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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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 우종영의 에세이다.

그의 에세이는 처음 읽었다.

책 제목과 나무의사란 것에 혹해 산 책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는 책들이 너무 많아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책 욕심이 이전보다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더 줄여야 할 것 같다.

읽고 싶은 작가의 경우 이런 방식이 아니면 시도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시간도 체력도 부족한 요즘을 생각하면 현재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렇게나마 읽으면서 읽고 싶은 작가의 책을 읽었다.


최근 몸이 다시 게을러지고 있다.

걷는 시간이 많을 때는 공원에서 잠깐 동안 나무와 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대충 본다고 해도 계절의 변화와 함께 나무와 꽃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마저 하지 않게 되면서 그 변화와 나무와 꽃의 향기를 느끼지 못한다.

아쉬운 현실이지만 다시 걷고자 마음이 있으니 가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읽으면서 머릿속에 내가 가고, 보고, 느낀 것들과 가보고 싶은 곳들이 떠올랐다.

가끔 올라갔던 산과 오름과 공원들, 오르면서 무심하게 본 나무와 풀들.

누가 좋다고 해서 가 새로운 정보와 나무의 놀라운 모습을 본 순간들.

한 번은 꼭 올라가고 싶은 한라산 정상.


재밌는 점 중 하나는 목차의 각 장이 생태감수성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순서는 생, 태, 감, 수, 성이 아니라 감, 성, 생, 태, 수 순이다.

이것은 느낌의 높낮이, 본바탕을 이루는, 어쩌다 태어난, 모여서 만든, 받아서 베푸는 등의 부제를 가졌다.

각 장은 다시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그것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단어들의 의미를 하나씩 풀어내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하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되는 부분들이 나온다.

물론 적지 않은 부분들이 나오지만 모두 적을 수는 없다.

감’의 장에서는 “부엔 비비르 : 참살이”가 특히 그랬다.

자연과의 조화, 공동체 중심의 생활 추구, 다양성 존중 등이 특징이다.

한 나라의 헌법에도 명시되었다고 하니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


성’의 장에서는 진화를 진보와 구분해서 설명해준다.

진화를 진보라고 착각하거나 진화가 완벽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상상을 거부한다.

이런 잘못의 원인으로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계속해서 주장하는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이다.

인간 중심 관점에서 자연을 보면서 ‘수’의 장에서 “보존과 보전”의 문제가 나온다.

보전은 인간이 자연을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파악하고, 보존은 생태주의적 관점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고 했을 때 뜨끔했다.

실제 문제는 이 주장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다.

이 부분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의 장에서 호미의 다양한 이름에 놀랐다.

막호미, 파호미, 마늘호미, 감자호미, 조개호미 등은 작물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모양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것은 저자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생태계를 더 풍성하게 하려는 시도와 연결되어 있다.

반려식물이란 단어를 보고 내가 가진 편협한 사고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태’의 장에서는 순화에서 말의 고삐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고삐를 놓으라는 몽골인의 말은 우리 삶에도 적용된다.

단순히 생태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고, 과학, 철학, 문학 등을 아우르고 있다.

점점 자연과 멀어지는 내 삶을 다시 작은 공원으로 발길을 돌려야겠다.

배울 것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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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선 - 검은 신선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1
고정욱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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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다.

검색하면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있다.

어린이, 청소년 소설을 잘 읽지 않지만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알고 있다.

시리즈란 것 때문에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늘 그렇듯이 순서는 점점 뒤로 밀리고, 다른 책들에 손이 우선적으로 간다.

이 책은 ‘검은 신선과’과 ‘수련’이란 단어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청소년 소설을 주로 내는 작가가 신선에 대한 글을 쓴다는 호기심도 작용했다.

그리고 부담 없는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훈은 중학생이다. 엄마는 무당이고, 아빠는 팔 한쪽이 없다.

아빠의 소개로 동네 고물상 주인 강 노인의 제자가 되어 수련하는 중이다.

매일 훈은 약탕기로 약을 다리는 중이다.

처음과 달리 불조절 등의 실력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매일 수련의 마무리는 스트레칭이다.

훈은 자신의 엄마가 무당이란 사실을 학교에 숨기고 있다.

어린 시절의 무당에 대한 혐오 경험이 훈을 두렵게 했다.

