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실뱅 테송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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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방송한 같은 제목의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프랑스 앵테르에서 여름을 맞아 기획한 시리즈 중 하나다.

앞의 이름만 달리한 책 제목을 봤지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 책도 사실 저자 실뱅 테송이 아니었다면, 호메로스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저자의 그래픽노블 두 편을 재밌게 읽었다.

<눈표범>과 <시베리아의 숲에서>였다.

이 기억은 갑자기 이 저자의 다른 책 검색으로 이어졌고, 호메로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래 전 다른 작가의 호메로스에 대한 책도 읽지 않았던가.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는 언제나 제대로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는 잘 알고 있다.

소설 같은 <오디세이아>는 재밌게 읽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때 읽은 것은 단순한 이야기였지, 서사시 원작의 번역이 아니었다.

집을 뒤지면 소설처럼 된 것이나 시로 번역된 책이 있을 것이다.

찾아도 그 책을 잠깐 훑어보고 책장 한 곳에 계속 꽂아두고 있을 것이다.

나의 바람과 취향이 달라 생기는 간극은 늘 이런 식이었다.

원작을 읽으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아 늘 이런 식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라디오에 방송한 것을 그대로 실었다는 정보가 앞에 나온다.

저자가 학창 시절 이 시들을 공부했다고 말하면서 현재는 교과 과정에 빠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이 방대한 시 전체를 다 읽었다는 말인가?

학창 시절 내가 이런 시를 제대로 읽은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다.

시가 내게 가장 어려운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함의와 비유 등이었다.

그래서 그냥 멋진 표현에만 혹했던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장대한 두 편의 서사시에서 현대의 모습을 발견한다.

뛰어난 작품의 경우 그 속에서 우린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전쟁과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분노’가 특히 그렇다.


호메로스의 존재에 대한 다양한 학설을 간단히 말한다.

두 시에 대한 여러가지 이론도 역시 짧게 다룬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 독자들에게, 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신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당하는 인간들이 나온다.

이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신들은 인간들을 조종하고 자신의 바람대로 이끈다.

어릴 때 이런 모습을 보고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했던가.

가끔 신의 예상을 벗어난 일들이 생긴다.

하지만 이것을 신의 개입으로 다른 전개로 이어진다.

이런 부분들이 이전까지 나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거나 몰랐던 부분이다.


호메로스에게 추락이란 낙원에서 떨어지는 인간의 추락이 아니라 이상적으로 정돈된 낙원의 전복이다.”

이 문장을 곱씹으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계속 생각한다.

낙원과 이상적으로 정돈된 낙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신의 조종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삶.

책 곳곳에 원문을 들려주고, 해석하는 시도는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누구는 이 두 편의 시에서 고대 문명의 유적을 발견했다.

트로이의 목마는 인터넷 시대에 바이러스 때문에 또 한 번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사실과 함께 신의 현신과 닮은 모양으로 그려낸 sf소설들도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천천히 음미하듯 조금씩 읽으면 기대 이상의 재미가 있다.

작가의 다른 책에도 다시 관심을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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