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역사 - 이해하고 비판하고 변화하다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도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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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목은 ‘경제학의 작은 역사’정도다.

작은’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경제사를 잘 요약했다.

학창 시절 공부하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꼼꼼하게 나온다.

아직도 머릿속에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란 문장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 당시 이 말을 누가 했는지 몰랐는데 앨프리드 마셜의 명언이다.

현대 경제학자들을 보면 과연 이런 머리와 가슴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최근 한국 경제를 생각할 때면 더욱 그렇다.

그것과 상관없이 이 책은 경제학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하나씩 풀어낸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이다.


부제인 “이해하고 비판하고 변화하다”는 경제학을 잘 설명한다.

경제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 아니다.

과거의 경제 현상을 이해하고, 비판하고, 현재에 그 변화를 담아낸다.

그래서 과거의 경제학자들 이론이 다른 경제 현상들에 의해 비판을 받고 새로운 이론이 나온다.

작가는 이런 경제사의 흐름을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서 설명한다.

역자는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한때 경제학을 공부한 나도 집중하고 노력해야 겨우 이해가 될 정도다.

물론 내가 뛰어난 경제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아 이해도가 낮은 문제도 있다.


작가는 첫 번째 경제사상가로 그리스의 철학자를 꼽는다.

하지만 현대 경제학에서 시초로 꼽는 인물은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애덤 스미스다.

이 이론은 한정된 조건 속에서 맞지만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후 새로운 경제학자들이 나타나 그 시대를 이해하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이론을 내놓는다.

이것은 세계 경제 발전과 확장과도 연결되어 있다.

초기 경제학자들이 생각한 것은 단순한 사회구조 속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교역하고, 경제 단위가 커지고, 복잡해지면 이 단순화로 해석하기 힘들어진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그 시대에 나온 것도 그 시대상 때문이었다.

이것을 현대에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이미 사회주의 국가의 실험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과정에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 대공황 이후 케인즈주의자들이 재정정책을 펼쳐 불황에서 벗어났다.

2차 대전과 산업을 발전은 기존 학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이전과 다른 사회적 부를 이루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의한 경제 발전은 어느 시기에 이르면 한계에 부딪힌다.

이때 새로운 경제학자가 나와 통화의 중요성을 외친 것은 당연한 발전 수준이다.

통화와 환율정책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만 나오는데 이 부분만 다루어도 상당히 방대한 이야기다.

수학은 점점 경제학 속으로 들어와 정밀하고 복잡한 공식을 만든다.

현대 경제학 서적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수학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 나라의 경제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통계 자료와 정보들이 들어가야 한다.

단순하게 알고 있는 수요공급 곡선,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기대비용 같은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저자는 이것 외에도 수많은 경제이론을 그 시대상과 함께 설명한다.

이 설명을 이해하는만큼 이 책은 재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발전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하게 서술되어 있다.

빅 푸시 정책에서 정부가 철저하게 확인했다는 부분은 사실 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이 펼쳐진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생긴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2008년 생긴 금융위기에 대한 설명도 겨우 한 장만 할애했는데 이해하지만 아쉽다.

기나긴 역사에서 보면 그 시기도 한 순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경제학에도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는 대목은 낯설었다.

현실이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든 낯섦이다.

어렵고 무거운 경제학을 조금은 가볍게 다가갈 수 있게 쓴 경제학사다.

하나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감안하고, 정책자의 의도가 담긴 것인지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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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거짓말이 끝나는 날에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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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얼마 전 재밌게 읽었던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의 스핀오프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영상 편집에 관심이 있는 히마리다.

히마리의 가족은 상당히 독특하다.

엄마를 후코짱이라고 부르고, 매년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낸다.

단순히 적고 보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 조건은 강제적이다.

히마리가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겠다고 할 때 엄청나게 반발한다.

엄마 후코짱은 히마리가 평생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아빠가 히마리를 도와주면 좋겠지만 왠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히마리가 하고 싶은 영상 편집을 고집하자 어쩔 수 없이 보낸다.

이때 후코짱이 보여주는 행동은 어른스럽지 않고 아이가 떼쓰는 모습과 닮아 있다.