강 노인이 가르쳐준 호흡법을 매일 하면서 그의 단전에 기운이 모인다.

이 기운과 수련은 자신의 예상을 넘어선 가지고 있다.


훈의 엄마에게 굿 의뢰가 들어온다.

굿이 끝나면 훈의 핸드폰을 바꿔주겠다고 한다.

굿을 하는 엄마의 몸 속에 영혼이 들어와 “춥다”라고 말한다.

조상 묘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해 선산 등에 연락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 굿하는 장소에 낯익은 아이가 보인다.

자신과 함께 체험학습을 신청한 같은 반의 지수다.

이날 이후 둘은 하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친해진다.

둘이 친해진 것에 불만을 품은 반 아이가 있다.

바로 학교 일진이자 극진 가라테를 하는 우석이다.


학교에서는 우석이 계속해서 훈을 괴롭힌다.

자신의 능력으로 우석 패거리를 물리칠 수 있지만 참고 또 참는다.

스승 강 노인은 “진짜 힘은 쓰지 않을 때 생기는 거다.”라고 말하며 참으라고 한다.

신선의 도를 말하고, 수련으로 몸을 만들고, 금단으로 신선의 길을 가려고 한다.

열심히 다린 약으로 단약을 만들었지만 재료에 문제가 생겨 실패한다.

이 실패 이후에도 둘의 노력과 정성은 계속된다.

이런 와중에 우석 패거리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상황이 꼬인다.

힘을 숨긴 채 살아야 하는 훈, 어쩔 수 없이 그 힘을 발휘하는 훈.

문제는 그 힘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생긴다.


간결하고 빠른 전개는 뛰어난 가독성으로 이어졌다.

직선적인 이야기 속에 아이들의 비틀어짐과 성장을 같이 넣었다.

학교 폭력물에서 일진을 힘으로 가볍게 누르는 내용이 많은 데 이 소설은 아니다.

최대한 자신의 힘을 숨기려고 하지만 현대 과학은 이것을 막는다.

재밌는 점은 훈의 스승이 고물상 주인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무당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바뀐 엄마의 위상까지.

수련 도중에 훈의 꿈에 나타난 한나라 검은 신선 장각은 약간 뜬금없다.

한국의 신선 이야기를 끌고 와도 되었을 텐데 생각하다 작가가 낸 삼국지가 떠올랐다.

이제 수련 초기 단계인 훈을 생각하면 이 책도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 전에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한두 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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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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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읽는 치넨 미키토의 소설이다.

처음 읽은 것이 호러였다면 이번에는 본업인 의료 서스펜스 소설이다.

전작이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이번 소설은 조금 약한 느낌이다.

약하다고 표현했지만 가독성이나 재미는 결코 줄지 않았다.

개인 취향이나 순간의 임팩트의 차이가 날 뿐이다.

몇몇 장면에서 일본 특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왠지 어색하다.

만화 <블랙잭>을 여러 번 말하는데 일정 부분 닮은 부분도 있다.

천재 외과의사 류자키 타이의 모습에서 ‘블랙잭’이 이미지가 겹쳐진다.


너스에이드는 간호조무사를 의미한다.

주인공 미오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세이료 대학 부속병원에 신입으로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데 일본은 없는 것일까?

미오는 간호조무사를 하면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가진 계급을 확인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자신 밑의 부하처럼 마구 대한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의료계의 현실 일부가 보여 놀랐다.

간호사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장면을 볼 때면 의사가 간호사에게 미룬 일이 떠올랐다.

이런 현실과 미오가 환자들과 함께하면서 느끼는 감정 등은 눈길을 끈다.

환자와 그 가족이 미오를 대하는 모습은 의료 현장에서 가장 밀착된 존재인 간호조무사를 보여준다.


미오는 언니의 죽음에 대한 PTSD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호조무사로 일하는데 이전 직업은 비밀이다.

그녀가 사는 임대주택 옆집에 사는 남자는 비싼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

나중에 그의 정체를 알고 보니 병원의 플래티넘 의사 류자키다.

류자키는 세이료 대학 통합외과의 에이스다.

그의 뛰어난 외과 수술 실력은 그녀가 직언한 환자 수술에서 드러난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의 비정상적인 통증을 두고 일어난 일이다.

