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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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어딘가에 많이 들은 듯한데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검색하니 낯익은 책 제목들이 몇 권 보인다.

그리고 이 작가가 스위스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란 것도 이번에 알았다.

개인적으로 스위스 작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이 책은 발저의 산문, 시, 단편 중 숲을 테마로 엮은 선집이다.

목차만 봐도 ‘숲’이란 단어로 가득하다.

이렇게까지 숲을 목차에 넣은 책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얇은 책이지만 잠깐 잠깐 생각에 잠기게 하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 두 편은 시인데 숲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데 옛날 기억을 떠올린다.

숲속에서 피톤치드를 흡입하면서 느꼈던 상쾌함와 행복감.

숲에 대한 예찬을 읽으면서 살짝 반감이 들었다.

숲의 아름다움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과 공포에 대한 것이다.

요즘은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거나 동물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낯선 숲은 다르다.

숲은 우리의 감각을 일깨울 뿐, 오성을 일깨우지 않는다.”

이 문장을 곰곰이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숲과 산책은 빼놓을 수 없는 관계처럼 다가온다.

칸트가 떠오르는 산책, 숲속 길, 숲 깊은 곳은 아니다.

산불은 초록이 검은 빛으로 바뀌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 시절에도 먼 산의 불구경은 모두가 재밌게 본 듯하다. 착각일까?

이 첫 야간 산행은 얼마나 아름다운지!”라고 외친 것은 마을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 겨울 산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면서 느낀 감정이 떠오른다.

준비되지 않은 산행과 숲은 언제 우리의 감정을 휘두를 지 모른다.

그의 숲과 산책과 야간 산행에 대한 예찬에 내가 살짝 반감을 가지는 이유다.

하지만 숲으로 가득한 산을 오르는 일은 힘들지만 정산에 섰을 때 행복감은 대단하다.


가파른 산 정상에 있는 벤치.

그곳에 놓인 ‘전나무 가지와 작은 손수건, 그리고 작은 인형 모자’

작가는 아이가 이 물건들을 두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힘든 산인데 아이가 두었을까? 생각하다 백운대를 올라온 아이들이 떠올랐다.

어른들보다 더 잘 산을 타고 올라왔던 그 아이들.

산에서 내려보는 풍경의 아름다움, 힘든 산행 속 잠깐 시원한 휴식을 주는 숲의 그늘.

전나무에 대한 그의 감상을 보면서 얼마 전 경북의 산불이 떠올랐다.

침엽수와 활엽수에 대한 논란이 떠올라 괜히 머리만 복잡하다.

그의 산문 중 한 편은 시처럼 다가왔다.

다른 책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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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산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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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발상, 과학의 미래, 자본과 비인간화, 문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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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산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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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닷속 생명체 문어를 이렇게 다룬 소설이 있었던가?

문어가 축구 승패를 예측한 것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들이 떠오른다.

이때만 해도 단순히 뉴스 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문어가 지능이 높은 해양 생물이고,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가 아는 전부다.

그런데 작가는 문어의 몇 가지 특징을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기존 국가들이 해체된 후의 미래 세계를 그려낸다.

우리가 알던 강대국들은 사라졌고, 티베트 불교 국가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그 기반에는 놀라운 과학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과학 기술과 문어, 인공지능 마인드 등이 엮여 있는데 복잡하고 어렵다.


베트남의 고립된 섬 꼰다오에는 바다 괴물에 대한 소문이 있다.

디지털 마스크 압글란츠를 쓴 여자가 그 섬 주민을 만난다.

그 섬에 있었던 불법적인 일들과 괴물 이야기와 수상한 상황 하나.

꼰다오에 하 응유엔 박사가 연구를 위해 도착한다.

그녀를 이곳에 데리고 온 사람은 앤캐틀러 미너부도티어 첸 박사다.

미너부도티어 챈 박사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마인드 설계자다.

그녀가 만든 안드로이드 에브림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

에브림과 함께 있는 알텐체체그는 섬을 지키는 용병이다.

알텐체체그의 놀라운 놀라운 이력과 능력은 뒤로 가면서 더 놀라게 된다.


하 박사와 에브림이 섬에 있는 문어의 그림을 해독하고자 한다.

이들이 섬에서 문어들의 놀라운 세계를 연구할 때 다른 사건들이 생긴다.

하나는 해커 러스템을 고용해 무언가를 해킹하려는 시도다.

러스템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외부에서 핵심에 다가가게 한다.

이와 별개로 바다에서 불법 어업을 하는 무인 어선 이야기가 나온다.

에이코는 일 때문에 호치민 자유무역지역에 왔는데 납치되어 어선을 탔다.

도시 전설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고, 무인선을 타고 물고기를 잡는다.

쉽게 생각하면 인간보다 로봇들이 더 효율적인 것 같지만 아니다.

