가 아니라면 충분히 조작 가능합니다. 특히 반환점에서 확인을 안한다면 말이지요.

 

[증언의 숲] (62)
아오자 무라츠구는 집에 와 보니 아내 카즈에가 교살체로 발견되었다고 경찰서에 신고한 직후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여러 차례의 신문 끝에 부인, 시인, 재부인, 재시인 등이 반복되고 결국 기소된 후 1심에선  무죄, 2심과 대법원에서 유죄로 평결받아 7년형으로 수감됩니다. 때는 1938년에서 1943년 사이. 그 후 미소 배달원의 자수가 있었지만 관게자들이 무마시켰고, 배달원은 징집되어 참전합니다. 배달원은 징집을 피하기 위하여 거짓 자수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종족동맹] (61)
아니 린페이라는 사람이 스기야마 치즈코라는 여성을 강간살해한 혐의로 기소됩니다. 당일 심부름을 다녀왔는데 시간 오차가 20분 정도 생기기에 검사측이 기소하였던 것인데, 국선변호인은 몇 가지 이유로 무죄를 주장 관철시킵니다. 후에 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린페이를 고용하였지만, 린페이는 사건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피해자의 핸드백을 가져와 자신이 진범이라고 하며, 여사무원에 대한 치근거림을 계속할 것을 말합니다.

 

[산] (68)
아오츠카 이치로는 횡령후 도피 중 한 여관에서 종업원 키쿠를 만나 밀회를 갖다가 사체를 하나 발견합니다. 그리고 근처에서 다른 남자를 봤던 기억을 간직합니다. 도쿄에 올라온 둘은 우연히 그 남자(이치사카)를 발견합니다. 얼마 뒤 아오츠카는 작은 잡지사의 편집장이 되는데, 표지에 미인도를 싣던 관행이 어느 달만 산으로 바뀝니다.

 

아마도 제각기 다른 시대에 쓰여진 것 같습니다. 나오는 금전의 사용액을 보면 동시대는 절대 아니네요. 이에 대한 정보는 책에 없습니다.

 

시간이야 페이지에 비례하지만, 피로도는 확실이 높습니다.

 

150320-150320/1503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8

 

411페이지, 22줄, 25자.

 

전직 형사 구동치는 딜리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누군가에게서 의뢰를 받아 특정 조건(보통은 죽었을 때)이 되면 그 사람이 의뢰했던 것을 지워줍니다. 뭐 사진일 수도 있고, 하드 디스크일 수도 있고, 수첩, 일기장, 또는 끄적거린 종이뭉치일 수도 있습니다.

 

한 의뢰인이 찾아옵니다. 뭔가를 부탁하였지만 작가는 그 장면에 다른 걸 끼워 넣습니다. 마지막에 가면 나옵니다.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서로 연결되면서(뭐 인생이 다 그렇지요. 몇 명을 끼우면 모두 연결되는 게 당연하니까.) 얼개가 나옵니다. 부분 부분 몰입하게 하면서 재미도 있습니다. 전체 얼개는? 글쎄요.

 

죽은 사람이 말이 없다고들 하지요. 제 생각엔 죽은 사람은 듣지 못합니다. 말이 없는 이유는 듣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듣지 못하니 남기고 간 것에 대해 연연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체면이니, 느낌이니 감정이니 하는 건 모두 살아 있는 사람의 몫.

 

책을 빌린 이유는 보통 책의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 때문입니다.

 

다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썼는데,
 누군가
 지웠다.>

 

등장인물(가나다 순, 중요도 무시)
구동치(딜리터), 김인천(형사반장), 나영욱(천일수의 경호실장, 원수도장 대사형), 박찬일(지하 레스토랑 사장), 배동훈(동영상 유출후 피살), 백기현(1층 철물점 주인), 이강혁(원수도장 초기 이탈자), 이리(탐정, 동물 애호가), 이빈일(3층 PC방 직원), 이영민(YM기획 사장), 정소윤(의뢰자 정인수의 딸, 그래픽 디자이너?), 차철호(2층 합기도관장), 천일수(노블엔터테인먼트 회장), 한유미(노블테니스클럽 사무원)

 

150320-150320/1503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