히마리가 선택한 회사는 큰아버지의 회사다.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던 영상을 편집하는 회사가 마침 그 회사였다.

카호 언니의 정보 덕분이고, 히마리는 그녀를 동경하고 있다.

사무직으로 다니면서 그녀는 주말 동안 영상 편집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한다.

큰아버지는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그녀가 근무하는 곳은 사무실과 재택 근무가 섞여 있다.

이런 그녀에게 4년 뒤에 있을 그녀의 죽음을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교통 사고가 날 뻔한 그녀를 구해준 그의 이름은 아츠키다.

타인을 만지면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하면서 퉁명스럽게 행동한다.

그리고 이 둘은 매년 겨울이 되면 만나고, 전작처럼 히마리를 성장하게 한다.


히마리는 의지가 강한 여성이다.

그녀가 집을 떠날 때 먹은 마음은 엄마의 억지도 막을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그녀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이런 그녀에게 매일 전화를 거는 사람은 엄마 후코짱이다.

당연히 매번 그렇게 많은 전화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좋을 텐데 후코짱은 그럴 마음이 없다.

후코짱은 메시지 대신 편지를 보내는데 이것이 하나의 단서다.

그리고 회사에서 관심을 두고 있던 사에키 씨와 연인 관계가 된다.

사장님의 사내연애 금지를 뚫고 둘은 행복한 연인 생활을 이어간다.

물론 매 일요일마다 사에키 씨의 취미생활 테니스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수상함은 빼고.


히마리는 자신을 둘러싼 거짓말들을 하나씩 알아챈다.

이 거짓말들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만 아직 그것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다.

하나의 거짓말을 알 때마다 그녀는 굳은 마음으로 그 파도를 넘어간다.

딸에 대한 집착이 심한 엄마 후코짱의 행동이 조금은 조심스럽게 변한다.

이런 후코짱의 집착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이 의문이 풀리는 것은 후반부에 입이 가벼운 큰아버지를 통해서다.

작가는 이 단계에 오기 전 조금씩 단서를 흘리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거짓말은 히마리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멀리서 보면 그 정도로 죽을 정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 충격은 사람마다 다르다.


전작처럼 한 직장 여성이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순간들을 그렸다.

화려한 내용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강해진다.

거짓말 상대를 정면에서 마주보며 대응하는 그녀의 성장은 눈부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그렇다.

오해가 쌓이고, 거짓말도 이어지면서 히마리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아츠키의 조언은 운명의 사슬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결코 이런 행동이 쉽지 않다. 아니 어렵고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피하고 못 본 채 하려고 한다.

리프레이밍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설정이 다른 소설에서도 이어진다.

잔잔하지만 단단한 문장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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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오정화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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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책을 쓴 사람은 스즈키 도시오가 아니다.

지브리에서 일한 적이 있는 후지쓰 료타와 지브리의 노나카 신스케다.

하지만 스즈키 도시오가 아니면 이 책을 엮은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즈키 도시오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 프로듀스다.

이 책에 나오는 스물네 편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제작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덕분에 우리는 이 스물네 편의 애니메이션 제작 과장을 책 한 권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이전에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과 보려고 하는 애니메이션 때문이다.

어느 순간 지브리 영화와 멀어지게 되었는데 이 책이 이전의 열정을 되살려주었다.

물론 지금도 애니 채널에서 가끔 방영하는 지브리의 영화는 아이와 함께 본다.

이전에 몰랐던 부분을, 재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와 더불어 말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제작의 역사를 한 권으로 압축해 놓았다.

연대순으로 작성해서 시간순으로 제작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되었던 시절 몰래 비디오로 녹화해서 본 영화들도 보인다.

자막이 없어 영상만 봤던 것 같은데 이때 비디오 테이프를 버린 것 같다.

첫번째 수입영화 <이웃집 토토로>의 경우 극장에서 다시 한번 더 봤다.

이후 TV에서 가끔 다시 봤는데 그 유명한 노래가 나오면 괜히 울컥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지브리의 영화를 본 것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엄청 기대하고 봤지만 기대한만큼의 재미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이 영화를 다시 집에서 보니 그때 놓친 재미들이, 각 장면에서 살아 움직였다.

