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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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그들에게 린다합을> 이후 처음이다.

물론 그 사이에 앤솔로지에서 단편 한두 편 정도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국내의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런 기억과 오랜 시간의 간극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롭게 조금씩 바뀌었다.

작가가 다루고 있는 소재와 미스터리 요소는 기존 이미지를 날려버린다.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분량이지만 섬세한 심리 묘사가 순간 속도를 늦추게 한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진실과 현실의 문제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가까운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의 기억을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동물 실험은 완료했지만 아직 인간에게 이 실험을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들은 되어 있지만 아직 사회적 계기가 부족하다.

이 계기를 만들어주는 인물이 바로 주인공이자 휴직 중인 경찰인 그녀다.

그녀가 휴직하게 된 데는 여아 납치 사건 수사 중 저지른 단 한 번의 실수 때문이다.

유산이 이 사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하는 부분은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유산과 휴직은 그녀를 불면증에 시달리게 한다.

그녀의 불면증은 남편까지 깊게 잠들지 못하게 한다.


어떤 기억을 없애고 싶어?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어요?”

소설의 첫 문장은 개인적으로 익숙한 물음이다.

수많은 sf소설에서 기억을 지우고, 조작하는 내용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소설들에서 쉽게 이루어진 것을 그 시작 단계에서 다룬다.

이 기술이 의미하는 바와 그 이면에 깔린 엄청난 자본과 권력.

한 개인의 행동과 불안을 엮고, 각자의 의도를 솔직히 내세운다.

이것은 첵 제목이자 소설 속 앱과도 연결되어 있다.

세이프 시티는 도시의 전 구역에 대해 0~5 등급으로 나누고 알려준다.

0은 가장 안전하고, 5등급은 위험한 곳이다.

누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런 등급을 매겼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구도심은 인구가 줄고, 재개발이 되지 않으면서 위험지역으로 변한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공권력이 그 지역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이것을 잊고 위험지역이란 인식만 한다.

이런 구역을 재개발해서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면 시민들은 좋아한다.

하지만 이 개발 과정에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작가는 개발과 생존을 두 조직의 현수막으로 간결하게 표현한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면 더 복잡한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이 생략과 서로 다른 의견은 기억 삭제 기술과 연결된다.

교묘하게 기억 삭제 대신 기억 교정술이란 단어로 바뀌면서 거부감을 지운다.


이 기억 교정술이 대외적으로 트라우마 치료와 범죄 예방을 내세운다.

실제 이 기술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주장과 욕망들만 풀려나올 뿐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해 임이 말한 것은 사실과 확증편향이 같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녀가 아는 진실을 두고 질타하는 최진유의 말들은 현실적이고 철학적이다.

재밌는 부분 중 하나는 주인공 그녀와 남편은 이름이 없는데 임윤성 부부는 있다.

이 설정이 의도한 바는 무엇일까? 단순히 내가 놓친 것일까?

매력적인 설정으로 가득 채운 이 소설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

더 풀어내고 다루어야 할 내용들이 너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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