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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거짓말이 끝나는 날에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얼마 전 재밌게 읽었던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의 스핀오프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영상 편집에 관심이 있는 히마리다.
히마리의 가족은 상당히 독특하다.
엄마를 후코짱이라고 부르고, 매년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낸다.
단순히 적고 보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 조건은 강제적이다.
히마리가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겠다고 할 때 엄청나게 반발한다.
엄마 후코짱은 히마리가 평생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아빠가 히마리를 도와주면 좋겠지만 왠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히마리가 하고 싶은 영상 편집을 고집하자 어쩔 수 없이 보낸다.
이때 후코짱이 보여주는 행동은 어른스럽지 않고 아이가 떼쓰는 모습과 닮아 있다.
히마리가 선택한 회사는 큰아버지의 회사다.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던 영상을 편집하는 회사가 마침 그 회사였다.
카호 언니의 정보 덕분이고, 히마리는 그녀를 동경하고 있다.
사무직으로 다니면서 그녀는 주말 동안 영상 편집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한다.
큰아버지는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그녀가 근무하는 곳은 사무실과 재택 근무가 섞여 있다.
이런 그녀에게 4년 뒤에 있을 그녀의 죽음을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교통 사고가 날 뻔한 그녀를 구해준 그의 이름은 아츠키다.
타인을 만지면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하면서 퉁명스럽게 행동한다.
그리고 이 둘은 매년 겨울이 되면 만나고, 전작처럼 히마리를 성장하게 한다.
히마리는 의지가 강한 여성이다.
그녀가 집을 떠날 때 먹은 마음은 엄마의 억지도 막을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그녀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이런 그녀에게 매일 전화를 거는 사람은 엄마 후코짱이다.
당연히 매번 그렇게 많은 전화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좋을 텐데 후코짱은 그럴 마음이 없다.
후코짱은 메시지 대신 편지를 보내는데 이것이 하나의 단서다.
그리고 회사에서 관심을 두고 있던 사에키 씨와 연인 관계가 된다.
사장님의 사내연애 금지를 뚫고 둘은 행복한 연인 생활을 이어간다.
물론 매 일요일마다 사에키 씨의 취미생활 테니스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수상함은 빼고.
히마리는 자신을 둘러싼 거짓말들을 하나씩 알아챈다.
이 거짓말들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만 아직 그것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다.
하나의 거짓말을 알 때마다 그녀는 굳은 마음으로 그 파도를 넘어간다.
딸에 대한 집착이 심한 엄마 후코짱의 행동이 조금은 조심스럽게 변한다.
이런 후코짱의 집착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이 의문이 풀리는 것은 후반부에 입이 가벼운 큰아버지를 통해서다.
작가는 이 단계에 오기 전 조금씩 단서를 흘리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거짓말은 히마리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멀리서 보면 그 정도로 죽을 정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 충격은 사람마다 다르다.
전작처럼 한 직장 여성이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순간들을 그렸다.
화려한 내용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강해진다.
거짓말 상대를 정면에서 마주보며 대응하는 그녀의 성장은 눈부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그렇다.
오해가 쌓이고, 거짓말도 이어지면서 히마리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아츠키의 조언은 운명의 사슬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결코 이런 행동이 쉽지 않다. 아니 어렵고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피하고 못 본 채 하려고 한다.
리프레이밍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설정이 다른 소설에서도 이어진다.
잔잔하지만 단단한 문장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