올해가 가기 전 몇 편 정도는 찾아서 천천히 다시 볼 생각이다.


각 장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이 세세하게 나온다.

기획부터 시작해 제작과 홍보, 흥행 성적까지 모두 담고 있다.

지브리 영화 흥행의 최고봉은 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이 애니의 흥행 성적이 다른 애니 <극장판 귀멸의 칼날>에 의해 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지브리 팬들에게는 최신 흥행작보다 지브리의 영화가 더 여운이 강하다.

기발하고 현란한 액션이 가미된 최근 영화를 보면 순간적으로 혹하지만 여운은 약하다.

물론 여운이 약한 이유 중 하나가 그 원작 만화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브리 영화들도 원작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각색이 들어가 있다.

원작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덧붙여져 있는데 이것도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소설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지금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주일에 몇 권의 아동도서를 읽고 있다고 한다.

이 독서를 통해 지브리 영화의 작품 선정과 스토리 라인 등이 결정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헷갈려 하는 것이나 스즈키와 대화에 과거 회상이 거의 없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브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TV판도 상당히 많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전에 만들어진 수많은 작품들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기억난다.

특히 한때 나의 최애 작품이었던 <미래소년 코난>은 얼마나 재미었던가.

그때의 영상과 액션이 지브리 영화에 일부 재현될 때 잠시 추억에 잠긴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두 거장의 영향이 너무나도 거대하다.

두 거장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이제는 고인이 된 타카하타 이사오다.

특히 지브리를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떠오른다.

이 문제가 지브리를 니혼 TV의 그룹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고로가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을 감독했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원작이고, 원작자 르 귄이 직접 지브리에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그녀가 바란 감독은 하야오였지만 스즈키가 고로를 선택해서 작업하게 했다.

책 속에 나오는 간결한 이야기 이면의 이야기는 온라인 검색으로 확인 가능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영화는 계속 만들어졌고, 이 책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상영중에 나왔다.

이 영화의 흥행성적을 보면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받은 상과 만들 작품들이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 속에 파고들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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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천일괴담
왓섭!.베베 지음 / 북오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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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유튜버 왓섭!과 베베 작가가 함께 쓴 첫 장편소설이다.

세종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 이현은 세종의 이복동생이다.

이현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그의 어머니 설화에게서 전승된 능력이다.

설화는 조선을 요괴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하다 어떤 사고로 죽었다.

설화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은 중반 이후 가장 큰 대결 구도를 이룬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요괴들이 상당히 나온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를 보면서 알게 된 요괴도 있지만 낯선 요괴도 상당하다.


한때 한국 요괴 소설에 대한 갈증이 상당히 많았다.

일본 소설에서 요괴나 괴담을 멋지게 다룬 것을 보고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은 곳에서 한국 요괴를 작품 속에 녹여내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지만 단순히 판타지로만 활용되는 부분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민속학적으로 더 파고들어 좀더 무서운 이야기가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약간 부족하다.

하지만 장르 쪽으로 가게 되면 이런 요괴들의 활약과 함께 퇴마 행위가 시선을 끈다.

이 소설도 일종의 퇴마 행위를 다루는데 기존 소설 등과 살짝 궤를 달리한다.

귀신이나 요괴의 원한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다른 악의 존재와 엮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현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한정적인 부분이 있다.

홀로 조선을 돌면서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기는 힘들다.

항상 함께 다니던 봉이에 덧붙여 도깨비 소화가 일행이 된다.

이런 구성은 서양 판타지에서 원정대를 꾸밀 때 자주 사용한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이 소설에서 봉이가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신체적인 능력도 평범하고, 정신적 유혹에도 쉽게 넘어간다.

분위기를 보지 않고 밥을 잘 먹고, 잠도 어느 곳에서 잘 자기는 하지만.

이에 비해 소화는 진혈 도깨비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그녀가 실제 이현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소화가 이현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현이 처음부터 팔도를 돌면서 요괴를 물리친 것은 아니다.