바다, 염분 등이 로봇의 고장율을 높여 납치된 노예보다 더 비용이 높다.

에이코가 무인 어선에서 경험하는 일은 처참하고 대단히 비인간적이다.


서로 다른 장소, 상황, 환경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 박사와 에브림은 문어의 표식이 의미하는 바를 해독하려고 한다.

꼰다오 섬의 경계를 침범하는 무인 어선들이 나타나면서 경보음이 울린다.

알텐체체그는 드론 등을 이용해 이 무인 어선을 폭파한다.

섬의 방어는 성공했는데 해안가에 인간의 시체가 밀려온다.

이 시체를 묻어주자고 말한 것은 에브림이고 실제 일도 에브림이 다 한다.

무인 어선이라고 했는데 사람이 있는 이유는 에이코의 사연으로 알 수 있다.

작가는 조각들을 하나씩 이야기 속에 풀어놓는다.

이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 도달했을 때다.


꼰다오의 바닷속에 살고 있는 문어들.

이 문어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 하 박사.

문어의 특징과 티베트 불교 공화국의 기술과 비교하는 알텐체체그.

인공지능 마인드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미너부도티어 첸 박사.

현재 최고의 완성작이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 에브림의 모습들.

어떤 것을 해킹하는지 모르지만 위험 속에 있는 해커 러스템.

러스템이 이스탄불 경찰에게서 들은 과거 동물 유기 사건.

에이코와 함께 무인 어선에 탄 손이 노리는 꼰다오 행.

생물학과 인공 지능 등을 이용한 화려한 과학 기술에 대한 설명과 가설들.

인간과 문어, 자본과 비인간화, 동물보호와 살인 등이 엮인다.

뛰어난 가독성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야 하는 이론들이 흥미롭다.


#장편소설 #SF소설 #바닷속의산 #레이네일러 #위즈덤하우스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김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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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
오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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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 작가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앤솔로지에 참여한 소설을 제외하면 첫 장편소설이다.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지만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히어로가 아닌 히어로 프로듀스를 주인공을 내세운 것이다.

국민 모두가 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세계를 무대로 한다.

이런 세계 속에서 조영은 무능력자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녀는 히어로를 프로듀스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이 실력을 가지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10년째 지하 사무실에 머문다.


조영은 만년 대리로 있다가 퇴사를 결심한다.

이때 그녀 앞에 써리원이란 신인 히어로의 데뷔 프로젝트를 맡았다.

괜히 조영은 써리원이 눈에 밟힌다.

이 세계에서 히어로는 철저하게 기획된 영웅이다.

빌런을 물리치는데 있어 사전 조사가 먼저 진행되고, 화려한 무대 연출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빌런이나 사건이 가짜라는 의미는 아니다.

써리원의 데뷔 무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중단된다.

그리고 조영은 퇴사하고, 새로운 사건이 벌어진다.

앞부분은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많다 보니 건조한 부분이 많다.


이 히어로들은 현재 우리가 보는 아이돌과 닮아 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유니폼을 입고, 연출된 무대에서 영웅 활약을 한다.

그들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히어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돕는 것이 프로듀스다.

조영은 한 번 자신이 키운 히어로가 빌런으로 변한 적이 있다.

이때 보여준 능력은 새로운 프로젝트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녀의 탁월한 프로듀스 능력은 같이 일하는 송화가 잘 표현한다.

회사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었던 그녀였지만 그냥 지하 사무실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프로듀스를 그만두려고 한다.

이때만 해도 그녀의 새로운 선택이 창업일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제대로 알려진 히어로가 없는 조영의 회사.

작고 허름한 공유 오피스에서 정책 자금을 받기만 기다린다.

그런데 계속 제출한 서류에 무엇인가 하나가 빠졌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해 움직인다.

첫 봉사 장소가 써리원이 자란 동네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고 이곳에서 써리원의 과거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펼쳐진다.

이 세계의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고, 인간의 욕망이 끼어든다.

각자 다른 이능력자들을 보면 왠지 일본 만화 <원피스>의 등장인물들이 떠오른다.

재밌는 부분은 이능력자들의 싸움이 마블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히어로의 성공과 활약만 다루었다면 재밌을지 모르지만 여운은 없었을 것이다.

무능력자 조영과 두 개 능력을 가진 써리원의 고민과 성장이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다.

고민과 실패, 어린 시절의 상처 등을 껴안고 무겁지 않게 나아간다.

그 중심에 조영이 있고, 써리원과 진심이 있다.

진심은 써리원 데뷔 무대에서 구해낸 아이다.

왠지 삐걱대고, 어설픈 모습이지만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다.

등장인물들이 내세우는 말들은 평범하지만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다.

가끔 이런 뻔한 말들이 진하게 다가온다.

문득 이 소설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캐릭터와 세계관을 그냥 한 번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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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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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세계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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