이때 류자키가 간호조무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를 제대로 인식하는 순간이자 의학계가 나아갈 바라를 보여준다.


미오는 언니 유이가 자신 때문에 자살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의 방이 털린 것을 보고 나타난 언니의 전 약혼자가 타살 가능성을 말한다.

언니의 직업이 기자였다는 사실과 마지막까지 조사했던 사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이때부터 미오의 시선은 온통 타살 가능성에 빠져든다.

그러다 동료와의 대화 속에서 차량 내비게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언니가 죽은 후 비싼 주차비용 때문에 본가에 둔 차가 떠올랐다.

내비게이션에 반복해서 표시된 지역에 가서 아주 의심스러운 장면을 본다.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의혹과 아마추어 추리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미오의 모습은 이후에도 여러 번 나온다.


미오의 비밀, 류자키의 놀라운 수술 실력, 의학계의 이면 등이 뒤섞인다.

의사들이 대학 수입만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한다.

류이치가 누리고 있는 삶의 일부도 바로 이 아르바이트에서 나온다.

이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이야기는 또 다른 사연과 이어진다.

외과수술 기술만으로 등급을 나누는 통합외과.

이 외과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비리와 현실.

가장 이성적이었던 류자키의 혼란, 의학 분쟁, 사이비 종교까지 꼬인다.

엇나가는 추리, 예상하지 못한 상황의 연속, 쉼 없이 몰아친다.

현실 의료에 대한 고민과 병원 내부의 계급 문제 등의 생각할 거리도 다양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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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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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 작가의 소설이 번역되었다.

솔직히 말해 작가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력에 나온 제목들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이전 글을 찾아보니 모리미 도미히코와 살짝 비교한 부분이 보인다.

그리고 이 작가가 교토를 무대로만 소설을 쓴 것이 생각났다.

이 책의 무대도 역시 교토다.

계절은 눈이 날리는 겨울과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가득한 여름이다.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공간과 스포츠, 그 이외의 것을 빼면 연결되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이 셋이 청춘과 결합해서 재미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오랜만에 출간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책 소개에 나오는 눈부신 여름의 기록과 제목이 고시엔 야구를 떠올렸다.

하지만 두 개의 이야기 모두 고시엔 야구와 관계없다.

첫 편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은 고등학생 역전 마라톤 대회를 다룬다.

사카토는 응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전혀 긴장감 없이 밥을 먹는다.

힘들게 지역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나섰는데 선수 한 명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그런데 코치와 선배들이 모두 자신을 대체 선수로 찍었다.

엄청난 방향치인 그녀는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경기 당일 그녀는 마지막 주자다.

그녀의 팀은 높은 순위를 바라지 않고 20위대에만 들어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각 학교의 에이스들이 추위 속에서 띠를 받기 전까지 몸을 풀고 기다린다.

이 대기 장소에서 그녀가 느끼는 감탄과 긴장감, 열정과 승부욕은 조용히 흘러나온다.

한 학생과 눈을 마주치면서 눈싸움을 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띠를 받아 달리는 사카토는 그녀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1위를 다투는 경쟁은 아니지만 그 승부욕과 열정은 대단하다.

그러다 메이지 시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보인다.

방향치인 그녀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헷갈리지만 제대로 방향을 찾아 달린다.

이때의 긴장감과 마지막에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앞의 이야기와 이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다른 주인공이 나온다.

구치키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친구에게 차인다.

여름방학에 여자친구와 시원한 휴가를 보내려는 계획이 깨어진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 다몬이 고기를 사준다고 하면서 그를 부른다.

다몬은 취직이 예정되었다고 하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

교수의 연구실에 제대로 나가 연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도교수가 졸업장을 위해 한 가지 조건을 다몬에게 내 건다.

그것은 한 아마추어 야구대회에 나가 우승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기에 참여할 선수들을 모으는 것이다.

구치키는 다몬이 빌려준 돈 때문에 이 경기들에 참여한다.


무더운 여름, 모두가 교토를 떠나는 그곳.

작가의 표현을 보면 8월에 교토로 여행을 간 지인이 떠오른다.

이런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 이 야구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 복장이 이상하다.

양복을 입고 있는 등 전혀 선수의 모습이 아니다.

다몬의 팀도 겨우 아홉 명을 맞추어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선수가 부족할 때는 중국인 유학생 샤오까지 참여한다.

