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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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에 번역된 소설가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SF 설정인 냉동수면 실험과 미스터리를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냉동수면의 시간은 무려 1천 년이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을 선택했는지는 후반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긴 세월을 버티는 장치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현재의 기술에서는 불가능할 테지만 미래의 어느 순간은 가능할 지 모른다.

작가는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정보를 생략하고 간단하게 말하며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해는 된다.


7명이 함께 냉동수면 실험에 참여했고, 시간이 되어 깨어난다.

처음에는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힘들어한다.

한 명씩 깨어나 서로를 확인하는데 한 명만 테그미네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몬이 들어있던 테그미네를 열지만 그곳에는 칼이 꽂힌 미라만 있다.

테그미네 작동은 밖에서만 가능하기에 의문만 가득하다.

여섯 명은 셀터 안을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찾고, 각자의 방에서 쉰다.

그러다 냉동창고에서 발견한 한 소년의 얼굴이 훼손된 시체.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없는 구조를 생각하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기본 의혹을 깔아둔 후 천 년 후의 세계를 조금씩 보여준다.


안전한 공간인 셸터, 하지만 평생 살기에는 물자가 부족하다.

약속된 시간이 지났으니 연구원들이 찾아와야 하지만 연락이 없다.

셸터의 문은 밖에서 열 수 없고, 안에서 누군가가 열어주어야만 한다.

이것은 살인자가 이 셸터 속에 있는 누군가 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밖의 누군가가 안에 들어왔다면 시몬만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은 여섯 명은 천 년 후의 세계로 나가기 위해 준비한다.

문을 열어놓으면 자동으로 닫히므로 한 명 이상이 안에 남거나 문에 뭔가를 끼어 두어야 한다.

그렇게 나간 밖은 원시림과 폐허가 도시만 보일 뿐이다.

기록에 남은 곳으로 가려면 10일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천 년 후의 자연 풍경은 작가의 전공 분야인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곳곳에 진화한 생물들의 모습이 나오고, 이전보다 훨씬 커진 까마귀의 공격도 받는다.

인간의 흔적, 문명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 방치된 건물과 뼈만 남은 사람의 흔적만 보일 뿐이다.

이 탐색의 시간 동안 쿠란은 시몬 살인의 미스터리를 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야기 사이 들어가 있는 단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셸터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고, 그 이야기 속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밀 하나가 숨어 있었다.

그 비밀은 천 년 후의 세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생각보다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설정과 전개는 개인 취향과도 맞아 떨어졌다.

SF 요소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문이 있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천 년 후에 깨어난 인간의 근육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그리고 마지막 트릭 부분에서는 솔직히 충분히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상상력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고, 재밌었다.

천천히 쌓아가는 단계들은 마지막 큰 한 방을 위한 것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면 여섯 명의 과거 사연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사연을 넣었다면 좀더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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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록 : 기이한 이야기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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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의 첫 장편 <밤의 이야기꾼>의 후속작이다.

내가 전건우 작가를 처음 인식한 소설도 바로 이 장편이었다.

그때 쓴 글에 시리즈로 나온다면 하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월간 풍문>의 편집장 등과 함께한 모험도 기대한 듯한데 이번에는 아니다.

긴 시간이 지나면서 도입부의 내용이 희미해졌고, 잘못 기억한 것도 있었다.

전편과 같은 인물이 이야기를 듣고 풀어낼 것이란 추측도 역시 틀렸다.

이런 틀림의 연속에서 만난 여섯 편의 기이한 이야기는 서늘했다.

욕망, 저주, 복수, 관음 등을 담은 이야기들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화자는 밤의 이야기꾼 모임에 초대를 받는다.

그 이전에 <월간 풍문>에서 이 초대에 대해 먼저 말한다.

그리고 전편과도 같은 공간으로 들어가 누군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첫 번째 <보내주는 사람>은 아버지가 빨리 죽기를 바란 딸 이야기다.

꼬장꼬장한 교장 출신 아버지가 죽으면 그 재산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채업자들에게 빌린 돈 때문에 아버지의 빠른 죽음이 필요했다.

3개월 시한부 판정이 5개월이 되어도 죽지 않으니 더 답답하다.

이때 그녀에게 다가온 유혹이 ‘보내주는 사람’이었다.

그가 바란 금액은 크지 않고, 하룻밤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자신의 욕망에 급급해 알지 보지 말하야 할 것을 보고만 그녀.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호러의 공식대로 흘러가지만 서늘함은 그대로다.


