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두툼한 서양 철학사 책이다.
오래 전 소설과 다른 철학사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소설은 그 유명한 <소피의 세계>였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다.
현대 이전까지는 어떻게 따라왔는데 그 이후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다른 철학사 책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렵게 읽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당연히 서양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물론 한 번 읽고 모두 이해할 것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저자의 말처럼 소설 읽는다는 느낌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소설 읽기처럼 되지 않았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서 막혀 고생했다.
기존 철학사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이 책에 창의성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철학사의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바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학이 어렵다고 말하면서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감하는 바이고, 이런 책들은 다른 책을 읽을 때 참고하면 좋다.
모든 역사책은 흐름이 중요한데 이 책도 그 부분에 집중해 있다.
한 철학자의 개념 등에 대해서 글 중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현이 가끔 나온다.
철학자마다 같은 용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그렇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이 용어와 개념만으로 어려움을 겪기에 충분하다.
이 책 구성의 특징 중 하나를 꼽는다면 신비주의를 포함한 것이다.
18세기 계몽주의가 에소테리시즘을 미신으로 규정하고 학문 밖으로 밀어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 신선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 자신도 이성이라고 생각한 틀에 갇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서술도 기존과 달랐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진리를 위한 죽음이 아닌 정치 사건이란 부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에 대한 정보가 그의 제자와 코세노폰의 글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우리가 성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독교 신비주의를 다룬 점도 흥미로웠다.
중세로 넘어오면 낯익은 철학자보나 낯선 철학자들이 더 많이 보인다.
학교 등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해 러셀이 철학 요소가 전혀 없다 평한 것도 읽다 보면 이해가 된다.
낯선 철학자의 이론들은 눈길이 가지만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신비주의와 카발라를 하나의 장으로 다룬 것은 분량과 상관없이 생각할 거리를 준다.
르네상스 이후로 넘어오면 낯익은 이름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데카르트에서 시작해 어렵지만 낯익은 개념들이 하나씩 나온다.
읽으려고 구해 놓은 철학책의 저자도 이 속에 있어 괜히 반가웠다.
그 철학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이 책을 참고한다면 조금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오래 전 겉멋으로 칸트의 철학책들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이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순수이성, 실천이성에 대한 것들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저자는 이런 개념보다 먼저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강조한다.
나의 저질 기억력에 의하면 칸트를 이렇게 다가간 것은 처음이다. 너무 무식한가?
헤겔과 니체로 이어지는 과정과 설명들은 무언가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단지 느낌일 뿐이고, 다 읽은 지금은 모두 휘발되어 사라졌다.
강신술과 신지학까지 다루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하이데거의 나치 동조 사실이다.
하이데거가 결코 민주주의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응도 놀랍다.
처음 듣는 사실인데 나의 저질 기억력을 생각하면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철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다른 철학자에 비해 분량이 많은 편이다.
책의 편집에서 또 다른 의외 중 하나는 실존주의를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이다.
사르트르가 한 장을 차지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콰인이란 철학자는 처음 듣는데 상당한 분량으로 다룬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즘을 다루는데 참고할 부분들이 있다.
방대한 철학사를 다루다 보니 모든 것을 소화하기가 비전공자는 너무 힘들다.
하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조금씩 철학적 사유를 한다면 철학에 한 발 가까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