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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에서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평점 :
안전가옥 오리지널 7권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을 처음 읽고 관심을 두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다.
책을 선택할 때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다.
많은 책을 읽다 보니 몇 가지 조건과 작가 이름만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이전에 본 책소개를 다른 책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조건 몇 개와 작가만으로 선택한 경우고, 타임리프란 사실은 잊고 있었다.
덕분에 중반까지 읽으면서 뭐지? 하는 느낌과 예상과 다른 전개에 놀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작가가 그려낸 수많은 해미의 활동에 빨려 들어갔다.
2025년 그날 그곳에서 엄마를 살리기 위한 해미는 과거 속으로 뛰어든다.
2025년 해미의 가족은 해운대로 여행을 갔다.
가족의 화해를 위한 여행은 작은 오해와 용기 부족으로 뒤틀렸다.
그리고 그날 고리 원전의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경 30킬로미터 이상을 벗어나야 안전하다.
엄마는 딸을 찾아서, 딸은 엄마를 찾아 돌아다니면서 서로가 엇갈린다.
결국 두 딸 해미와 다미는 군인의 도움으로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떠난다.
이때 다미가 문밖으로 내민 다리는 부러지고, 긴 시간이 흐른 후 죽은 엄마가 발견된다.
두 자매는 서로 의지하지만 삶은 둘이 같이 있게 하지 못하게 한다.
동생의 학비 등을 위해 군에 입대하지만 동생이 바란 것은 이것이 아니다.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 가끔 최악으로 변하기도 한다.
엄마에 대한 과거 기억은 해미의 삶을 뒤흔든다.
그녀가 전전한 직업들은 바로 엄마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다이버 직업을 그만둔 어느 날 밤 그녀의 문을 두드리는 쌍둥이가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 소속이고 바쁘다면서 문을 쾅쾅 때린다.
둘을 내쫓기 위해 움직이다 오히려 그녀가 당한다.
그리고 이상한 곳에서 동생 다미와 함께 잔혹한 테스트를 받는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해미가 2025년 해운대의 그날로 시간 여행하는 것이다.
두 자매의 평생을 짓누르는 고통이자 악몽인 엄마를 구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 시간 여행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방식이 아니고, 조건도 많다.
일단 기본 수칙이 열 가지가 넘는다.
이 수칙 하나 하나가 이야기를 쌓아가는데 중요한 열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자신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접촉하면 시간 패러독스에 의해 문제가 생긴다.
단 한 번의 그날 그곳의 다이브로 해결되면 좋지만 아니다.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인식해도 문제다.
새로운 다이브를 할 때마다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는다.
한 번 간 시간과 공간은 이미 이전에 다이브한 해미가 있다.
이렇게 먼저 다이브한 해미의 동선은 다미가 기록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수많은 해미가 미래로부터 와 있다.
한 번의 다이브가 실패할 때마다 이전에 다이브한 해미가 쌓여간다.
조금씩 엄마의 동선을 바꾸는 작업은 진행하는데 변화가 없다.
왜 이런 것일까? 이유는 뒤에 나온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다른 다이버들이 들어와 있다.
다른 목적, 다른 의도, 엇갈리는 서로의 바람.
그리고 어느 순간 예측이 가능해지는 쌍둥이의 정체.
다른 소설에서 다루어졌던 고리 원전 폭파 이야기.
뒤틀린 과거를 바로잡으려는 욕망, 잘못을 용서받으려는 마음.
이야기가 층층이 쌓이고, 감정은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려는 그 마음은 진짜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