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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오래 전 <루미너리스> 1권만 읽었었다.
부커상 수상작이란 말에 혹했는데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다른 문제가 생기면서 중도 포기했다.
솔직히 말해 이번 책도 몇몇 장면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이상적이고 극단적인 주의, 주장이 개인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리고 한 쪽을 가득 채운 글들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초반의 사변적인 이야기와 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집중력을 깨트렸다.
하지만 르모인이 나타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버려진 땅을 가꾸는 버넘 숲 일원들과 억만장자가 엮이면서 갑작스럽게 활기를 띄었다.
버넘 숲은 버려진 땅에서 작물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 단체다.
미라 번팅이 설립했고, 셸리 노크스와 함께 오랫동안 유지했다.
사용하지 않는 땅에 농산물을 심고, 팔아 조직을 유지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늘 많은 유휴지를 원하는 미라에게 코로와이 고개 산사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준다.
손다이크 코로와이에 사는 오언 다비시가 뉴질랜드 공로 기사 임명될 예정이란 기사와 묶인다.
손다이크를 떠난 오언 다비시의 땅에 몰래 작물을 심을 생각을 한다.
차를 몰고 그 땅을 둘러보고, 몰래 그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바로 로버트 르모인이다.
거짓말로 속이려고 하지만 르모인은 그녀의 본명을 이이 알고 있다.
억만장자 르모인은 드론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가 오언 다비시의 땅을 두 배나 주고 산 데는 이유가 있다.
계약 사실을 한동안 다비시 부부에게 비밀로 하자고 한 것도 이 이유와 엮여 있다.
그것은 공립공원 지하에 묻혀 있는 희토류 채굴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면 반대 등의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희토류의 존재 자체를 숨기고 몰래 채굴한다면 그 이익은 모두 자신의 것이 된다.
어떻게든 위장을 해서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채굴해야 그에게 버넘 숲은 좋은 위장재다.
해킹한 정보를 가지고 미라에게 사실과 거짓을 섞은 정보를 제공하고 유혹한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 둘은 협력하기로 한다.
버넘 숲 초창기 멤버이자 한때 미라와 썸을 탄 토니 갤로가 외국에서 돌아온다.
미라를 찾지만 그가 만난 인물은 셸리다.
미라에 억눌려 있는 셸리는 토니와 자려는 계획을 짠다.
하지만 둘의 대화가 계속되면서 엇나간다.
르모인과 만나 협의를 한 미라가 자신의 성과를 버넘 숲 멤버에게 알리려고 한다.
셸리는 모든 멤버에게 메일을 보내는데 그속에는 그동안 지우지 않았던 토니도 있다.
대회의 참석한 토니가 주장하는 주장 등은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많다.
미라가 르모인이 제안한 것을 말할 때 토니는 이상에 따라 극렬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버넘 숲 일원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찬성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가 합쳐질 때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소설은 그 목적에 자본을 더하면서 무게의 추를 한쪽으로 기울게 한다.
미라는 자신의 단체가 더 성장하길 바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토니는 미라가 말한 정보를 단서로 르모인의 작업을 파헤쳐 유명해지려고 한다.
르모인은 자신의 바라는 바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한다.
하지만 몇 가지 작은 누수가 르모인의 욕망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 누수 중 하나가 토니의 탐사 보도 역량이고, 다른 하나는 르모인이 버넘 숲에 준 마약이다.
이런 누수에 방점을 찍은 것은 오언 다비시가 자신의 집을 찾아온 것이다.
르모인이 무시하고 삭제한 이메일, 마약, 비밀번호 변경 등이 엮여 사고가 발생한다.
하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사고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삶이 바뀐다.
작가는 자신들의 욕망에 빠진 사람들이 어떻게 그 문제에 대처하는지 천천히 보여준다.
사고는 거짓으로 위장되고, 자신의 감정을 세탁하고, 욕망으로 무장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그 죄를 받아들이면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
이 두려움은 진실에 눈을 가리고,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게 된다.
이 순간의 심리 묘사를 차분하게 그려내면서 서로 갈라지는 지점을 보여준다.
작은 누수가 만든 균열의 틈은 점점 벌어지고,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중단했던 책의 2권을 다시 들어야 할 것 같다.