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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가 하나였다 ㅣ 픽셔너리 1
박대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중편 시리즈 〈픽셔너리〉 첫 번째 작품이다.
픽셔너리는 픽션과 딕셔너리의 합성어로 ‘나’를 픽션화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출판사는 작가에게 소설과 에세이를 결합한 작품을 의뢰한다.
작가는 혼란을 겪는데 이것을 소설 속에 그대로 말한다.
당연히 에세이가 담겨 있다 보니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씩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과 그 사이에 읽었던 단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미세먼지> 속 ‘미세먼지 살인사건 - 탐정 진슬우의 허위’다.
다행스럽게 이 책을 읽어 그때 평을 찾아보니 연작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글이 보인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읽지 않아 연작으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소설은 간결한 진행 속에 살짝 살짝 상황을 꼬았다.
첫 장면에 집에 들어온 작가가 현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누구지? 같이 사는 동거인 에른스트? 아니다.
고민하고 있는데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혹시 살인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언제나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에른스트가 보인다.
그가 한 말은 황당한데 이세계에서 왔다는 것이다. 뭐지?
그리고 엎드린 자세의 남자를 돌려 눕히는데 박대겸 그 자신이다.
이 황당하지만 재밌는 프롤로그를 지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은 박대겸이다.
그런데 박대겸 한 명이냐고 하면 아니다.
다른 박대겸도 등장해서 이야기의 꼬임을 만들어낸다.
프롤로그에 쓰러져 있던 인물도 박대겸이지 않은가.
여기에 박대겸과 함께 사는 에른스트가 이 황당한 설정의 해설자 역할을 한다.
부산에서 책방을 하다 탐정 재능을 발견하고 탐정으로 전직한 인물이다.
그는 일반적인 탐정이 아니라 멀티버스 탐정으로 활동한다.
쓰러져 있던 박대겸을 보고 이세계라고 말한 것도 그의 이 능력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른스트가 박대겸의 삶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박대겸은 자신의 삶과 주어진 목표를 엮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실과 거짓이 엮이지만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그가 출간한 작품들이 나오고,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감상평을 말한다.
타로 점을 보는 장면과 현실적 고민이 만나는 순간 또 꼬인다.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능청스럽게 풀려나가는 꼬리를 문 이야기들이다.
어느 순간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관심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황당함은 더 거대해진다.
이상의 시를 패러디한 시와 장면들은 잠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하지만 이 장면들 속에서 다중우주의 가능성은 닫지 않는다.
나중에 작가의 다른 책을 읽으면 왠지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