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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
오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 작가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앤솔로지에 참여한 소설을 제외하면 첫 장편소설이다.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지만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히어로가 아닌 히어로 프로듀스를 주인공을 내세운 것이다.
국민 모두가 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세계를 무대로 한다.
이런 세계 속에서 조영은 무능력자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녀는 히어로를 프로듀스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이 실력을 가지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10년째 지하 사무실에 머문다.
조영은 만년 대리로 있다가 퇴사를 결심한다.
이때 그녀 앞에 써리원이란 신인 히어로의 데뷔 프로젝트를 맡았다.
괜히 조영은 써리원이 눈에 밟힌다.
이 세계에서 히어로는 철저하게 기획된 영웅이다.
빌런을 물리치는데 있어 사전 조사가 먼저 진행되고, 화려한 무대 연출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빌런이나 사건이 가짜라는 의미는 아니다.
써리원의 데뷔 무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중단된다.
그리고 조영은 퇴사하고, 새로운 사건이 벌어진다.
앞부분은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많다 보니 건조한 부분이 많다.
이 히어로들은 현재 우리가 보는 아이돌과 닮아 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유니폼을 입고, 연출된 무대에서 영웅 활약을 한다.
그들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히어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돕는 것이 프로듀스다.
조영은 한 번 자신이 키운 히어로가 빌런으로 변한 적이 있다.
이때 보여준 능력은 새로운 프로젝트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녀의 탁월한 프로듀스 능력은 같이 일하는 송화가 잘 표현한다.
회사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었던 그녀였지만 그냥 지하 사무실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프로듀스를 그만두려고 한다.
이때만 해도 그녀의 새로운 선택이 창업일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제대로 알려진 히어로가 없는 조영의 회사.
작고 허름한 공유 오피스에서 정책 자금을 받기만 기다린다.
그런데 계속 제출한 서류에 무엇인가 하나가 빠졌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해 움직인다.
첫 봉사 장소가 써리원이 자란 동네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고 이곳에서 써리원의 과거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펼쳐진다.
이 세계의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고, 인간의 욕망이 끼어든다.
각자 다른 이능력자들을 보면 왠지 일본 만화 <원피스>의 등장인물들이 떠오른다.
재밌는 부분은 이능력자들의 싸움이 마블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히어로의 성공과 활약만 다루었다면 재밌을지 모르지만 여운은 없었을 것이다.
무능력자 조영과 두 개 능력을 가진 써리원의 고민과 성장이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다.
고민과 실패, 어린 시절의 상처 등을 껴안고 무겁지 않게 나아간다.
그 중심에 조영이 있고, 써리원과 진심이 있다.
진심은 써리원 데뷔 무대에서 구해낸 아이다.
왠지 삐걱대고, 어설픈 모습이지만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다.
등장인물들이 내세우는 말들은 평범하지만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다.
가끔 이런 뻔한 말들이 진하게 다가온다.
문득 이 소설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캐릭터와 세계관을 그냥 한 번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