<원>은 승진에서 미끄러진 남자의 저주 의식에서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부장 승진을 빼앗은 윤 부장.

밑의 팀장이 무당을 소개해주고, 저주를 걸어 윤 부장을 망하게 하려고 한다.

주술은 성공적이고, 그 반작용도 그에게 돌아온다.

검은 개의 등장, 반복되는 공포, 그 사이를 채우는 불륜의 달콤함.

그러다 반전처럼 드러나는 사실과 잔혹한 인간의 행동과 파멸.

<야간 경계 근무>는 흔한 군대 괴담을 끌고 와 미스터리로 풀어낸다.

제대를 하루 앞둔 병장과 부대의 관심 사병인 듯한 신병의 근무.

호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신병을 놀리기 위해 시작한 군대 괴담 이야기.

탄약고 괴담이 끝나자 들리는 수상한 소리, 신병이 탄약고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풀려나오는 미스터리의 진실은 어느 순간 마지막을 예감할 수 있다.


<Watcher>는 정말 수상한 아르바이트 이야기다.

그냥 그들이 보낸 링크의 영상을 끝까지 보기만 해도 10만 원이 입금된다.

한 여성의 자살하려는 듯한 영상을 보고 멈추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을 들은 듯 멈추지만 다음 영상은 예상하지 못한 살인으로 이어진다.

살인의 연속, 그녀의 섬찟한 독백, 멀지 않는 곳에 사는 듯한 여성.

그녀의 행위에 개입하지 말라는 조건과 다르게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

어떻게 이런 선명한 영상과 음성이 전달되는지 알려주지 않고, 왜 보기만 해도 돈을 줄까?

이 의문은 자신의 삶을 누군가 지켜볼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이어진다.


<풋잠>은 서늘한 순간보다 첫사랑의 순간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아내도 친구도 먼저 보낸 그가 70년 전 시간으로 돌아간다.

몸은 그 시절이지만 정신은 늙은 그, 말투도 노인의 말투다.

첫사랑이자 평생의 반려와 함께 하는 순간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달걀귀신의 행동이 기억과 다르고, 그 서늘함은 빠르게 진행된다.

마지막 순간에 들린 말 한 마디와 그녀가 반한 순간의 말은 따뜻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낯익은 이방인>은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현실에서 마주하면서 생긴 이야기다.

이런 설정이 낯익은 것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인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약한 안면인식장애 때문에 그가 누군지 모르는 장면에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작가가 창조하고 캐릭터를 자세하게 그려내면서 수없이 죽인 인물의 반격이다.

그리고 시간과 기억을 뒤섞으면서 또 다른 형태의 괴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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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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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우리가 찍은 낙인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른 게 있다.

기형의 모습으로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다.

책 앞부분 도판에 실은 다모증의 여성은 이런 인식을 강화했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외모만이 아니라 인종과 민족, 외형적인 것과 심리적인 편견까지 다룬다.

그 정도는 내가 생각한 이상이었고,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들도 상당히 많았다.

조금 더디고 힘들게 읽은 이 책은 그 폭과 깊이를 확장시켰다.

무엇이 인간인가? 무엇이 정상인가? 무엇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가?

긴 세월 동안 이어져온 종교와 이데올로기 속에 이 질문들이 어떤 작용을 했는지 파고든다.

그 과정은 풍부한 자료 조사와 인식의 전환 속에서 괴물을 다르게 보게 한다.


괴물 만들기가 인종, 국가, 젠더와 섹슈얼리티 등 사회적 범주를 구축하는 과정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괴물들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읽다가 놀란 대목 중 하나는 나의 인식을 박살내고, 잠시 고민하게 했다.

“이 종교개혁이야말로 온갖 괴물에 대한 공포를 촉발한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15세기부터 기독교 사상가들이 이전에 용인되었 다양한 모습을 위험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종적 차이뿐만 아니라 “경쟁 종파의 추종자들을 괴물로 여겼다.”

같은 신을 믿는 종교인들의 전쟁이 얼마나 잔혹할지 알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온 학살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보여줄 때 공감하게 된다.

그들이 다른 모습이라고 인간들을 전시하고 관람하게 한 장면을 보면 더 잘 드러난다.


책 마지막에 “괴물은 우리 자신이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고 괴물로 사람들을 낙인 찍고 찍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상상을 덧붙여 평범한 일들을 괴물화시킨다.

이 괴물화의 이면에 깔린 인종과 젠더 차별 등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리고 이런 괴물 인식이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기계와 외계인들까지 나아가면서 상상의 폭을 넓힌다.

