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 호모심비우스
최재천.팀최마존 지음 / 더클래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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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최마존이 제작한 <최재천의 아마존> 300여 편 중 '양심'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된 7편을 선별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아 이 방송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최재천이라는 이름과 양심이란 단어가 시선을 끌었다.

집을 뒤지면 최재천의 책이 한두 권 정도 나오겠지만 그렇게 선호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최소한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과학자의 에세이를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재밌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과 강한 흡입력이 그를 기억하게 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관심을 두었지만 바쁜 일상에 순서가 뒤로 밀렸다.

그러다 기회가 되어 단숨에, 재밌게 읽었다.


우리는 ‘양심’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누군가의 나쁜 행동을 지적할 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같은 말을 한다.

이런 양심에 대해 작가는 오래 전 방영했던 한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요일 일요일밤에> 속 ‘이경규가 간다’의 양심 냉장고 에피소드다.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인데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누구도 보지 않고, 인적도 드문 밤에 교통법규를 지키는 운전자가 나타난 것이다.

작가는 헌법재판소 판결 속 양심의 의미를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보고 유교에서 말하는’신독’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양심에 따라 행동했던 일들에 대해 하나씩 풀어낸다.


일곱 편의 양심과 관련된 이야기.

솔직히 말해 서울대 졸업식 축사는 별 감흥이 없었다.

복제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소설 등에서 다루어진 이야기이지만 흥미로웠다.

같은 유전자로 닮은 반려견을 복제한다고 해서 같은 반려견이 아니란 것이다.

별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억과 관계를 엮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감정적으로 휘둘린다면 이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친구들을 돌려보낸 이야기는 몇 가지 기억과 이어졌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돌고래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때 배의 엔진 소리가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가까이 가지 않아 아쉬웠다.

아쿠아리움에서 본 돌고래쇼는 멋 있었지만 그 이면은 불편하게 다가왔었다.


벨라 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간 수족관의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그냥 아이와 재밌고 신기하게만 봤던 바닷속 생물들.

이것보다 이 글에서 더 충격적인 것은 롯데가 보여준 행동들이다.

벨라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말해 놓고 몇 년 동안 실행하지 않은 그 모습이 놀랍다.

지금도 검색하면 벨루가를 풀어주었다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4대강을 비롯한 수많은 환경 문제 등에서 시위현장에 나선 과학자들.

한국의 연구 성공율이 98%라는 놀라운 연구 성공율의 이면.

꾸준함보다 결과에 치중하면서 기초 쌓기를 도외시하는 문화.

이런 상황과 글들은 왠지 예술가 지원 사업과 연결해서 다가온다.


한국의 호주제는 2008년 1월 1일에 폐지되었다.

사실 일상에서 호주제의 문제를 인식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이 호주제가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경우가 생긴다.

이 호주제 폐지를 두고 작가가 보여준 활동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과학적 양심을 그대로 표현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얼마나 마초맨이었는지 말한다.

읽다가 아무리 그 시절이라고 해도 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의 인식이 바뀐 것은 결혼 생활과 작은 깨달음 때문인데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다.

생물학적 아빠’와 ‘유전적 아빠’란 표현이 지닌 의미도 새롭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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