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투소 - 프랑스 혁명에 관한 이야기
미셸 모런 지음, 이지연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3.3

 

524페이지, 27줄, 29자.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밀납인형 조각가의 이야기입니다. 권말미에 있는 글을 보자면 아마도 실제인물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건은 사실이겠으나, 대화라든지 생각은 후대에 전해질 방법이 없으니 작가의 상상이겠지요.

 

시점은 편리하게도 마리 그로숄츠의 것입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밀납인형을 어떻게 만들까와 어떻게 전시할까로 고민했으니 수많은 이야기를 생략하기엔 제격입니다.

 

안나 그로숄츠는 네 아이를 데리고 남편을 떠나 달아납니다. 그녀의 고용주이자 훗날 연인이 되는 필립 쿠르티우스에게 가정부로 들어갔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 아들(에드문트, 요한, 볼프강)은 왕실의 스위스 근위대에 들어갑니다. 딸(마리)은 쿠르티우스에게 배워 밀납인형 조각가가 됩니다. 이야기는 마리가 스물여덟이 된 1788년 12월부터 시작합니다.

 

전 권을 통하여 쿠르티우스는 기회주의자처럼 살아갑니다. 자신의 소신은 중요하지 않고, 가족의 안위를 위하여 당장 눈앞에서 그를 위협하는 존재들에게 굴복합니다. 그런데, 시점을 바꿔 보면 그의 자세는 그 난폭한 무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니 그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강요한 사람을 비난해야지 굴복한 사람을 비난하면 안되죠. 광기가 몰려올 때에는 비록 그 광기를 배후에서 조정하였던 사람이라고 해도, 아니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물결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보통 프랑스 '대혁명'이라고 하죠. 위대한 혁명이란 뜻이 아니라 큰 혁명이란 뜻이지요. '혁명'이란 성스러운 단어가 아닙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면 그게 혁명입니다. 그러니 정치배들이 주장하듯 '4.19는 혁명이고 5.16은 혁명이 아니다' 라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둘 다 혁명입니다. 하나는 시민혁명, 하나는 군사혁명. 뭐 어떤 이들은 (군사)혁명 대신 쿠데타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데, 쿠데타는 외래어이고 우리말로 옮기면 무력혁명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언동이지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마리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비슷한 시대의 작가들이 쓴 것과도 좀 거리가 먼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아, 당대의 작가들도 솔직하게 쓰기보단 대중의 미움을 덜 받도록 노력해야 했을 테니 역시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

 

이상하게도 일단 빌렸다가 이런저런 사유로 못 보고 반납했다가 다시 빌려온 책들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네요. 이 책도 그렇습니다.

 

140903-140905/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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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os84 2020-01-1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16이 혁명이라굽쇼? 위고의 러미제라블 완역을 읽어보시길. ˝부분에 대한 전체의 전쟁은~˝ 구절만이라도 찾아 읽는다면 5.16이 혁명이라는 황당한 말을 낼 용기는 생기지 않았을 듯.

수산 2020-03-0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반적인 뜻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혁명에 대한 제 정의는 본문에 적힌 그대로입니다. 이를테면 위화도 회군으로 대표되는 특정 상황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혁명입니다. 고려가 끝나고 조선이 시작된 계기니까요. 특정인의 정의에 의하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5.16을 혁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현 시점에서는요. 그 이전 과거 40년간은 혁명이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