이런 이야기들은 기존 괴물에 대한 인식도 살짝 바꿔 놓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서 누가 더 괴물인가? 묻는다.

물론 이 물음에 그들은 자신들이 괴물이라고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가볍거나 흥미위주의 글이 아니다.

묵직하고, 풍부한 자료로 역사 속 괴물들을 해부한다.

생각한 것과 다른 내용과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은 독서의 속도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피부색만이 아니라 성별에 의한 차이와 괴물화도 같이 다룬다.

이런 괴물에 대한 역사적 조사와 재정의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었다.

단순히 우리가 어떤 존재를 어떻게 괴물로 만들었는지 나열했다면 재미 이상은 없었을 것이다.

그 과정과 역사를 파고들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말할 때 놀란다.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괴물 속에서 차별과 편견 등을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에서 벌어진 차별은 더 눈길을 끌었다.

실제 한국 축구협회나 빙상협회 등의 이력을 볼 때면 더 이해가 싶다.

단순히 괴물의 모습이 아닌 역사 속에서 우리가 낙인 찍은 괴물들의 실체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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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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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호지스 시리즈 1권이다.

처음 책을 받은 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킹이 첫 탐정 추리소설이란 소개글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극하게 아낌 혹은 게으름이 지금 이 소설을 읽게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킹의 이야기 속에서 긴장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즐겼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 소설에 대한 평들의 기억이 희미해진 것도 즐거운 부분이다.

이 글을 쓰면서 두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3년에 있었던 맥도널드 차량 돌진 사간과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다.

지금 나의 기억 속에 이 사건들은 희미하고, 킹의 이야기만 강하게 남아 있다.


어떻게든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취업박람회 개장을 밤새 기다린다.

아기를 안고 온 엄마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추위를 버티면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한다.

이때 훔친 메르세데스 승용차가 이들에게 돌진한다.

아기를 포함한 8명의 희생자를 내고 범인은 도망쳤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으로 불리는 미제 사건이 된다.

이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호지스는 정년 퇴임 후 집에서 쉰다.

아내와 이혼 후 홀로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런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로부터 온 것이고, 온갖 조롱과 자랑으로 가득하다.

이 편지가 무력한 나날을 보내던 호지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편지를 쓴 범인은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평범한 직원이다.

두 가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엄마와 함께 산다.

컴퓨터 수리하는 일과 아이스크림 차량을 몰면서 판매하는 일이다.

아이스크림 차량은 호지스의 집 주변을 돌아다닌다.

그가 보낸 편지의 목적은 호지스가 가끔 보여준 자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사건 이후 이미 그 차의 주인이 자살하게 한 이력도 있다.

그는 인터넷 대화 게시판에 호지스를 초대해 조롱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의 이런 의도는 베테랑 형사 호지스에게 바로 먹히지 않는다.

이야기는 숨기면서 더 큰 사건을 일으키려는 범인과 이를 잡으려는 호지스의 대결로 이어진다.


8명이나 죽은 사건이지만 미제 사건이 된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

이 차의 주인은 자신이 차 키를 차에 놓고 내린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호지스를 비롯한 형사는 그녀가 잠시 키를 놓아두었을 것으로 의심한다.

차주인 트릴로니 부인은 이런 의심과 죄책감(?)으로 자살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추정되는 범인에게 편지를 받은 호지스는 다시 수사한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이런 자료들을 경찰에게 주고 그들이 수사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호지스는 자신이 좀더 상황을 파악하기로 한다.

그리고 트릴로니 부인의 동생 제이니를 만나러 간다.

그녀는 언니도 이런 편지를 받았다고 말하고, 호지스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늙고 비만에 컴퓨터도 잘 모르는 그이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집의 잔디를 깎아주는 흑인 소년 제롬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는 호지스와 가까운 이 소년과 개를 싫어한다.

제롬은 브래디가 보낸 인터넷 초대 사이트에 대한 세팅과 그 의미를 호지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어떻게 차 키 없이 그 차 문을 열 수 있는지 정보를 찾아 말해준다.

차 문을 열 수는 있지만 운전이 가능하려면 차 키가 필요한데 이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새차를 뽑은 많은 사람들이 여벌의 차 키를 대쉬보드 속에 놓아두기 때문이다.

차문은 스마트키의 전파를 복사하는 눈빛 훔치기란 방법으로 열었다.

호지스가 처음 사건을 수사하던 시기에는 그냥 무심코 지나간 것들이다.


