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
줄리아 스튜어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3.7

 

399페이지, 22줄, 26자.

 

사람들의 일상은 수많은 사건들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합니다. 홀로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각자가 서로 다른 일에 신경을 쓸 것이고,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다 하더라도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걸 기대하고, 또 다르게 진행하게 됩니다.

 

런던탑 근위병으로 근무중인 발사자르 존스는 아내 헤베와 사이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유일했던 아들 마일로가 밤에 죽은 뒤로 두 사람 사이의 교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발사자르의 유일한 관심은 서로 다른 빗물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아내는 아이가 죽은 다음에도 눈물도 흘리지 않는 남편에게 상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여왕의 변심 때문에 런던탑 동물원이 부활될 참입니다. 책임자로는 발사자르가 선택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쿡 부인이라는 최고령 거북을 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략 230세 정도 되는 거북.

 

이야기는 런던탑 주민들 중 셉티머스 드류 목사, 주점 주인 루비 도어, 까마귀 대장, 왕실 교도소장 등을 중심으로 동시산발적으로 진행합니다. 헤베의 직장 동료인 런던 유실물 센터 직원 발레리 제닝스의 이야기도 포함해서요.

 

실제 생활에서 모든 일이 산발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것을 그렇게 기억하지 않고 사건별로 모아서 기억합니다. 그게 편하거든요. 일어난 순서대로는 난잡하고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산발적으로 쓰면 독자의 몇 가지 면을 붙잡을 수 있는데, 어떤(어쩌면 다수의) 독자들은 정리된 것이 편합니다. 21세기가 가까워진 때부터 글들은 잘라서 나열하기 내지 뒤죽박죽으로 만들기가 크게 퍼졌습니다. 그래서 글 읽기가 좀더 어려워졌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은 번역자의 글에도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아내의 유골함과 함께 시내를 여행하다가 분실한 노인을 겨우 찾아서 돌려주러 갔다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대목입니다. 363페이지에서 367페이지까지인데 367페이지에 가면 꽤 괜찮은 글이 나옵니다. 인용하자면,

 

< 노인이 헤베 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더라도 슬퍼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요."
헤베 존스는 베일처럼 앞을 가린 눈물 너머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이가 우리 애를 사랑하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어요."
그러자 레지날드 퍼킨스가 굽은 손가락을 쳐들며 물었다.
"아들이 살아 있었을 때도 그걸 의심한 적이 있소?"
"한 번도 없었죠."
"그게 당신의 답인 거요."
노인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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