주변에 생긴 괴이한 일들을 듣고 보면서 자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한다.

이 과정에 그 시대의 풍경을 담고, 어떻게 원귀가 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재밌는 점은 인간 세종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한 것과 조선 최대 성군 시절의 사회상이다.

위대한 왕의 근엄함을 지워낸 것은 좋지만 이렇게 많은 요괴 사건이 일어났다는 부분은 의외다.

아무리 뛰어난 왕이 있다고 해도 조선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부패와 비리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다만 뛰어난 조사관을 보내 그 부패와 비리 등을 찾아내어 죄를 물을 뿐이다.

이 조사관 역할을 하는 인물로 영능력자 이현을 정한 것도 좋은 왕의 능력이다.

하지만 왕이 단 한 명의 호위무사도 붙여주지 않은 것은 의외다.


소설의 구성은 복잡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거대한 흑막과 마주한다.

최종적으로는 조선을 망하게 하려는 요괴 수장과 싸워야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 가문의 신보를 찾으러 다니고 그 과정에 마을 요괴 사건을 해결한다.

인연은 이런 사건 해결 과정에서 이어지고, 악연도 마찬가지다.

초반에 하나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간결하지만 재밌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예고된 대결 때문에 조금은 신선함과 재미가 줄어들었다.

시리즈로 나올 것 같은 마지막을 생각하면 사건 하나하나에 좀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런 한국형 괴담 소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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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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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단편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옥구슬 민나>였는데 상당히 어렵게 읽었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목차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이 나를 유혹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박지리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다만 몇 권 소장하고 있고, 늘 읽어야지 생각만 한다.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까? 하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할 것 같다.

이번 단편집도 힘들게 읽었지만 이전보다 느린 독서로 재밌는 대목들을 발견했다.


각 단편의 제목도 상당히 특이하다.

한글 제목 밑에 영문 제목이 적혀 있는데 직역이 아니고 이미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첫 단편 <라즈베리 부루> ‘Raspberry BorO’인데 영문만 놓고 보면 전혀 알 수 없다.

<돔발의 매듭>은 ‘Dombal’s oooooooooooooooooooOO’인데 읽고 나면 이 괴이한 제목이 이해된다.

<연필 샌드위치>는 2023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 중심의 소설을 주로 읽다가 이런 형식의 소설을 만나면 멘붕에 빠진다.

이 단편들을 다른 소설들보다 느린 속도로 읽으면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집중이 작가가 말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좀더 몰입하고 이야기들이 눈에 살짝 들어왔다는 정도다.


라즈베리 부루는 화자의 피를 먹고 자라고 움직이는데 명확한 것이 전혀 없다.

지하층에 머무는 화자의 정체도 정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돔발이란 인물의 정체와도 연결된다.

부조금을 내려 갔다가 얼떨결에 친구가 되고 상주 위치에 선 돔발의 이야기다.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에 나오는 두 인물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구가 물에 잠긴 후의 세계와 기형의 탄생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연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꿈은 또 얼마나 기괴한 것인가!

이런 소설들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 가지를 치고 다가가야 할지 난감하다.

<청룡이 나르샤>에 오면 판형도 달라지고 두 개의 이야기가 나란히 나온다.

한쪽 줄을 먼저 다 읽은 후 다른 줄은 읽었는데 이 방식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표제작 <한 방울의 내가>는 단편과 연극으로 올린 희곡이 같이 실려 있다.

메이의 눈물 한 방울이 겪게 되는 모험과 성장과 성찰 등은 의미심장하다.

이 단편을 희곡으로 만들었는데 가장 궁금한 부분은 어떤 음악일까? 하는 부분이다.

1인극과 피아노 연주자만 있는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단편 속에서 한 방울의 물이 대화를 나누었던 모든 것이 피아노 음악으로 대체된다.

물론 한 방울의 물이 단편 속 상황이나 상대의 대사를 자신이 내는 경우도 있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다시 메이를 만났을 때 떠올리는 열린 가능성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상황들을 능청스럽게 풀어내고,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는데 이 부분이 조금 버겁다.

장편도 나와 있는데 과연 이 작품들은 어떨지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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