호지스의 두 번째 조력자는 후반부에 나타난다. 바로 홀리다.

이미 다른 소설 속에서 홀리의 활약이 다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고, 홀리가 주인공인 소설도 나왔다.

하지만 희미한 기억과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나는 홀리의 정신 문제는 완전히 낯설게 다가왔다.

홀리가 첫 등장부터 호지스의 조사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참여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큰 도움을 준 것은 확실하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왜 킹이 이 캐릭터를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는지 이해되었다.

범죄 역사의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

자신을 도발한 범인을 잡기 위해 새롭게 사건을 수하하는 호지스.

이 둘은 서로를 속이는 작전을 펼치고, 이 작전 중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발전한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긴박함과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이 와중에 펼쳐지는 킹의 능청스럽고 섬세한 표현과 장면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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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역사 - 숫자로 묻고 세계를 증명하다 ㅣ 소소의책 역사교양서
스네자나 로렌스 지음, 고유경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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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 자신이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한다고 착각한 시절이 있었다.

이 착각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너무 쉽게 산산조각났다.

수업 시간 수학 선생이 알려주는 공식은 해답을 금방 풀 수 있게 했다.

그 선생의 수업이 끝나고, 다른 수학 선생이 들어오면 또 다른 공식을 알려준다.

역시 쉽게 해답을 구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 나는 길을 잃었다.

왜 그 공식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해답에 도달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해의 영역이었던 수학이 암기의 과목으로 바뀌면서 재미도 없어졌다.

뭔가를 외우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나인데.

이 기억은 그 후로도 수학 책이 보이면 왠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생각에만 머물렀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한다.

암기 과목으로 역사를 다가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금도 몇 년도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아는 연도가 거의 없다.

이 출판사에서 계속 나오는 역사 시리즈에 관심을 두는 것도 그 분야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 상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 중 읽은 것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거나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만 읽을 뿐이다.

늘 그렇듯이 대부분의 전문 분야는 초반이 상대적으로 쉽고 뒤로 가면서 힘들어진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더 복잡해지고 추상적인 부분이 섞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두드리면서 이해의 문이 나에게 살짝 열리기 기대한다.


수학의 최초 흔적에서 시작해 현대의 복잡하고 추상적인 수학까지 다룬다.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고대의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중세로 넘어오면서 나의 지식은 조금씩 힘이 부족해진다.

특히 미적분에 오면 여전히 낯설고, 학창 시절 수업 내용은 휘발되어 사라졌다.

얼마 전 미적분을 조금 공부하고 싶어 선택한 책에서도 실패했다.

오랜 세월 수학을 공부하지 않으면서 기초 개념들을 모두 잊은 것이다.

가끔 아이가 학원에서 배우는 수학 문제를 들고 와 나에게 묻는다.

공식을 만들면서 열심히 풀지만 답을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는 간단하게 공식을 이용해 답을 찾아낸다.

이때 든 의문 하나는 아이가 왜 이런 공식을 이용하는 지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통계, 기하학, 집합, 미적분 등으로 넘어가면 아는 게 거의 없다.

간단한 것 몇 개는 아는 척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공식과 해법을 찾는 수학자들을 수없이 만났다.

생각보다 낯익은 수학자들이 많았지만 현대로 넘어오면 낯선 이들이 대분이다.

그리고 수많은 수학자들이 수학 과제를 풀기 위해 서로 도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메르센의 이야기는 특히 그 시대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부르바키라는 가공의 수학자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아직 의문이다.

그 유명한 수학의 미해결 과제를 둘러싼 이야기는 아는 것도 있지만 역시 재밌다.

그 미해결 문제를 풀어낸 책을 우연히 서점에서 봤는데 전혀 알 수 없었다.


총 40장으로 수학의 역사를 풀어낸다.

이것으로 모든 수학의 역사를 다루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서적으로 이 정도면 부족함이 그렇게 없다고 생각한다.

수학과 수학자들이 걸어온 역사를 천천히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가 발견하거나 내놓은 수학 문제와 해법은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수학 지식이 딱 그 정도이지만 전체적인 발전 역사는 훑어볼 수 있었다.

상상력 빈곤으로 추상적인 곳으로 넘어갈 때 늘 힘들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저기에서 듣고 본 것들이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어 반갑다.

호기심과 상상력, 내가 점점 잃어가는 것들이다.

수학의 역사를 읽으면서 다시 아주 잠깐 수학 문제 풀이의 즐거움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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