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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사과와 링고
이희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몇 권을 사 놓기만 했다.
그 당시는 한참 한국 소설을 읽을 때였고, 이상문학상 최고 전성기였다.
이 시기를 한동안 보낸 후 새로운 한국 작가에 대한 폭이 좁아졌다.
최근에 나온 작가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이런 일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 문학상 수상작들을 조금씩 읽고 있다.
장르 소설 쪽을 더 많이 읽지만 기회가 되면 문학상에도 눈길을 준다.
작년에 오랜만에 읽었던 이상문학상이 좋았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가들이 낯설다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이 문학상은 다른 문학상과 다른 구성이 하나 있다.
수상 작가의 작품론을 중간에 넣은 것이다.
처음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 작품론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옛날 수상작품집을 보면 낯익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순간 한국 소설과 멀어지면서 대부분 낯설게 된 것이다.
우수작품상을 받은 작가 중 낯익은 이름은 김경욱과 김혜진뿐이다.
그렇다고 이 둘의 소설을 많이 읽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만 이 둘의 소설은 집에 한두 권 이상 있는 것만 기억한다.
기수상작가 손보미라면 낯익고 몇 권의 소설도 읽었지만.
이희주의 <사과와 링고>는 제목부터 이상했다.
링고가 일본어로 사과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펼쳐지는 K-장녀 이야기는 조금은 흔한 설정이라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사라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동생 사야의 연락도 낯익은 설정이다.
가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가족 일원의 이야기는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라가 사야에게 기대한 감정과 현실의 괴리가 드러나면서 변주가 일어난다.
단숨에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유가 나올 때 고개를 끄덕인다.
사라가 빠진 뮤지컬 이야기, 그녀의 팍팍한 일상에서 유일한 탈출구인 뮤지컬.
동생의 사치와 애완묘 사과와 링고, 사라와 사야의 관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라의 행동과 너무나도 완강한 그녀의 마지막 행동.
뻔한 설정은 어느 새 사라지고 억눌리면서 뒤틀린 그녀의 행동과 심리에 멍해진다.
자선작인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는 아이돌 덕질 이야기다.
실제 자신의 작업을 넣고, 얼마 전에 있었던 법원 습격 사건과 덕질을 엮었다.
요즘 아이돌 덕질을 소설 속에 가져오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 작가 자신도 아이돌을 덕질하고 있고, 그 팀이 NCT WISH라고 알려준다.
소설 속 유리의 흔적을 뒤쫓고, 그가 속한 팀을 열심히 알린다.
나에게는 낯선 행동이지만 덕질인에게 이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다.
자신의 과거와 유리의 과거를 엮으면서 갑자기 마주한 현재의 유리를 보여준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에 대한 기원을 과거의 덕질 속에서 파헤친다.
팬픽에 대한 부분도 아주 낯설지만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가장 낯익은 이름인 김경욱, <너는 별을 보자며>도 덕질 이야기다.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내가 최근 덕질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간다.
그곳에 가기 전 그의 간단한 이야기와 콘서트 현장 분위기 등이 뒤섞인다.
상상이란 한자를 파자해 나무, 눈, 마음, 사람, 코끼리로 표현한 부분도 재밌다.
그리고 없는 아내에 대해 글을 쓴 과거를 말하는데 이 글 속 아내는 존재할까?
김남숙의 <삽>은 앞부분에 잠시 집중을 못했다.
학원 강사 재구가 겪게 되는 미성년자 성추행 신고에 대한 정보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뒤에 나오는 이 사건의 전말과 재구에 대한 동료 선생들의 반응이 복잡하다.
자신의 무죄를 의심했던 동료에 대한 재구의 집요한 질문.
자신이 놓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알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전처럼 능청스럽고 잔혹하게 연락하는 소녀.
마지막의 강렬한 장면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김혜진의 <빈티지 엽서>는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속내를 파고든다.
자신에게 스쿼트 자세를 자세하게 알려준 중년 남성.
가르쳐준 대로 연습해서 효과를 봤지만 한 동안 그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동안 스위스 등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한때 번역사를 꿈꾼 그녀, 그가 가진 빈티지 엽서를 보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들을 불륜의 본 누군가의 경고 메시지. 불편한 감정.
긴 이야기가 아니지만 감정과 취미 등이 생각의 고리를 이어간다.
이미상의 <옮겨붙은 소망>은 낯선 세계로 시작한다.
빈티지 장신구를 사는 데 단순히 클릭을 빨리 하기 위해 고용된 화자.
화자를 고용한 n&n’s 의 사연과 그 장신구에 얽힌 이야기들.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장신구 이야기가 섬뜩한 이미지를 만든다.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는 좋은 가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천문대를 산 사람들의 정체가 너무 불분명하다.
명확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을 막는 듯한 연출이다.
불과 노아의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손보미의 <자연의 이치>는 거식증에 걸린 영유 이야기다.
키가 크고 몸집이 있던 그녀는 음식량을 조절하면서 체형이 바뀐다.
그녀를 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바뀌고, 선생은 그녀라는 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음식을 더 먹지 않으면서 점점 더 말라간다.
이런 그녀를 걱정하는 존재가 할머니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서울 언니다.
영유가 느끼는 청소년기의 오해와 판단 착오 등이 묵직하게 흘러나온다.
전체 이야기를 다시 돌아봐야 조금이나마 더 이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