휴가 때문에 선수가 더 빠졌을 때는 그 경기를 보던 공장 직원이 선수가 된다.

새벽 6시에 시작하고, 제대로 된 선수 구성도 힘든 경기다.

왜 이런 경기를 할까? 그 이유는 조금 황당하지만 열정은 인정하니 재밌다.

그리고 샤오가 조사한 결과가 나올 때 앞의 이야기와 이어진다.


화려하고 긴박감이 넘치는 소설이 아니다.

승부에 집중해서 그 상황을 박진감 있게 그려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춥고 더운 계절 속에 청춘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타오른다.

생략된 경기의 자세한 내용, 그 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감상.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들이 끼어든 순간들과 역사의 한 자락.

시간을 초월해서 청춘들을 이어주는 두 스포츠.

이야기를 꽉 채우는 대신 많이 덜어내어 더 매력적이고 재밌다.

진한 여운과 함께 잊고 있던 청춘의 불씨가 내 가슴에서 불타오른다.

이전에 사놓고 묵혀두고 있는 작가의 다른 책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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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 호모심비우스
최재천.팀최마존 지음 / 더클래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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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최마존이 제작한 <최재천의 아마존> 300여 편 중 '양심'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된 7편을 선별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아 이 방송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최재천이라는 이름과 양심이란 단어가 시선을 끌었다.

집을 뒤지면 최재천의 책이 한두 권 정도 나오겠지만 그렇게 선호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최소한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과학자의 에세이를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재밌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과 강한 흡입력이 그를 기억하게 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관심을 두었지만 바쁜 일상에 순서가 뒤로 밀렸다.

그러다 기회가 되어 단숨에, 재밌게 읽었다.


우리는 ‘양심’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누군가의 나쁜 행동을 지적할 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같은 말을 한다.

이런 양심에 대해 작가는 오래 전 방영했던 한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요일 일요일밤에> 속 ‘이경규가 간다’의 양심 냉장고 에피소드다.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인데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누구도 보지 않고, 인적도 드문 밤에 교통법규를 지키는 운전자가 나타난 것이다.

작가는 헌법재판소 판결 속 양심의 의미를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보고 유교에서 말하는’신독’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양심에 따라 행동했던 일들에 대해 하나씩 풀어낸다.


일곱 편의 양심과 관련된 이야기.

솔직히 말해 서울대 졸업식 축사는 별 감흥이 없었다.

복제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소설 등에서 다루어진 이야기이지만 흥미로웠다.

같은 유전자로 닮은 반려견을 복제한다고 해서 같은 반려견이 아니란 것이다.

별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억과 관계를 엮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감정적으로 휘둘린다면 이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친구들을 돌려보낸 이야기는 몇 가지 기억과 이어졌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돌고래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때 배의 엔진 소리가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가까이 가지 않아 아쉬웠다.

아쿠아리움에서 본 돌고래쇼는 멋 있었지만 그 이면은 불편하게 다가왔었다.


벨라 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간 수족관의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그냥 아이와 재밌고 신기하게만 봤던 바닷속 생물들.

이것보다 이 글에서 더 충격적인 것은 롯데가 보여준 행동들이다.

벨라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말해 놓고 몇 년 동안 실행하지 않은 그 모습이 놀랍다.

지금도 검색하면 벨루가를 풀어주었다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4대강을 비롯한 수많은 환경 문제 등에서 시위현장에 나선 과학자들.

한국의 연구 성공율이 98%라는 놀라운 연구 성공율의 이면.

꾸준함보다 결과에 치중하면서 기초 쌓기를 도외시하는 문화.

이런 상황과 글들은 왠지 예술가 지원 사업과 연결해서 다가온다.


한국의 호주제는 2008년 1월 1일에 폐지되었다.

사실 일상에서 호주제의 문제를 인식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이 호주제가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경우가 생긴다.

이 호주제 폐지를 두고 작가가 보여준 활동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과학적 양심을 그대로 표현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얼마나 마초맨이었는지 말한다.

읽다가 아무리 그 시절이라고 해도 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의 인식이 바뀐 것은 결혼 생활과 작은 깨달음 때문인데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다.

생물학적 아빠’와 ‘유전적 아빠’란 표현이 지닌 의미도 새롭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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